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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에 연루돼 차기 총선(중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니카이 도시히로 전 자민당 간사장(85)의 지역구를 아들이 물려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일본 정계의 고질적 관행인 ‘세습정치’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24일 교도통신, TV아사히 등에 따르면 니카이 전 간사장의 삼남인 니카이 노부야스(46)는 이날 부친의 지역구인 ‘와카야마(和歌山) 2구’에 출마해달라는 지역 기초단체장들의 요청에 “중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심사숙고해 결론 내리겠다”는 입장을 기자단에 밝혔다.
앞서 와카야마현의 촌장들로 구성된 지자체 대표모임 ‘마치무라회’는 이날 오전 “지역 현안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노부야스씨를 제대로 지원하고 싶다”며 차기 총선에 출마할 것을 전체 회원 만장일치로 요청하는 제안서를 노부야스에게 전달했다.
표면적으론 ‘심사숙고하겠다’며 자민당에 공천을 신청할 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이미 그가 출마를 결심했을 것이라는 게 일본 언론들의 분석이다. 벌써부터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판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동안 일본 정계의 의원직 세습이 관례처럼 여겨져온 만큼 현지에서는 노부야스의 부친 지역구 대물림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본의 세습정치는 일본 정계에 뿌리 깊은 관행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특히 만년 집권여당 자민당의 경우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반과 자금력 등을 바탕으로 손쉽게 정계에 진출하는 세습정치인들의 비중이 30%에 달한다.
일본 헌정사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갖고 있는 아베 신조를 비롯해,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장관, 고노 다로 디지털혁신부 장관 등 대부분은 선대로부터 의원직(지역구)을 물려받은 세습 정치인들이다.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 역시 3대 세습의원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본 정계에 만연한 세습정치는 기존 정치인들의 자녀를 제외한 신인들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시다 총리에게 폭발물을 투척해 경찰에 체포된 기무라 류지는 범행에 앞서 자신의 SNS에 “300만엔(약 2700만원)이란 거금을 공탁금으로 요구하는 위헌적인 공직선거법이 (정치인)세습이 만연한 원인”이란 비판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마치무라회가 노부야스에게 출마를 요청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에 대해 세습정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우회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마치무라회 측도 이를 의식한 듯 “세습(비판)이 신경쓰이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출마를 요청한 이유는 오히려 이게 세습 비판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의 하나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일본 정계에서는 노부야스가 부친인 니카이 전 간사장 밑(의원실)에서 (공설)비서로 일하고 있어 총선 출마 및 의원직 세습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노부야스도 자신을 향한 세습 비판에 대해서는 “내가 (정계 진출과 관련해) 어떤 자세와 생각으로 임할 것인지 주목받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이에 대해 말할 기회가 마련되면 분명하게 밝히고 싶다”는 말로 사실상의 출마 의사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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