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9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관계 정상화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미국·사우디 방위조약이 합의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해당 조약이 체결되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공들여 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중동 순방 일정을 시작한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합의 측면에서 함께 진행해 온 작업이 잠재적으로 합의에 매우 가까워졌다”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중동 방문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7번째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공을 들이는 핵심 외교정책 중 하나다. 사우디는 관계 정상화의 대가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의 상호방위 조약 체결과 민간 핵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허용 등 지원을 미국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후 중동 지역에서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확산하며 관련 논의는 한동안 중단됐었다.
그간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략 중단 없이는 이스라엘과 수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양국의 관계 정상화 논의 진전은 가자지구 휴전 협상과도 긴밀히 연관돼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블링컨 장관은 동시에 하마스에도 휴전 합의에 응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이날 “하마스가 받아 든 제안은 이스라엘 쪽에서는 대단히 관대하다(extraordinarily generous)”라며 “그들(하마스)은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리야드에서 열리는 WEF 회의를 계기로 모인 독일·영국·프랑스 등 서방 국가와 이집트·카타르 등 아랍 국가의 외무장관들과 함께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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