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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 5기’의 첫 해외 순방지로 중국을 찾자 일각에서는 그가 방중 일정을 계기로 북한을 깜짝 방문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돌았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17일 중국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소화한 후 곧바로 러시아로 돌아갔다. 이에 러시아와 북한의 최근 밀착을 달가워하지 않는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9일(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중과 맞물려) 북한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는 추측이 외교가에서 퍼졌다”며 “이는 중국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가장 중요한 파트너 2명인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방문할 경우 북·중·러 ‘삼각동맹’에 대한 서방의 우려가 심화돼 결과적으로 중국이 외교적으로 더 고립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추측은 푸틴 대통령이 방중 일정의 마지막 행선지로 북한과 740km가량 떨어진 하얼빈을 택하면서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평양을 찾지 않고 곧장 귀국했다. WSJ는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지 않은 데 중국 정부의 압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도 “그간 중국은 러시아측에 북한을 포함한 ‘삼각동맹’보다는 중러 간 양자 동맹의 발전을 더 선호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미국 중심의 서방 질서에 대항하는 권위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동맹 관계를 형성했지만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쑨윈 중국프로그램 국장은 “중국은 3국 간 협력이 부각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예측할 수 없는 2명의 파트너들의 틈에 갇히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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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에게도 더 큰 경제적 지원이 가능한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우선 순위라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에는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신임 국방장관이 동행했는데 이는 양국 간 군사 협력이 주된 의제로 논의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존 에버라드 전 북한 주재 영국 대사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북한으로부터 제공 받을 수 있는 지원이 한정적”이라며 “경제 지원이 가능한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에 대해서도 “북한은 푸틴에게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라며 “최근의 북러 밀착은 일시적인 ‘외도 관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평양에 방문하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초대를 수락한 만큼 조만간 그의 방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구체적인 방북 일정은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 방문을 위한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연내 북한을 답방한다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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