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에릭 텐 하흐 감독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
텐 하흐 감독은 이번 시즌 극도로 부진하면서 경질이 임박했었다. 맨유가 지난해 여름 텐 하흐 감독을 지원하기 위해 2억 유로(약 2,968억 원)를 선수 영입에 썼다. 1년차에도 만만치 않은 이적료를 썼던 맨유라 텐 하흐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년 동안에만 4억 유로(약 5,936억 원)가 넘는 금액을 지불했다.
그런데 기대를 모았던 텐 하흐 감독의 2년 차는 심각했다. 프리미어리그 8위에 머물면서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는 커녕 유로파 컨퍼런스리그마저 나가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가장 난이도가 쉽다던 카라바오컵도 16강에서 탈락했다. 기대를 모았던 챔피언스리그 역시 꼴찌로 조별리그서 짐을 쌌다.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25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영국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2-1로 제압했다. 맨유의 열세 평가가 짙었다. 그런데 맨유의 준비성이 더 좋았다. 맨시티가 우세할 것이란 예상을 전반 보란듯이 깼다. 전반 30분 알레한드로 가르나초가 맨시티 수비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맨유는 9분 뒤 추가 득저에 성공했다. 측면부터 문전으로 물 흐르듯이 공격을 전개했고,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절묘한 패스에 이은 코비 마이누의 마무리로 2-0으로 스코어를 벌렸다.
후반 들어 맨시티의 맹공이 펼쳐졌다. 그러나 맨유의 틀어막기가 더 단단했다. 상대 괴물 공격수인 엘링 홀란드를 완벽하게 막아낸 맨유의 수비는 제레미 도쿠에게 만회골만 내주며 경기를 마쳤다. 맨유가 예상을 뒤집고 맨시티를 잡으면서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텐 하흐 감독의 거취가 안갯속이 됐다. 결승전이 열리기 전만 해도 ‘가디언’과 ‘더선’ 등 복수의 영국 언론이 “맨유는 우승하더라도 텐 하흐 감독을 해고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FA컵 결승전이 끝나고 짐 랫클리프 구단주를 향해 텐 하흐 감독을 진짜 경질할지 묻기 바빴다.
텐 하흐 감독은 의기양양하다. 맨시티를 완벽하게 제압한 뒤 “내가 맨유에 처음 왔을 때 엉망이었다. 우리는 계속 발전했고, 우승 트로피를 연달아 획득했다. 2년 동안 2개의 타이틀은 결코 나쁜 성적이 아니”라며 “클럽이 나를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팀으로 가서 우승하면 된다. 그것이 감독의 일”이라고 이별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는 모습이었다.
더불어 ‘스카이스포츠’는 “텐 하흐 감독이 자국인 네덜란드 언론을 통해 ‘이노에스가 모든 걸 바꾸고 나와 함께 재건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인용했다. 이네오스는 랫클리프 구단주가 소유한 기업으로, 새 수뇌부의 뜻이라고 해석될 만하다.
맨유도 우승 감독을 바로 자르는 모습이 이상하다. 그래서 평가 기간을 갖기로 했다. ‘디 애슬레틱’은 “맨유의 고위층은 다음 주부터 텐 하흐 감독의 발전 의지와 개선 방안 등을 살펴볼 것이다. 최선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텐 하흐 감독의 잔류가 확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당장 해고 위험에서 벗어나 재평가를 받는 것만으로도 FA컵 우승 효과는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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