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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법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480조 투자 유치, ‘AI 패권’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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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이 첨단 파운드리 업체의 대규모 시설 투자로 이어지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8월9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핵심 과제로 추진해 온 미국 반도체 제조업 활성화 정책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에서 충분한 자급체제를 구축하면서 관련 분야에서 확실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29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집계에 따르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따라 지원이 확정된 기업들이 현재 미국에 계획중인 시설 투자 규모는 3475억 달러(약 480조 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과 마이크론 등 7개 기업이 해당되는데 이들은 모두 16개 이상의 공장을 신설하며 10만 명에 이르는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이들 기업에 제공하는 보조금은 293억 달러(약 40조5천억 원) 안팎인데 이를 통해 이끌어낸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의 투자 규모는 기대 이상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산업협회는 미국 정부의 지원 발표가 앞으로 더 이어질 것이라며 반도체 지원법이 미국 제조업 활성화 및 경제와 안보 강화에 매우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말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한 뒤 미국 상무부는 오랜 기간을 거쳐 보조금 지급 대상 기업을 평가하고 선정하는 과정을 진행해 왔다.

이러한 기간이 지나치게 오래 이어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내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전략을 향한 회의적 시각도 힘을 얻었다. 실제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인텔과 TSMC 등 주요 기업이 미국에 시설 투자 일정을 늦추는 사례도 등장하며 회의론에 더욱 힘이 실렸지만 올해 들어 대규모 지원 발표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반전되고 있다.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칩 워’ 저자이자 반도체산업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미국 반도체 지원법은 놀랍도록 성공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TSMC, 인텔과 마이크론의 투자 열풍을 주도했다며 그동안 여러 논란이 이어져 왔지만 결과로 보면 이는 확실히 성공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이 현재 미국에 신설하는 첨단 파운드리 생산라인은 현재 약 90%가 대만에 집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을 합치면 글로벌 공급량의 사실상 100%에 해당한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이러한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공급 비중 20%를 갖춰내겠다는 목표를 두고 반도체 지원법을 시행하며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의 생산 투자를 유도해 왔다.

이는 현실적으로 볼 때 무리한 목표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 파운드리 업체들이 미국에 내놓은 추가 투자 계획을 고려한다면 점차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 규모를 약 400억 달러, TSMC는 600억 달러까지 늘리기로 했고 인텔이 추진하는 공장 증설 비용은 1천억 달러 이상이다. 이를 합하면 276조 원을 넘는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건설현장 사진.

크리스 밀러는 미국 정부가 이러한 공장 유치 성과를 거둔다고 해도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에서 완전한 자급체제를 구축하기는 무리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스마트폰과 PC 등 소비자용 제품에 탑재되는 미세공정 반도체 물량을 고려한다면 이를 대부분 미국에서 생산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만 데이터센터와 통신장비 등 기술과 안보에 핵심이 되는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어 충분히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해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중국의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미국이 대만 등에서 반도체를 수입하지 못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고 가정해도 핵심 산업에 받을 타격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이뤄낸 가장 중요한 성과는 결국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쓰이는 인공지능 등 산업에서 완전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 설계 기술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 등에서 절대적 우위를 갖추고 있다. 엔비디아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핵심 기업이 모두 미국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기술을 실제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면 인공지능 분야에서 확실한 글로벌 주도권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첨단 파운드리 기업들의 미국 내 시설 투자를 이끌어낸 것은 완전한 공급망 구축에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파운드리 업체뿐 아니라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도 인공지능 반도체에 필수인 HBM 메모리, 첨단 패키징 관련 투자를 확정하며 미국의 자급체제 강화에 기여하기로 했다.

크리스 밀러는 “반도체 지원법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보험’ 성격으로 여기던 미국 정부는 이미 충분한 성과를 확인하게 됐다”며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더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는 중국과 인공지능 및 첨단 군사무기 등 기술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미국 입장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다만 크리스 밀러는 여전히 미국 내 반도체공장의 인력 확보와 제조사들의 투자 지연 가능성, 경제성 확보 여부 등이 이러한 계획에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을 전했다. 김용원 기자

CP-2023-0116@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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