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목숨을 앗아간 헬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두고 이란과 미국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란 측은 오랜 기간 이뤄진 국제 제재로 인해 부품 조달을 못하게 만든 미국 측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물었고, 미 당국은 악천후 속에서 이동을 강행한 이란 책임이라 맞받아 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라이시 대통령이 사고 당시 미국산 벨-212 헬기를 타고 있었다면서 “기술적 고장(technical feailure)으로 발생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순교했다”고 긴급 타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사고 헬기가 수십 년 전 도입된 노후 기종이라는 추측과 함께 이란이 자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헬기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가디언지(Guardian)는 같은 날 이란 당국이 다양한 헬기를 운용 중에 있으나 오랜 기간 국제 제재가 이뤄지면서 헬리콥터의 부품을 제대로 수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비 문제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범아랍 매체 알자지라는 또한 해당 사고 헬기가 수십 년이 된 기종이라는 주장과 함께 이른바 ‘저항의 축’에 대한 이란의 지원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가 새 항공기 취득을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45년 전 시작된 미국의 첫 대(對)이란 제재 이후 이란 경제는 지속 타격을 입어 왔다”면서 “특히 그 중 이란 항공사들의 타격이 가장 컸다(impacted)”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1979년 시행된 제재 이후 새 비행기를 수입할 수 없게된 이란의 항공 산업은 상당한 피해를 입게됐다.
이 때문에 1980년대를 시작으로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 걸친 치명적인 항공기 사고가 급증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해당 제재는 이란이 10% 이상의 미국산 부품으로 제작한 모든 비행기나 항공기 장비를 수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란이 서방의 새 비행기 또는 헬리콥터를 구입할 가능성은 사실상 배제됐을뿐 아니라 노후화된 항공기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면서 “일부 러시아 제트기들 또한 미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어 러시아 정부와의 긴밀한 유대관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19년 기준 이란 항공사에서 운항하던 비행기 중 절반 이상이 가용할 수 없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분석 결과, 2019년 4월 기준 총 23개 이란 항공사가 교체 부품 대기로 인해 자국에서 300대 중 156대의 비행기만을 운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가 오는 6월28일로 확정됐다.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헌법 관련 조항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으며 대선 후보자 등록은 이달 28일 마감된다고 밝혔다.
그전까지 헌법에 의거해 모하마드 모크베르 수석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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