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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이 20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부를 상대로 나란히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유럽이 분열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동일한 혐의로 체포 영장이 청구됐을 때와는 다른 흐름이다.
20일 영장 청구 직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발 속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도 테러단체로 지정된 하마스와 이스라엘 지도부를 한데 묶어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프랑스, 벨기에 등 일부 국가들은 가자지구 전쟁범죄에 대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책임을 모두 물어야 한다며 ICC의 결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앞서 카림 칸 ICC 검사장은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하마스 지도부 야히야 신와르와 무함마드 데이프, 이스마일 하니예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프랑스 외무부는 “ICC의 독립성 및 범죄 불처벌에 맞서 벌이는 싸움을 지지한다”며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향해 벌인 기습 공격과 성범죄 등을 재차 규탄했다.
이어 프랑스는 그동안 이스라엘에도 “가자지구에서 용납 불가능한 수준의 민간인 사상자 규모와 부족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관련해 국제 인도주의법을 엄격히 준수할 필요성에 대해” 경고해왔다며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이스라엘 지도부의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벨기에 하자 라비브 외무부 장관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범죄는 가해자가 누구인지에 관계 없이 최고 수준에서 기소되어야 한다”며 ICC의 결정을 지지했다.
슬로베니아 외무부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쟁 범죄는 모두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독일 외무부는 성명에서 이번 체포영장 청구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지도부를) 동일시하는 잘못된 인상을 줬다”고 비판했으며, 독일은 하마스의 전쟁 범죄 혐의를 규탄하고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체코와 오스트리아 총리도 이날 나란히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국가 소멸’을 목표로 내건 테러 조직인 하마스의 지도자와 민주적으로 선출된 이스라엘 지도부가 한데 묶인 것에 우려를 표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우리가 원하고 있는 휴전이나 인질 구출,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 등을 이루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실효성이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는 지난해 칸 ICC 검사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EU와 영국, 체코 등 유럽 국가들은 영장 청구가 푸틴 대통령의 “전쟁범죄 책임을 묻기 위한 절차의 시작”이라며 잇달아 환영 입장을 낸 바 있다.
한편 이날 칸 검사장이 청구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은 ICC 전심재판부에서 심사를 통해 발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체포영장이 실제 발부될 경우 네타냐후 총리가 실제로 재판받을 가능성은 작지만 외교 행보에는 족쇄가 채워질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ICC 회원국이 아니기에 자국 지도자를 체포·인도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외국의 수도를 방문할 수 없는 지도자를 계속 두고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타임스는 칸 검사장의 수배 추진은 가자전쟁 이후 인기가 하락한 네타냐후 총리가 자국에서 ‘순교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네타냐후)와 이스라엘의 지지자들이 아무리 부당하다고 생각하더라도 ICC 체포영장은 그의 오랜 외교 경력의 끝을 의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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