“전력은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다. 전기 없이 공장을 가동할 수 없고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안정적인 생산 능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탄소중립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
지난 19일 서울 충정로 한국원자력산업협회(원자력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노백식 부회장은 ”원전은 가장 저렴하면서도 깨끗한 에너지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기준으로 17개 국가에서 58개의 신규 원전이 건설 중이고 기존 운영 국가들은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추세”라며 “유럽연합(EU)에서는 원자력도 탄소중립산업법(NZIA)에 포함해 지원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부회장은 부산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했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 분리된 후 해외사업처장, 글로벌전략실장, 해외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한수원 내에서는 원전 수출 전문가로 손꼽힌다. 2009년에는 원자력국제협력 유공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았다.
노 부회장은 작년 3월부터 원자력협회 상근부회장을 맡고 있다. 원자력협회는 1972년 10월 원자력청 1호로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노 부회장은 “원전 생태계 지원사업과 금융지원 사업을 완벽하게 수행해 올해를 원전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계획”이라며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자력 생태계에 활력이 살아나고 있다. 원전 기업에 일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떠났던 인력이 돌아오고 해외 원전 수출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 부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원전 생태계 지원사업은 뭔가.
“원전 기업 금융지원사업은 정부가 원전 중소·중견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시행한다.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은 자금난 및 경영애로를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총 1000억 원 규모로 시행된다. 원전 기업은 시설자금 100억원과 운전자금 10억원 등 총 110억원을 저리로 빌릴 수 있다.
원전 기자재 선금 보증보험 지원사업은 신한울 3, 4호기 보조기기 공급 계약 체결 중소·중견기업에 선금 보증보험 발급 수수료의 75%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규모는 77억3000만원이다.
원전 생태계 지원사업은 인력 양성을 위한 인건비 지원, 역량강화, SMR(소형모듈원자로) 산업생태계 지원 등으로 구성됐다. 올해 예산은 작년보다 27% 늘어난 112억원 규모다.”
─11차 전력수급 계획이 곧 발표된다. 신규 원전이 필요한 이유는.
“11차 전력수급 계획을 앞두고 원전업계는 다수의 신규 원전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SMR을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28년 iSMR 설계 인증을 완료한 뒤 본격적인 건설을 추진한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하고 단일의 독립된 전력 계통망을 가진 국가에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적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진 생태계는 어느 정도 복구됐나.
“협회가 매년 조사하는 원자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원전 기업의 매출액과 인력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2016년 국내 원자력산업분야 총매출액은 27조4513억원이었으나 탈원전의 직격탄을 맞은 2018년에는 20조5610억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에는 25조4234억원으로 올랐다.
원자력공급산업체의 원자력 매출 역시 2016년 5조5034억 원에서 2021년 3조9269억 원으로 약 28% 감소했지만 2022년 4조1282억원으로 상승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업계를 떠났던 인력도 되돌아오는 추세다. 지난해 원자력학과 전공 입학생은 전년보다 약 10%(66명) 증가한 75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산업 정상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다양한 노력을 추진한 데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정권에 따라 원전 산업이 흔들리는데 해결 방안은.
“오로지 우리나라의 에너지 환경을 고려하고 과학적인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균형 잡힌 에너지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돼야 한다. 원자력계도 외부 변화에 흔들리지 않도록 해외 시장 개척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원자력계의 민간 싱크탱크(think tank) 역할을 맡을 원전산업정책연구센터가 지난 2월 설립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산업지원특별법 제정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원자력 산학연을 대표해 이번에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돼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정책이 추진됐으면 좋겠다.”
─민간 중심의 SMR 생태계 조성 상황은 어떤가.
“전 세계가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SMR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작년 7월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단을 발족해 정부 주도로 SMR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45개 민간 기업도 참여하고 원자력협회가 사무국을 맡았다. SMR 산업을 활성화하고 성공적으로 추진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한수원 해외사업본부장 출신인데, 추가 원전 수출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가 UAE에 원전을 수출한 이후 원전 산업계는 오랫동안 수출에 목말라 있다. 현 정부가 친원자력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원전 수출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본다. 우선 원전 수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원전은 일반 플랜트나 장비와 달리 1기에 약 10조원이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그러다 보니 상대 국가는 이를 이용해 다양한 혜택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과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UAE 원전(4기)을 성공적으로 건설해 우수한 기술능력을 증명했다. 원전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기술력뿐만 아니라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원전 수출 유망국가의 정부와 산업계 여론주도층, 원전 건설지역 주민에게 한국 원전을 알리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예를 들어 체코 원전사업은 2016년부터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다른 경쟁사보다 강점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국내에서 26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경험과 공급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협회가 추진하는 원전 기업 인증제도를 정착화시켜 국민에게 사랑받는 원자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국내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전시회에 참가하고 원전 주요 국가와 정보를 교류하기 위해 해외 포럼도 열 계획이다. 회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산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협회 본연의 역할에도 충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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