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숙소로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서울을 택했다. 앞서 2022년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도 해당 호텔에서 1박 2일간 묵은 바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무함마드 대통령은 이번 방한 기간 롯데호텔 서울의 최상위 객실인 이그제큐티브 타워 32층 로열 스위트룸에서 묵었다. 460㎡(약 140평) 규모에 전용 엘리베이터를 갖춘 이 객실의 하루 숙박료는 30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앞서 빈살만 왕세자도 같은 객실을 이용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롯데호텔 서울은 유동 인구가 많고, 주변에 고층 건물이 많아 국빈급 인사를 경호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서울 단일 호텔 중 가장 많은 객실(1015실)을 갖춘 데다 두 동으로 나누어진 호텔의 구조, 위치 등을 이유로 선호되기도 한다.
앞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팜 민 찡 총리를 비롯해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창업자 등이 롯데호텔 서울을 이용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빈 방문은 해당 국가 대사관에서 숙소를 선정하면 우리 정부가 숙박비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행원 규모와 방한 목적 등이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통령과 같은 국가 원수 경우 외교, 의전, 경호 관계자 등을 포함한 방한단 규모가 수백 명에 달하기 때문에 호텔 규모가 클 수록 유리하다. 앞서 방한한 빈살만 왕세자는 롯데호텔 서울의 객실 400여 개를 2주간 빌렸다.
한 호텔 관계자는 “과거엔 국빈 방문 시 기존 예약이나 행사 등을 취소하고 VIP 일정을 맞추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 방한단은 기본적으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롯데호텔의 객수가 많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미팅에 용이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지목된다. 서울 중심 업무 지구인 을지로와 관광과 쇼핑의 메카 명동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데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각 국가기관으로의 이동도 용이한 곳에 위치해 각종 행사와 미팅을 진행하기 편리하다는 평가다.
이번 방한에서 무함마드 대통령은 삼성과 SK·현대자동차·한화·CJ·HD현대·GS·효성 등 재계 총수들을 비롯해 엔씨소프트와 하이브, 무신사 등 정보통신기술(ICT)·엔터테인먼트·패션 기업 대표들과 차담회를 가졌다.
도심 중앙에 있지만, 호텔이 메인 타워(본관)와 이그제큐티브 타워 두 동으로 나누어져 있어 경호가 용이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각 호텔의 출입구와 차량 진입로가 달라, 국빈이 머무는 이그제큐티브 타워만 별도로 관리할 수 있다.
이번 무함마드 대통령 방한 때도 롯데호텔 서울은 메인 타워는 정상 운영하면서 이그제큐티브 타워 출입구에만 흰 가림막을 세우고, 장갑차를 배치해 출입을 통제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앞서 방한한 빈살만 왕세자가 같은 호텔의 객실에서 묵은 만큼 방한단이 호텔의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국빈 방문단은 대규모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행사에 견줄 정도로 규모가 크며, 까다로운 요구사항이 많은 편”이라며 “앞서 여러 국빈 방문단을 위해 이그제큐티브 타워 분리 운영과 각종 컨벤션 행사 관련 연회장 제공 등 일반 호텔에서는 충족하기 어려운 점들을 만족시켜 관계자들의 호평을 샀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중국 등 국가 원수들은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숙소를 선호하는 편이다.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가 서울신라호텔이 대표적이다. 이들 호텔은 고지대에 위치해 접근성이 낮고 주변에 호텔보다 높은 건물이 없어 경호에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의 경우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3세 국왕 등이 묵었다. 미국 호텔 체인인 만큼 미국 정치인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서울신라호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등 중국 정치인이 묵었다. 최근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차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도 같은 호텔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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