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에서 한국이 부담할 비용을 정하는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방위 분담금을 더 많이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타임지가 30일(현지 시각) 보도한 트럼프와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트럼프는 아시아에 주둔한 미군에 대해 “우리는 위험한 위치에 4만 명(실제로는 2만8500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며 “말도 안 된다.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나. 지금 우리는 매우 부유한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말한 ‘위험한 위치’, ‘매우 부유한 나라’는 한국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9년, 방위 분담금을 전년보다 6배 인상할 것을 요구하면서 한국을 압박한 전례가 있다. 당시 외신은 트럼프가 한국으로부터 방위 분담금으로 50억달러(약 6조9000억원)를 받지 못하면 미군을 철수하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결국 한미 양국은 트럼프 정부 당시 방위 분담금을 결정하지 못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에야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이에 대해 타임지는 “트럼프는 북한 김정은 정권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이 미군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군대를 철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재임 시절 때처럼 방위 분담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뜻이다.
한미 양국은 정기적으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해 방위 분담금을 정한다. 한미 양국은 지난 23일부터 25일에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1차 회의를 가졌다. 제12차 회의는 오는 2026년부터 적용될 협정을 위한 것이다. 현재 적용 중인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 동안 적용된다. 통상 차기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기한 만료를 1년여 앞두고 진행되지만, 이번에는 2년 가까이 남겨둔 상황에서 시작했다. 이처럼 방위비 분담 협상을 조기에 시작한 것은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놓은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한미 양국이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타결해도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미국 측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공격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도 “나는 그들이 지불하기를 원한다”며 “만약 돈을 내지 않을 것이라면 당신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you’re on your own)”고 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2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선거유세에서 나토 회원국 지도자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러시아가 공격하면 나토 동맹들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내총생산(GDP) 2%를 방위비로 부담하지 않는 동맹국에 “나는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동맹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도 방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이에 대해 타임지는 “트럼프의 과거 발언이 거짓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4월 12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클럽에서 1시간 넘게 이뤄졌다. 타임지는 이와 관련해 4월 27일, 전화로 후속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타임지는 트럼프에게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물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는 “유럽의 지원금이 같아지기 시작하기 전에는 주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이 (전쟁으로)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유럽이 돈을 안 내는데 왜 우리가 내야 하느냐. 우리는 (유럽과 사이에) 바다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타임지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모두 1000억 달러 이상을 각각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에 대해선 “만약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거기에 있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편에 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가자지구 내 전쟁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며 “우리의 일자리를 훔치고, 우리의 부를 훔치고, 우리나라를 훔치는 것을 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은 연간 5000억~6000억 달러를 벌고 있는데 누구도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해선 100% 관세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타임지는 “트럼프는 인터뷰 도중 질문을 회피하거나 모순된 방식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아,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때때로 어려웠다”면서도 “그가 모든 규범을 위반하지만넘지 않은 선은 있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는 대법원 판결을 따르겠냐는 질문에 ‘그러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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