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이강인을 잘 쓰지 않는다’던 평가는 어느정도 사실이었다.
파울루 벤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 가서야 이강인을 기용했던 이유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25일 FC온라인 유튜브 채널에 화상으로 인터뷰에 응한 벤투 감독은 “당시에는 이강인에게 확신이 없었던 게 맞다”라고 고백했다.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이강인을 중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이강인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뛰면서 미래를 이끌어갈 재능으로 각광을 받던 시기였기에 대표팀에서도 당연히 불러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컸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간헐적으로 소집했고, 월드컵이 열린 해에는 빈도가 뚝 떨어지기도 했다. 특히 월드컵 직전 최종 모의고사라고 할 만했던 2022년 9월 A매치에서는 불러놓고도 기용하지 않았다. 카메룬전에서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던 5만여 팬이 이강인의 이름을 연호하며 벤투 감독에게 불만을 표한 적도 있다.
물론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월드컵 최종 명단에 승선시켰다. 본선에서도 적극 활용하면서 가나전 특급 도움과 같은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랬기에 이강인을 보다 일찍부터 중용해서 핵심 카드로 발을 맞추게 했어야 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 흐름이었다.
그때만 해도 벤투 감독은 논란을 피했다. 이강인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면 선수 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늘 팀을 강조하면서, 포지션별 3~4배수 가량의 선수 풀을 관찰하고 있다고만 이야기했다.
이제는 못 다했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강인이 가진 재능이 뛰어나다는 건 반박할 수 없다”고 기량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스태프는 더 많은 분석을 했고, 재능만 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강인과 같은 10번 유형의 선수는 공격만 생각하고 수비를 등한시하기도 한다”라고 칭찬과 함께 우려했던 대목도 털어놨다.
이강인에 대한 편견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벤투 감독 역시 “이강인을 월드컵 명단에 포함시킨 건 대회 직전이었다. 그만큼 월드컵까지 이강인을 발탁해야만 하는 확신이 있었다고는 말 못하겠다”라고 인정했다.
그랬던 벤투 감독이 달라진 건 이강인의 태도가 변했기 때문이다. 바뀐 부분을 캐치한 건 벤투 감독 사단의 꾸준한 모니터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이 달라져서 최종 명단에 올렸다. 당시 마요르카에서 활약으로 스스로 가치를 입증했다. 이강인도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테고 이를 알려준 건 하비에르 아기레 당시 마요르카 감독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월드컵을 끝으로 한국 축구와 이별했다. 4년의 준비 시간을 보장받았던 벤투호는 35승 13무 9패의 최종 성적을 냈다. 부임 직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8강으로 의구심을 안겼으나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우승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결과물을 남겼다. 더불어 역대 A대표팀 최장수 감독이자 역대 A매치 최다승의 성공적인 지도자로도 남았다.
벤투 감독과 기억이 좋았기에 이어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의 불성실하고 무성의한 대표팀 운영과 늘 비교가 됐다. 결국 클린스만호는 올해 초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실패하면서 경질로 마무리됐다. 이 여파로 한국 축구는 아직도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지금은 다른 팀에 있지만 언제나 한국을 지켜보고 있다.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한 건 축구에서는 늘 일어나는 일”이라고 달랬다. 그러면서 “좋은 경험으로 간직하면서 대한축구협회가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며 “한국의 좋은 선수들을 가르치는 게 즐겁고, 한국 생활도 좋을 것이라는 말을 새롭게 부임할 다음 감독에게 조언해주고 싶다”라는 애정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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