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부채의 늪’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때문에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신용카드 빚을 내고 연체하는 현상이 악순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용조사기관 트랜스유니언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4분기 기준 22~24세 미국인들의 평균 신용카드 대금은 2834달러(약 385만원)로 10년 전인 2013년(2248달러)보다 26%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찰스 와이즈 트랜스유니언 글로벌 연구 책임자는 “Z세대는 10년 전 밀레니얼 세대보다 더 심각하게 재정적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신용카드를 사용한 뒤 일시납을 해도 되고 알아서 분할 납부를 해도 된다. 분할 납부 시 한 달에 지불해야 하는 최소 금액은 50달러 정도다. 지난달에 결제한 금액을 다 갚지 않아도 최소 금액만 내면 한도가 되는 한 계속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월급으로는 생활비가 감당이 안 돼 신용카드를 쓰는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카드 빚만 늘어나는 셈이다. 아드리아나 쿠빌로(26)는 WSJ에 “1년 만에 월세가 1000달러에서 1200달러로 오르는 동안 월급을 그대로였다”면서 “식료품과 강아지 사료 등은 신용카드로 내고 있는데, 현재 신용카드 대금이 1500달러지만 한 달에 50달러씩만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젊은 사람들이 부채의 늪에 빠진 이유는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는 고공 행진하는데, 연봉은 미미하게 오르면서 생활비 감당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의 평균 연봉은 2023년 6만 달러로, 3년 전인 2020년(5만8858달러)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미국 근로자 월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월세는 지난 4년 동안 2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 방송도 미국 젊은이들의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BBC 방송에 따르면 비영리 조사기관인 퓨리서치는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한 30대 초반의 비율은 3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20대에서도 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라며 “30~34세 미국인 중 20%는 생활비를 위해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WSJ은 Z세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작과 함께 빠른 속도로 신용카드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빈티지스코어의 데이터에 따르면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27세 이하 소비자 중 거의 5%가 2020년 3월에 하나 이상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이런 상황은 젊은 세대들의 장기적인 인생 목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은 “빚이 많은 젊은 층은 신용카드 연체율도 높다”면서 “이런 상황 때문에 주택 소유와 결혼을 포함한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지연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제학자들은 지적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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