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멀리 광주까지 응원 와주신 팬 여러분들의 열띤 응원 덕분에 연승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언제나 감사드린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9연승을 질주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두산은 1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8-5로 이겼다. 5위 두산은 선두 KIA를 꺾고 시즌 성적 25승19패를 기록하면서 단숨에 3위로 올라섰다. 2위 NC 다이노스(23승17패1무)와는 경기차 없이 승률 7리 차이가 나고, 선두 KIA(25승16패)에는 1.5경기차까지 따라붙었다.
4월까지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상승세다. 두산은 4월까지 시즌 성적 16승17패 승률 0.485로 6위에 머물렀다. 외국인 원투펀치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이 동시에 이탈한 악재 속에 곽빈, 최원준, 김동주 등 국내 선발진까지 고전한 여파가 컸다. 불펜에서는 마무리투수로 낙점했던 정철원과 기존 필승조였던 김명신이 지난 시즌들의 여파로 과부하가 걸려 있었고, 타선도 시즌 초반부터 불을 뿜었던 강승호를 제외하면 꾸준한 폭발력을 보여주는 중심타자가 눈에 띄지 않았다. 한때는 8위까지도 떨어졌던 이유다.
5월 들어 두산은 180도 다른 팀이 됐다. 두산은 5월 성적 9승2패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팔꿈치 염좌로 이탈한 알칸타라는 아직이지만, 브랜든이 복귀해 에이스 임무를 톡톡히 해내고 있고 곽빈이 자기 페이스를 완전히 되찾은 게 고무적이다. 최원준과 최준호도 안정적인 피칭으로 연승 흐름을 타는 데 큰 힘을 보탰다. 불펜에서는 홍건희, 김택연, 최지강, 이병헌, 김강률, 박치국 등의 공이 컸다.
타선 역시 5월 들어 리그에서 가장 뜨겁다. 양의지와 헨리 라모스, 허경민까지 주축 타자 3명이 5월 들어 타율 4할 이상을 기록하면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강승호와 조수행, 김기연 등도 두산의 화력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감독은 경기에 앞서 팀이 연승 흐름을 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안심하는 순간 위기가 오더라.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연승하고 있지만, 경기마다 이기려 노력하고 있다. 후반기에 (최)승용이가 들어와야 하고, (정)철원이도 2군에 있고, 알칸타라도 전력이 아니다. 지금 베테랑들도 많아서 그 선수들이 1년을 풀로 뛰려면 로테이션을 돌려야 한다. 고민이 많지만, 지난해보다는 밸런스를 맞춘 것 같아 좋아진 것 같다. 계속 긴장하면서 경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선발투수 브랜든의 호투가 돋보였다. 브랜든은 6이닝 84구 6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5승(2패)째를 챙겼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1.59에서 1.80으로 약간 올랐으나 시즌 5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자기 몫을 다했다. 직구(36개)와 커터(21개), 스위퍼(17개), 체인지업(9개), 커브(1개)를 섞어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 평균 구속은 145㎞였다.
브랜든은 역대 베어스 투수 원정 연승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7월 6일 포함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이날까지 원정 10연승이다. 종전 기록은 1982년 박철순(구원승 4승 포함), 2007년 다니엘 리오스, 2011~2012년 더스틴 니퍼트(이상 선발 10연승)다. 리그 기록은 1985~1986년 삼성 김일융의 16연승이다.
타선은 장단 15안타로 KIA 마운드를 두들겼다. 3번타자 강승호가 맹타를 휘둘렀다.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으로 활약했다. 6번타자 김재환 역시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양의지와 양석환, 라모스 등 나머지 중심타자들도 고르게 타점을 올리면서 최근 물오른 타선의 힘을 보여줬다. 테이블세터 정수빈과 허경민은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강승호는 1회 무사 1, 2루에서 좌월 3점 홈런을 터트리면서 3-0 리드를 안겼다. 브랜든이 2회 나성범에게 추격의 투런포를 허용해 3-2가 됐지만, 5회 3점, 7회 2점을 추가하면서 8-2로 달아났다.
9회 불펜들의 마무리가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이 감독은 6점차로 앞서자 9회 좌완 이교훈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교훈은 지난 11일 올 시즌 처음 1군의 부름을 받았고, 12일 잠실 kt 위즈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교훈은 선두타자 김선빈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태군에게 좌중월 투런포를 얻어맞아 8-4로 좁혀졌다. 이교훈은 2사 후 최원준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김명신과 교체됐다. 김명신은 이우성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2사 1, 2루 위기를 이어 갔고, 결국 두산은 마무리투수 홍건희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홍건희가 최형우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8-5까지 쫓겼으나 더는 실점하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이 감독은 “오늘(14일)도 타선이 초반부터 집중력을 보여주며 승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1회 정수빈-허경민 테이블세터가 출루에 성공했고, 강승호가 좋은 스윙으로 홈런을 때려내며 리드를 잡았다”고 평했다.
이어 “5회 1점차 근소한 스코어에서 리드를 벌린 양의지의 적시타와 김재환의 홈런도 결정적이었다. 7회 타점을 올린 양석환과 라모스도 칭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운드와 관련해서는 “선발투수 브랜든이 2회를 제외하면 큰 위기 없이 6이닝을 채웠다. 또 한번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몫을 완벽히 해냈다. 위기 상황에 등판해 단 5구 만에 존재감을 보여준 김택연도 큰 역할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두산은 선두 KIA와 이번 시리즈 남은 2경기에서 얼마나 더 거리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경기는 최원준을 앞세워 10연승에 도전한다.
이 감독은 “멀리 광주까지 응원 와주신 팬 여러분들의 열띤 응원 덕분에 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언제나 감사드린다”며 더 위를 바라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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