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늘어나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를 위한 재활시설 확충에 애를 먹고 있다. ‘마약’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부정적이다 보니 재활시설도 주민 반발로 들어설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 역시 안팎에서 잡음으로 겨우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재활을 희망하는 마약류 중독자들이 갈 곳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에 개소하려던 ‘마약중독재활센터’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운영 주체인 식약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지난 2월 센터 근무 인력 채용 공고까지 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무산됐다. 당시 지역 주민들은 구청과 시청,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센터 설치를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설립 무산은 지난 4·10 총선까지 겹쳤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에 나선 당시 후보들은 앞다퉈 ‘중독재활센터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정부가 마약류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 중인 중독재활센터 설립도 난항이 예상된다. 식약처는 전국 17개 시도에 마약류 중독재활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서울 서부와 부산, 대전, 인천까지 총 4곳이 마련됐다. 지역 마약퇴치운동본부 한 관계자는 “마약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부정적이다 보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민간 상황은 더 심각하다. 현재 국내서 민간 마약재활센터는 다르크(DARC·약물중독재활센터)가 유일하다. 전국 총 5곳이 있었지만, 현재 2곳만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경기에 이어 올해 1월 대구 지역에서도 폐쇄했다. 재활시설 한 관계자는 “수도권도 마찬가지겠지만, 지방에서도 재활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시각이 많다 보니 운영이 쉽지 않다”고 했다.
민간 시설은 정부가 운영하는 센터보다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주거형 재활시설로 운영해 24시간 관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상담만 하는 프로그램보다 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재활 시설 확충이 더뎌지는 사이 국내 마약류 사범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국내 마약류 사범은 지난 2017년 1만4123명에서 지난해 역대 최고인 2만7671명까지 늘었다. 국내 마약류 사범이 2만명을 넘어선 것은 통계작성 30년 만에 처음이다. 전체 마약류 사범 가운데 30대 이하 젊은 층이 약 60%에 달한다.
재활 시설 확충과 함께 폐쇄 병동 같은 마약류 중독자 치료 시설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마약 중독자를 실제 치료하는 기관은 인천 참사랑병원과 경남 국립부곡병원 2곳에 불과하다.
한부식 김해 다르크리본하우스 센터장은 “약을 하고 있는데 입소하면 해결 방법이 없다”며 “폐쇄 병동에서 우선 버텨낸 뒤 재활시설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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