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로 알려진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세계 최초로 관광객에게 5유로(약 7400원)의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현지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관광객이 몰리는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을 막기 위한 것으로, 베네치아에 당일치기로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만 입장료를 받는다.
24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베네치아는 25일부터 오는 7월 14일까지 베네치아를 차는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받는다. 관광 성수기에 한정해 시범 운영하는 것으로, 공휴일과 주말에만 적용된다. 베네치아 역사 지구 거주자, 업무·학업·의료 등의 목적을 갖고 베네치아를 찾는 사람, 14세 미만 청소년, 장애인은 입장료 대상에서 제외된다.
베네치아가 입장료를 도입한 것은 관광객이 넘쳐나면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베네치아에는 연간 약 3000만 명이 방문한다. 이는 실제 거주하는 주민(5만 명)보다 600배 많다.
늘어난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베네치아 운하를 오가는 보트는 늘었고, 이로 인해 베네치아에 위치한 세계문화유산이 침식됐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대형 선박이 건물과 해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크루즈선이 베네치아 시내 중심가에 정박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베네치아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은 훼손됐고, 유네스코는 지난해 8월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베네치아를 포함했다.
여기다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장기 임대 대신 단기 임대에 집중하면서 저렴한 주택이 부족해졌고, 베네치아 주민들은 베네치아 밖으로 밀려났다. 이에 베네치아는 지난해 9월, 입장료 부과 계획을 발표하고 이번에 시행했다. 당초 이탈리아 정부는 2019년에 입장료 부과를 검토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행이 보류됐다.
이에 입장료 시행 기간에 베네치아를 찾는 이들은 사전에 공식 웹사이트에서 5유로를 결제하고 QR코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베네치아시 당국이 주요 지점에 검사원을 배치하고 무작위로 QR코드 제시를 요구할 예정이다. 만약 입장료를 내지 않았다면, 50유로(약 7만 원)에서 최대 300유로(약 44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입장료는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한정돼 적용된다. 관광객의 3분의 2는 당일치기로 베네치아를 찾기 때문이다. 우디네 대학의 관광지리학 교수인 다리오 베르토키는 BBC에 “당일치기 여해액은 베네치아 경제에 큰 가치는 없지만, 인프라에 상당한 압박을 가한다”고 말했다. BBC는 “베네치아를 당일치기로 찾는 이들은 산마르코 광장, 리알토 다리와 같은 랜드마크에 초점을 맞춰 보통 3~4시간 동안 베네치아에 머물면서 베네치아의 좁은 거리와 1000년 된 다리에 혼잡을 발생시킨다”며 “이들 대부분은 교회나 박물관을 찾거나, 베네치아에서 쇼핑하거나 식사하는 데 돈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는 실험”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베네치아를 더 살기 좋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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