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영웅들이 그린 그림은 이게 아니었는데…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은 예상과 달리 마무리투수로 베테랑 문성현을 쓴다. 조상우가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김재웅과 함께 불펜의 중심을 강력하게 잡을 것이란 예상에서 한 발 진화한 기용이다.
돌아보면 야구계를 불명예스럽게 떠난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감독이자 전직 KIA 타이거즈 단장의 작품이었다. 당시 조상우를 9회가 아닌 6~7회 승부처에 기용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가장 좋은 불펜을 9회가 아닌 6~8회에 기용해야 승률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일부 감독들이 통용했던 논리다.
객관적으로 불펜이 강한 팀, 특히 필승조 물량이 좋은 팀이라면 이런 공식을 따를 필요가 없지만, 조상우 의존도가 늘 높았던 키움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팀에서 오랫동안 코치를 역임한 홍원기 감독은 조상우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하는 모습을 보고, 부임 이후에도 이 전략을 즐겨 썼다. 조상우가 없는 사이 김재웅에게도 같은 롤을 적용했다.
그래서 조상우와 김재웅을 동시에 쓸 수 있는 시즌 초반, 홍원기 감독의 선택이 궁금했다. 둘 중 한 명에게 그 역할을 맡기고 한 명은 9회에 쓸 가능성이 커 보였으나 아니었다. 홍원기 감독은 문성현에게 9회를 맡기고, 실제로 더 좋은 구위를 가진 조상우와 김재웅을 6~8회 승부처에 사용한다. 키움이 4월 중순 2~3위 오른 원동력 중 하나다.
단, 이런 기용의 단점은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조상우와 김재웅은 올 시즌 이기는 경기는 물론, 근소하게 뒤진 상황에도 대기하고 투입됐다. 이게 투구내용에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지 명확히 말하긴 어렵다. 어쨌든 조상우는 시즌 초반 기복이 있다. 15경기서 1패3홀드 평균자책점 5.27.
시즌 초반엔 과거의 구속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올 시즌 조상우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4.7km다. 2021시즌 147.6km보다 많이 떨어졌다. 홍원기 감독은 이는 3년만에 실전에 돌아온 조상우가 최상의 컨디션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조상우는 2019년 평균구속 152.3km를 찍은 뒤 큰 틀에선 지속적으로 구속이 떨어졌다.
중요한 건 구속이 떨어져도 조상우는 흔들림 없었다는 점이다. 2020년과 2021년 떨어진 구속으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냈다. 슬라이더라는 확실한 무기도 있다. 올 시즌의 경우 떨어진 구속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좀 더 표본이 쌓여야 판단 가능할 전망이다.
또 하나의 이슈는 체크스윙이다. 홍원기 감독은 28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조상우가 지난 23일 고척 KIA전 ⅔이닝 3피안타 1탈삼진 1볼넷 3실점 부진이 심판진의 최형우 체크스윙 미지적 탓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타석에서 최형우에게 결승타를 맞았고,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쐐기타를 맞았다. 홍원기 감독은 최형우에게 체크스윙 판정만 제대로 나왔다면 결승타를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체크스윙을 비디오판독 대상에 집어넣자고 강하게 주장했다.
사령탑은 강한 발언을 하면서 조상우를 감쌌고, 조상우는 26일 고척 삼성전서 1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러나 27일 고척 삼성전서는 ⅓이닝 2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또 부진했다. 구속, 체크스윙 이슈를 떠나 기복의 원인을 찾고 대응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조상우의 포심과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각각 0.278, 0.214. 승부처에 투입되는 투수인 만큼,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은 낮출 필요가 있다. 아직 개막은 1개월 흘렀고, 조정의 시간도 충분하다. 4월은 액땜했다 치고 새롭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아직 키움이 조상우 복귀 효과를 확실하게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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