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 모사드 전 국장이 국제형사재판소(ICC) 전 검사장에게 팔레스타인 내 전쟁 범죄 수사를 포기하라고 협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28일(현지 시각) 영국 언론 가디언은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모사드를 이끌었던 요시 코헨(59) 전 국장이 파투 벤수다 당시 ICC 검사장에게 압력을 가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감비아 출신의 무슬림인 벤수다 전 검사장은 2015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에서 자행된 전쟁 범죄와 반(反) 인도 범죄 혐의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크게 반발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측근인 코헨이 이듬해 모사드 국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코헨 전 국장은 벤수다 전 검사장을 설득해 해당 조사를 중단시키려고 시도했다는 게 가디언이 취재한 소식통들의 주장이다. 당시 코헨 전 국장은 2017년 뮌헨안보회의에서 처음으로 벤수다 전 검사장과 접촉했고, 2018년에는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기습 방문해 벤수다 측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조제프 카빌라 당시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과 회의하던 벤수다 전 검사장을 남기고 ICC 관계자 모두를 내보낸 방에 코헨 전 국장이 불쑥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코헨 전 국장의 행동은 ICC가 이스라엘군 장병을 기소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명분 아래 고위급의 승인을 받아 진행됐다는 게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의 설명이다. 한 소식통은 코헨 전 국장이 네타냐후 총리의 ‘비공식적 메신저’ 역할도 도맡았다고 전했다.
당초 코헨 전 국장은 벤수다 전 검사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친(親)이스라엘 인사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우선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9년 말 벤수다 전 검사장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 혐의에 대한 전면적 수사에 나설 근거를 확보했다고 발표하면서 2021년 모사드 국장직을 내려놓을 때까지 코헨 전 국장의 이른바 ‘위협적 언행’이 이어졌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당시 벤수다 전 검사장이 ICC 고위 당국자들고 공유한 상황을 전한 한 소식통은 “(코헨이 벤수다에게) 당신은 우리를 도와야 하고 우리가 당신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당신은 스스로와 가족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상황에 놓이길 원치 않을 거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가디언은 벤수다 전 검사장의 남편을 몰래 찍은 사진을 보여주거나 남편의 발언 중 문제가 될 법한 발언을 녹취해 외교가에 유포하는 등 벤수다 전 검사장에 대한 신임·신뢰도를 깎아내리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측은 가디언의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관련 질의에 대해 “우리에게 전달된 질문들은 이스라엘에 피해를 줄 목적이 담긴, 거짓되고 근거없는 많은 의혹들로 가득 차 있다”고 답했다.
한편 ICC는 지난 2021년 요르단강 서안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영토에 ICC 사법 관할권이 미친다고 판결했다. 벤수다 전 검사장은 그 직후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서 이뤄진 전쟁범죄 수사를 공식 개시한다고 발표하고 3개월 뒤 임기 만료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해당 수사는 카림 칸 현(現) ICC 검사장이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한 것을 계기로 해당 수사를 본격화했다. 그 결과 칸 검사장은 지난 20일 네타냐후 총리와 하마스 지도부 등을 상대로 전쟁범죄 등 혐의로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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