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을 맞아 “러시아에 대한 어떤 위협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오전 10시 수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79주년 전승절 행사에서 “오만한” 서방 국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이 나치 독일을 물리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잊고서 전 세계를 분쟁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나치 독일이 항복한 1945년 5월 9일을 전승절로 지정하고 해마다 열병식을 포함한 기념행사를 열어 승리를 자축해 왔다.
7분 남짓 이어진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세계의 충돌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지만, 동시에 누구도 우리를 위협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전략군은 항상 전투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AF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전략 핵무기가 가동준비 상태임을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과 관련해 “나치즘에 맞선 실존적 전투”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를 ‘나치 정권’으로 규정하고, 이런 세력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을 해방해야 한다는 점을 전쟁 명분으로 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면서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 대해선 “전 세계적으로 전쟁을 자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핵 전력은 항상 준비가 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전승절 기념식은 의장대 행진으로 시작해 열병식을 진행했다. 열병식에는 9000명의 군인, 옛 소련의 주력 전차인 T-34 등 70여종의 무기가 동원됐다. 공군 소속 전투기가 러시아 국기 색깔인 흰색, 파란색, 빨간색 연기를 내뿜으며 곡예비행을 하는 것으로 열병식은 마무리됐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 끝에 “러시아를 위해! 승리를 위해!”라고 외치며 수천명 군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전승절 행사에는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쿠바, 기니비사우 등 러시아와 우호관계인 국가 정상들이 참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푸틴 대통령에게 전승절 축전을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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