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 및 영화 산업 분석가가 2000년부터 수익이 높았던 헐리우드 영화 수백 편을 분석한 결과, 2000년과 비교해 2023년에 영화 속 성적인 장면이 40%나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영화 산업 분석가 스테픈 팔로스가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의뢰로 2000년부터 매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 250편을 분석해 공개한 결과를 보면 영화 속 성적인 콘텐츠의 양은 2000년 이후 하락 추세를 지속했다.
2023년 개봉한 수익 상위 250편 영화들이 포함하고 있는 성적인 콘텐츠 양은 같은 기준 2000년 개봉작의 60%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장르별로 보면 이 기간 동안 액션 영화에서 성적인 장면 감소폭이 70% 가량으로 가장 컸고 스릴러에서도 절반 가량으로 감소했으며 로맨스 영화의 경우는 20% 미만으로 감소했다.
2000년엔 수익 상위 250편 영화 중 성적인 콘텐츠를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은 영화가 약 18%에 불과했지만 2023년엔 그 비율이 46%로 뛰었다. 반면 성적인 장면과 함께 ‘선정적’인 것으로 분류되는 다른 콘텐츠들인 폭력, 약물, 욕설 장면의 양은 이 기간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팔로스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배경으로 성적인 장면에 대한 문화적 규범이 변화한 것을 꼽았다. 성적인 장면에서 성별이 재현되는 방식과 동의에 대한 사회적 운동 및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제작자들이 관련 장면에 더 신중하게 접근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성폭력 피해 폭로 연대 행동인 미투 운동(#MeToo)의 확산으로 영화 속 성적인 장면을 조율하는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헐리우드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영상 업계 여성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수십 년간의 성폭력 폭로로 미투 운동에 불이 붙었다.
팔로스는 과거 영화에서 묘사되던 성적인 장면이 주로 남성의 시선(male gaze)으로 재현돼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러한 장면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특히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장르로 여겨지는 액션과 스릴러에서 성적인 장면이 감소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최근 영화는 “보다 진정성 있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섹슈얼리티를 묘사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Z세대’ 젊은층이 방송과 영화 내 성적인 장면에 관심이 적은 것으로 보이는 점도 이러한 콘텐츠 감소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0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가 10~24살 미국 청소년 1500명을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3~24살 응답자의 47.5%가 대부분의 텔레비전(TV) 프로그램과 영화 구성에서 성적인 콘텐츠가 필요하지 않다고 봤다.
TV 프로그램과 영화에서 보고 싶은 주제를 고르라는 질문에서 10~24살 응답자들은 21개 주제 중 ‘성관계나 로맨스 콘텐츠’를 하위권인 13위로 꼽았다. 오히려 ‘성관계나 로맨스가 포함되지 않은 콘텐츠’가 7위에 올랐다. 성적인 내용이나 로맨스보다는 우정(5위), 가족 관계(6위) 관련 콘텐츠의 순위가 높았고 1위는 ‘역경을 이겨내며 희망을 주는 콘텐츠’였다.
성적 콘텐츠를 원하는 관중이 영화가 아닌 인터넷 음란물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 점, 영화 산업이 글로벌화 되며 노골적인 성적 콘텐츠가 포함될 경우 다른 나라에서 검열 및 연령 제한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이러한 콘텐츠 감소의 이유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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