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내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석유재벌 등 억만장자들을 향해 감세 등을 내세워 노골적인 고액 후원을 압박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법 비용 부담으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간 후원자들과 접촉을 꺼리던 태도를 완전히 바꿔 노골적으로 천문학적 금액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석유재벌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초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석유회사 경영자들을 만나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 규제 폐기를 약속하며 자신의 재선을 위해 10억달러(약 1조36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 덕분에 이들이 피할 과세와 규제를 고려하면 10억달러 지원은 좋은 ‘거래(deal)’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달 또 다른 고액 후원자 모임에서는 한 기업인이 자신에게 100만달러를 후원하고 오찬을 함께하기를 원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그와 식사를 하지 않았다”며 “여러분은 2500만달러(약 340억원)는 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다른 기업인은 공화당에 200만~300만달러 정도를 후원했다”며 25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 정도는 지원해야 “매우 기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시절 이뤄 놓은 ‘부자 감세’를 2025년 종료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바이든은 감세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은 역사상 최대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면서 이를 피하는 방법은 자신의 재선에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에는 정치 자금 요청 자체를 하지 않으려 했고, 2020년 대선의 경우 마지못해 후원 행사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필요악’ 정도로 여겨 왔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방송 토론 당시 “개별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로비스트, 고액 후원자들이 정치인들을 통제하고 있다”며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나만이 이 체계를 고칠 유일한 사람”이라며 이 같은 고액 후원을 통한 은밀한 거래 관행을 ‘씨를 말릴 구태’로 규정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원금 모금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2500만달러 더 많은 7600만달러(약 1033억원)를 거둬들인 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공이 절대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심지어 누가 얼마나 후원금을 냈으며, 석유회사를 비롯해 부동산, 금융 등 어떤 집단들이 고액 수표를 그에게 지원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지켜보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은 사실상 정치자금법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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