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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가 여름 여행 시즌을 앞두고 기름값을 잡기 위해 비축유 1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했다.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도로이용이 늘어나는 메모리얼 데이(미국 현충일·5월 27일)와 독립기념일(7월 4일) 기간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북동부휘발유공급저장소(NGSR)에서 휘발유 100만 배럴을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휘발유 가격을 갤런(약 3.78ℓ)당 4달러 이하로 묶고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11월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에 따른 조치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초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했다. 당시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경제학자는 CNN과 인터뷰에서 “기름값 급등보다 경제를 더 급속히 악화시키는 건 없다”며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가고 두세 달 그 상태로 머물면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긴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올해 초 11월 대선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휘발유 가격이라는 걸 보여주는 모델을 발표하고 휘발유 가격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잔디는 이어 “배럴당 85달러나 90달러까진 유가를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90달러를 넘고 100달러에 가까워지면 문제가 된다”며 “소비자들 중에서 특히 저소득 가구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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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자동차협회(AAA) 홈페이지에 따르면 21일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6달러다. 미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갤런당 5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비축유를 대량 방출하고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되면서 갤런당 3달러 초반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해 현재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2년 대량 방출로 비축유 저장량은 1980년 이래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공화당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 때 사용할 전략비축유로 자기 정치를 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터지면서 출렁였던 국제유가는 지난 4월 초 전투가 격화하면서 브렌트유 선물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휘발윳값이 뛰면 인플레이션도 가속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셈법도 복잡해진다. 상품가격은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주는데 특히 기름값이 오르면 가계는 이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휘발유 가격표가 가계의 재정 상태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는 셈이다.
석유컨설팅 기업 개스버디의 애널리스트 패트릭 더 한은 비축유 100만 배럴 방출이 “휘발유 가격에 약간 하방압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미국 전체로 보면 약 2.7시간 쓸 수 있는 분량에 불과하다며 “분석가로서 볼 때 북동부휘발유공급저장소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 19일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사망하는 등 중동발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낙관적 예상을 내놓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개스버디와 리포우의 분석가들은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이 3달러 후반까지 오를 수 있지만 당분간 4달러를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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