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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뷰티기업 로레알그룹이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규모 소비자가전전시회 CES에서 뷰티기업 최초로 개막 기조연설을 맡아 화제가 됐다. 지금까지 CES 기조연설은 가전·기술기업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전통 뷰티기업인 로레알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과 거리가 멀 것 같지만 CES 혁신상을 9차례나 수상할 만큼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니콜라 히에로니무스 로레알 최고경영자는 당시 CES 기조연설에서 AI 기술을 결합한 뷰티테크의 미래를 소개하며 “뷰티에 기술을 접목해 성능을 향상시키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아름다움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초개인화·ESG 경영…”뷰티테크가 미래 성장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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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은 뷰티 트렌드가 ‘모두’를 위한 뷰티에서 ‘개인’을 위한 뷰티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첨단기술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개인의 성향과 뷰티 니즈에 맞는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레알은 이를 위해 매년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지출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체 매출의 3%에 달한다. 전세계 11개국에 연구혁신(R&I)센터 20곳을 두고 4000여명의 연구인력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개인이 직접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제조하는 AI 기반 맞춤형 뷰티기기 ‘페르소’, 퍼스널 립 컬러 메이커 ‘루즈 쉬르 메쥬르’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디바이스를 속속 선보였다.
초개인화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포용성을 위한 기술 및 제품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손과 팔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립스틱이나 마스카라를 바를 때 손목의 이동성을 돕는 랑콤의 ‘합타(HAPTA)’, 미용실의 물 사용량을 최대 69%까지 줄여주는 샤워헤드 ‘워터세이버’ 등이 대표적이다. 스위스 환경 스타트업 ‘기요자’와 함께 개발한 워터세이버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2021년 최고의 발명품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최근 기업 평가에서 가장 중시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로도 해석된다. 로레알 관계자는 “로레알그룹은 지난 115년간 전세계 소비자들의 뷰티 니즈를 충족시켜 왔다”며 “점점 개인화되가고 있는 전세계 소비자의 뷰티 니즈를 충족시키고 환경,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4위 뷰티 수출국 한국, 오픈이노베이션 거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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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은 글로벌 뷰티테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한국을 낙점했다. 2018년 로레알 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센터인 코리아 이노베이션센터(KIC)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로레알 빅뱅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기술 공모전 방식으로 진행된 해당 프로그램에서 스마트 자외선 차단량 측정기를 개발한 모션뱅크와 아크포레이션(AP) 화장품 유효성분 흡수촉진기술을 보유한
이지템이 우승하면서 로레알과 협업 기회를 얻었다. 앞서 로레알은 지난해 1월 타투 프린팅 스타트업
프링커코리아에 직접 투자도 단행했다.
로레알 관계자는 “한국은 대기업, 스타트업, 학계 간의 협업과 더불어 이를 적극 지원하는 정책적 환경을 잘 갖추고 있다”며 “특히 포뮬레이션(formulation, 제형)과 혁신적인 원재료 연구개발부터 바이오테크, 마이크로바이옴, AI 등 첨단기술 도입까지 뷰티의 미래를 개척하기에 좋은 혁신생태계를 갖췄다”고 말했다.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고 신기술을 도입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로레알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BB크림이나 CC크림, 쿠션 화장품, 시트 마스크 등은 모두 한국에서 시작해 전세계로 출시된 대표적인 상품이다.
한국 뷰티산업은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세계적 OEM(주문자부착생산)·ODM(주문자개발생산) 업체들이 있고 올리브영, 쿠팡 등 온·오프라인 유통망도 잘 갖춰져 있다. 덕분에 스타트업의 진입장벽이 낮고 그만큼 산업의 역동성과 혁신성이 뛰어나다는 게 로레알의 평가다.
로레알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뷰티 수출국이자 세계 최대 ODM 본거지”라며 “특히 한국 스타트업은 아이디어, 프로토타입 개발, 그리고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단계에 걸쳐 전 과정에서 높은 민첩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뷰티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의지가 높은 점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 1위 품목으로 화장품이 차지하고 수출액은 역대 최고인 7조원을 달성했다.
뷰티 브랜드에 투자한 국내 VC 관계자는 “한국 뷰티 스타트업들은 K팝 인기에 힘입어 해외 마케팅도 비교적 수월한 데다, 제품의 품질도 가격 대비 우수한 편”이라며 “국내 뷰티 시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 일본 등 해외진출에 굉장히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로레알그룹의 미래성장 키워드인 ‘코-크리에이션(KO-Creation)’도 코리아(Korea)와 창조(creation)을 합쳐 만들었다. K-뷰티 트렌드에 맞춰 국내 기업과 협력을 늘리고 한국을 세계 뷰티산업의 산실로 삼아 성장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로레알 관계자는 “한국은 전자기기, 반도체 등 하드웨어 기반의 제조 산업 선두주자로, 현재는 디지털, 데이터, AI 분야까지 산업을 이끌고 있다”며 “한국은 하드웨어와 디지털 전문성이 결합해 시너지를 냄으로써 새로운 뷰티테크의 길이 열리고 있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스타트업은 뷰티 테크 시장 개척을 위한 중요한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의 잠재력과 영향력은 북아시아를 넘어 전세계까지도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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