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저 도루는 욕심 있어요.”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2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매 타석에서 전력질주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최선을 다하지 마라는 얘기가 아니다. 자신의 컨디션과 경기흐름에 맞게 뛰어 달라는 주문이다.
다리가 좋지 않은 선수인데, 체력관리가 중요한 베테랑인데 매 타석에서 전력질주를 해버리면 장기레이스에서 건강 및 체력관리가 안 될 수밖에 없다. 이범호 감독은 “이렇게 말해도 중요한 순간에는 알아서 최선을 다해서 뛴다”라고 했다.
혈기왕성한 김도영(21) 역시 마찬가지다. 24일 경기를 앞두고 잠시 만난 그는 코칭스태프로부터 무리하게 뛰지 말라는 주문을 들었다고 했다. 도루도 마찬가지다. 김도영은 박찬호와 함께 KIA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할 수 있는 준족이다. 그러나 경기상황과 흐름에 맞게 움직이면 된다는 얘기를 듣고 무리한 도루를 자제한다. 더구나 데뷔 후 끊임없이 부상에 시달려왔다.
김도영의 23일 고척 키움전 초대형 홈런이 24일 경기를 앞두고서도 화제였다. 김도영은 그날 하영민의 하이패스트볼을 잡아당겨 타구속도 176km, 발사각 37.9도짜리 미사일을 터트렸다. 이 홈런을 두고 ‘타격 전문가’들의 해설이 눈길을 모았다.
우선 최고참 최형우는 김도영이 남들보다 히팅포인트가 공 1~2개 뒤에 있어도 잡아당겨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와 순발력이 있다고 극찬했다. “내가 건드리면 안 돼요”라고 말한 이유다. 그런가 하면 이범호 감독은 타격코치 시절부터 허리 회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긴 했다고 돌아봤다.
정작 김도영은 홈런을 욕심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범호 감독의 허리 회전 관련 설명을 듣고 실제 그것에 중점을 두고 타격훈련을 해왔다고 덧붙이긴 했다. 작년의 경우 “병살타에 대한 스트레스는 있었다. 그냥 삼진 먹자 싶었다”라고 했다. 발사각을 의식하지 않아도, 타구를 띄우는 연습을 충실히 한 끝에 지금의 스윙이 완성됐다. 정말 김도영은 특유의 운동능력을 앞세워 타구를 띄운다는 느낌으로만 치고 있다.
오히려 김도영의 관심사는 도루와 주루다. 고교 시절부터 폭발적인 주력이 트레이드마크였고, 실제 프로 데뷔 이후에도 눈에 띈다. 박찬호가 주루 센스, 다시 말해 경기흐름에 따른 대처가 좋은 스타일인 반면, 김도영은 그냥 동물적인 감각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빠르다.
김도영은 “도루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뛰어서 분위기를 띄우고 열광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팀에선 체력이나 피로도 때문에 무리하지 마라고 한다”라고 했다. 작년엔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도루, 주루 영상을 많이 봤는데, 자신이 오랫동안 즐겨본 대선배가 따로 있었다.
김주찬 롯데 자이언츠 타격코치다. 김주찬 코치는 KIA의 2017년 통합우승 멤버이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광주에서 자란 김도영은 자연스럽게 김주찬 코치의 타격 및 주루를 많이 봤다. 김주찬 코치 역시 현역 시절 운동능력이 좋았다. 김도영은 “김주찬 선배님의 영상을 많이 봤다. 그러면 가슴이 뜨거워졌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에게 무리한 주루를 자제시켰지, 도루를 하지 말라고 한 건 절대 아니다. 현재 페이스로는 사상 첫 4월 10-10이 가능해 보이고, 나아가 2015년 에릭 테임즈 이후 처음으로 3할-30홈런-30도루도 가능할 분위기다.
김도영의 말대로, 그의 운동능력을 기반으로 한 폭발적인 주루와 도루는 또 다른 매력이다. 김도영의 ‘주루 본능’을 좋아하는 팬이 많다. 경험을 계속 쌓으면 그런 플레이를 해야 할 타이밍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아무리 봐도 제2의 이종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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