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더거는 심사숙고할 생각이다”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은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4차전 원정 맞대결에 앞서 외국인 투수 로버트 더거에 대한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SSG는 2023시즌이 끝난 뒤 외국인 선발 투수를 새롭게 영입했다. 바로 총액 90만 달러(약 12억원)의 로버트 더거였다. 지난 2016년 메이저리그 싱인드래프트 18라운드 전체 537순위로 시애틀 매리너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더거는 트리플A에서 통산 75경기에 출전해 15승 22패 평균자채검 5.25, 메이저리그에서는 27경기(13선발)에서 7패 평균자책점 7.17의 성적을 남긴 뒤 SSG와 연이 닿았다.
더거를 영입할 당시 SSG는 “최고 150km의 힘있는 패스트볼을 구사하며, 특히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완성도 있게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또한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풍부한 선발 경험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춰 큰 약점이 없는 완성형 선발 투수로 판단해 이번 계약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마이너리그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극심한 ‘타고투저’의 리그였던 만큼 SSG는 충분히 KBO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더거는 시범경기 때부터 성적이 심상치 않았다. 지난달 14일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에서 더거는 2⅓이닝 동안 3실점(2자책)으로 패전을 떠안았고, 19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4이닝 3실점(2자책)으로 다시 한번 아쉬운 투구를 남겼다. 그리고 정규시즌이 시작됐는데, 좋지 않은 흐름에 변화는 없었다. 더거는 지난달 26일 한화 이글스와 맞대결에서 5이닝 동안 4실점(4자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래도 더거는 31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6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키우는 듯했는데, 최악의 피칭이 나왔다. 지난 6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3이닝 동안 무려 12개의 안타를 맞는 등 7사사구 14실점(13자책)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다. 당시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더거는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눈물이 반등의 계기로 연결되지도 않았다.
더거는 지난 12일 KT 위즈를 상대로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4실점(4자책)으로 무너졌고, 18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5이닝 1실점(1자책)으로 반짝 투구를 펼쳤으나, 전날(24일) 롯데를 상대로 2⅔이닝 동안 9피안타 2탈삼진 7실점(7자책)으로 또 한 번 실망스러운 투구를 남겼다. 올 시즌 성적은 6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2.71을 기록 중이다. 무려 90만 달러나 주고 데려왔는데, 투구 내용은 배팅볼 투수에 가까운 상황이다.
언제까지 더거의 반등을 기대하고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이숭용 감독은 25일 경기에 앞서 더거를 향해 의미심장한 말을 뱉었다. 사령탑은 “더거는 심사숙고할 생각”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거듭되는 부진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단 이숭용 감독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지만, 2군에서 재조정을 비롯해 최악의 경우 ‘교체’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숭용 감독은 “뭐가 됐든 더거는 조금 더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내가 움직여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때문에 투수파트와 전력분석팀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더거가 전날 교체되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지 않으려고 했던 것에 대해 “노코멘트”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단순히 운이 따르지 않은 것만으로 더거를 감싸기는 쉽지 않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이숭용 감독은 “더거가 시범경기 때부터 도루를 내주면 폭투를 기록하는 등 꼬이는 것들이 있었다. 한 번도 경기가 매끄럽게 흘러간 적이 없다. 원바운드 된 공이 3루수 키를 넘어가고, 중계 플레이에서 미스가 나오곤 했지만, 어쨌든 투수는 막아야 야수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모든 방법을 포함해 여러 다방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내가 결단을 내려 할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냥 직진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은 교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지만, 일단 새로운 외국인 투수와 협상을 진행하고 입단 합의를 이끌어낼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사령탑은 ‘프런트와 대화를 나눴는가’에 대한 질문에 “모든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며 “여러 가지 다양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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