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격한 언행으로 주목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입이 미국 대선이 가까워 질수록 더 바쁘게 움직이는 듯하다. 미국의 현충일이었던 전날도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막말을 쏟아냈다.
2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현충일을 맞아 상반된 메세지를 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지니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메모리얼 데이 기념식에서 “자유는 결코 보장된 적이 없다”며 “모든 세대가 독재와 민주주의, 소수의 탐욕과 다수의 권리 사이의 전장에서 이를 위해 싸우고 지켜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민주주의는 정부 체제 그 이상”이라며 “이것은 미국의 영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자신이 현충일에 참배하는 사진을 올리고 “우리는 참전용사를 결코 대체할수도 보답할 수 없지만, 항상 기억할 수 있다”며 추모의 메세지를 남겼다. 하지만 다음 게시물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그는 다음 게시물에서 “위대했던 나라를 파괴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인간 쓰레기(human scum)’와 급진 좌파, 나를 증오하는 뉴욕 연방 판사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행복한 현충일”이라고 조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캠프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처럼 과거의 미국은 위대했지만 현재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해당 글에서 그는 성추행 피해자인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 관련 사건(루이스 캐플런 뉴욕남부연방지법 판사), 자산 부풀리기 사기 대출 사건(아서 엔고론 뉴욕 맨해튼지방법원 판사),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후안 머천 뉴욕 맨해튼형사법원 판사)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주 열린 비공개 모금행사에서 재선 시 외국인 학생들을 추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후원자들에게 자신이 재선에 성공하면 최근 대학 캠퍼스에서 물밀듯이 일어나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강제 해산하겠다며 “난 어떤 학생이든 시위하면 미국 밖으로 추방하겠다. 알다시피 (시위대에) 외국인 학생이 많은데 그들이 이 말을 들으면 얌전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후원자가 ‘대학에서 시위하는 학생과 교수 다수가 언젠가 미국에서 힘 있는 자리를 맡을 수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자 시위대를 “급진적인 혁명”으로 규정하고서 이를 막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뉴욕 경찰이 컬럼비아대 시위를 해산한 것을 칭찬했으며, 다른 도시들도 이처럼 행동해야 한다면서 “(시위를)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수차례 외국인들을 향한 차별적 발언을 이어왔다. 그는 “내 생각에 그들은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민자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했다. 또한 자신이 재집권하면 그 즉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 추방 작전’을 실시할 것이라며 1950년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의 대규모 이민자 추방 정책을 그 모델로 제시했다. 당시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군 병력을 동원해 이주 노동자들을 대거 강제 추방했으며, 그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2021년 1월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켜 수감 중인 지지자들에게는 ‘애국자’, ‘인질’이라는 단어를 쓰며 경의를 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침울한 현충일 메시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린 선동적인 메시지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격한 게시물은 그가 국가 지도자로서의 행동 규범을 따르지 않을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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