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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내년에 여러분들이 올 수 있기를 바라는 것 뿐 만이 아닙니다. 제가 올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93세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4일(현지 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질의응답의 마지막을 이같은 농담으로 마무리하자 투자자들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올해 주총은 버핏의 ‘영혼의 단짝’이라 불리던 찰리 멍거 버크셔 부회장없이 열린 첫 주총이었다. 멍거 부회장은 작년 11월 99세로 별세했다. 멍거 부회장의 공백에 대한 세간의 우려와 자신에게도 고령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거부하지 않고 농담으로 받아냈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돈 관리에 있어서 세상에서 찰리보다 대화하기 좋은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버핏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자신이 2021년 후계자로 지명한 그레그 아벨 버크셔 비보험 부문 부회장과 나란히 앉았다. 그러나 후계자인 아벨 부회장이 차기 최고경영자를 맡으면서 투자 종목 선정까지 하게 될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날 버핏 회장은 아벨 부회장이 버크셔의 주식 포트폴리오 운영 등 향후 투자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버핏 회장은 멍거 부회장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이번에서 인공지능(AI)과 애플 등 첨단 산업을 포함해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했다. 버핏 회장은 핵무기를 램프에서 꺼낸 요정에 비유하고서는 AI도 핵무기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정의 힘이 나를 정말 두렵게 한다”며 “나는 요정을 다시 램프에 집어넣을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데 AI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AI가 만든 자신의 이미지를 화면에서 봤다면서 “난 아마 어느 이상한 나라에 있는 나 자신에게 돈을 송금할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AI를 활용한 사기가 “성장 산업”(growth industry)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버핏 회장이 본인의 이미지조차 그 진위를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AI 기술이 정교하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이다.
애플에 대해서는 지난 분기 보유 애플 주식의 약 13%를 매도했지만 “여전히 좋은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버크셔는 일부 지분을 매각한 뒤 지난 3월 말 기준 1354억달러(약 184조원)어치의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정말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레그가 이 회사를 넘겨받을 때도 애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코카콜라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버크셔해서웨이의 새로운 투자처로 캐나다 지역의 기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분명히 캐나다에는 미국 만큼 대기업이 많지는 않다”면서도 “버크셔의 참여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버핏은 주주 서한에서 버크셔해서웨이의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할 수 있는 규모의 미국 기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일본 상사에 투자하고 있는 버핏 회장이 캐나다로도 시야를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구체적인 기업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현재 하나(one thing)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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