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물교환의 비효율성을 없애기 위해 화폐는 시작됐고 그 시대에 맞는 모습이나 형태로 다양성을 가지며 인류 역사와 함께 오랫동안 함께 해왔다. 그리고 현대에 이른 화폐는 마치 손바닥 안 박물관처럼 한 나라의 문화나 특성, 자연, 역사 등 그 나라 고유의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간편결제나 카드 사용률이 증가하면서 지폐나 동전의 사용률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실물 화폐가 갖고 있는 영향력은 여전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는 화폐, 그 속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아보자.
화폐가 만들어지는 과정
사진 : 유튜브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는 매년 발행량, 환수량, 폐기량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 후 한국조폐공사에 화폐 제조를 발주한다. 그러면 충남 부여의 제지본부에서 지폐 인쇄에 필요한 특수 종이를 제작한다. 사실 지폐는 종이가 아닌 목화 섬유로 만드는 것으로, 일반 종이보다는 더 유연하고 질긴 것이 특징이다. 특수 가공 처리를 한 목화 섬유는 경북 경산의 화폐본부로 이동한 후 본격적인 지폐 제조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배경과 숫자, 그림, 위조 방지 요소 등 지폐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인쇄되는데 5만 원권의 경우에는 무려 15개의 특수 가공, 기법을 통해 위조를 방지할 수 있도록 굉장히 디테일하게 만들어진다. 지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5만 원권의 경우 총 8단계의 인쇄와 건조, 마지막으로 검수까지 약 40일 정도가 소요된다. 지폐는 가장 먼저 한국은행으로 이송되고 이후 시중 은행을 통해 우리가 사용하게 된다. 그에 비해 동전은 현대화된 생산 라인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모두 자동화된 정밀 계측기로 만들어지며 30분이면 완성된다.
화폐의 수명
화폐에도 물론 수명이 존재한다. 여기서 말하는 수명이란 한국은행에서 신권이 발행된 뒤 시중에서 유통되다가 훼손돼 환수될 때까지 걸린 기간을 말한다. 우리나라 지폐는 목화 섬유를 원료로 만들기 때문에 최대 5,000번 이상을 접었다 피더라도 잘 찢어지지 않는 내구성을 갖고 있지만 그 지폐가 얼마나 통용되고 있는지, 즉 시장에서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지, 화폐 사용 습관 등 따라 수명이 달라진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9년 은행권 유통수명 추정 결과’ 자료를 보면 5만 원권은 13년 6개월, 1만 원권은 10년 7개월, 5천 원권은 4년 1개월 1천 원권은 4년 5개월이었다. 신용카드와 간편결제와 같이 지폐를 사용하지 않는 결제 방식이 증가하면서 유통수명이 길어진 편이다.
화폐에는 왜 사람 얼굴이 많을까?
전 세계적으로 각 나라 화폐의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 사람 얼굴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물론 가상 인물을 넣은 화폐나 자연을 그린 화폐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역사적 인물을 넣어 화폐를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선정한 인물이 화폐 속 인물이 되는데 보통 뛰어난 업적을 남겼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았던 인물을 선정한다. 역사 속 중요한 인물이 화폐 속에 있다는 것은 결국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압축해 표현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위조 방지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위조를 위해서 다양한 기법이 사용되는데 인물 표현은 다른 문양이나 형태보다 훨씬 더 섬세함을 강조하므로 위조가 어렵다.
화폐 특유의 냄새는 무엇일까?
지폐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특히 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폐일수록 그 냄새가 유독 강한데 과연 그 냄새는 무엇 문일까? 특수 가공 처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목화 섬유 자체는 향이 무향에 가깝기 때문에 냄새의 출처는 잉크 자체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는데 한국조폐공사에 의하면 지폐는 여러 단계의 인쇄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데 각 과정마다 특수 잉크를 혼합 및 사용하고 인쇄와 건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향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훼손된 화폐 교환이 될까?
불에 타거나 찢어짐, 습기, 변색 등으로 훼손되거나 오염, 마모되어 사용이 어렵거나 불가한 손상화폐는 한국은행을 통해서 교환할 수 있다. 다만 손상 정도에 따라 보상 범위가 달라질 수 있고 아예 교환이 불가할 수 있다. 손상지폐의 남아 있는 면적이 본래 크기의 3/4 이상 남아 있을 경우에는 전액 교환이 가능하지만 2/5 이상 남은 지폐는 반액, 2/5 미만으로 남았을 때는 보상이 불가하다. 동전의 경우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훼손이나 진위 여부가 가늠 되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새 동전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9년 중 손상화폐 폐기 및 교환 규모’에 따르면 손상으로 인해 바꿔간 화폐는 지폐 26억 2천만 원, 동전 47억 8천만 원 정도의 규모로 전년 대비 17억 6천만 원이나 증가했다.
화폐 폐기 방법은?
사진 : 한국은행
한국은행의 교환 창구를 통해 들어온 훼손된 화폐는 한국은행 정사실의 자동 정사기의 내부 센서를 통해 1천 장 단위로 재사용이 가능한 것과 폐기해야 것으로 구분한다. 단 33초 만에 지폐의 생사가 갈리는 셈인데 이렇게 구분된 지폐 중 사용 가능한 지폐는 100장 단위로 묶여 재배출, 불가한 지폐는 분쇄와 압축 과정을 통해 종이 뭉치로 배출된다. 예전에는 이 종이 뭉치를 이용해 건축용 바닥재로 사용했고 지금은 자동차 내부 방진재나 나무 합판 보충재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하루 평균 40여만 장의 지폐를 감별하는데 2019년 폐기한 지폐는 6억 4천만 장에 이른다. 5톤 트럭 기준 114대, 낱장으로 쌓았을 때는 그 높이가 무려 65.2km다. 롯데월드 타워 높이의 117배, 에베레스트산의 7배 수준으로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로 많은 지폐가 폐기됐다.
만들수록 손해인 동전?
10원짜리 1개를 만드는 데 30원 이상의 원가가 들다 보니 2006년 더 작고 가볍게 만들어 원가를 20원으로 낮춰 연간 51억 원을 절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원가가 더 높아 당연히 손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원짜리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거스름돈을 받은 동전은 대부분 저금통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지폐처럼 잘 쓰이지 않기 때문에 동전의 환수율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매년 새로운 동전을 만들기 위해서 위해 2015~2019년 기준 연평균 400억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는 동전에 사용되는 금속의 수입을 위해 외화 지출도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가 동전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관리 불편의 이유가 가장 크다 보니 현금 결제 시 편의성을 높이고 동전 관리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국은행에서는 2017년부터 ‘동전 없는 사회’라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잘 활성화되지 않았고 해결해야 할 여러 보완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취지를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동전을 오래 방치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다시 사용해서 동전의 유통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화폐를 깨끗이 사용하자
화폐의 수명은 한정적이지만 어떻게 사용하고 보관하느냐에 따라 더 오래 쓸 수도 있고 평균 수명보다도 더 짧게 사용할 수 있다. 2015년에서 2019년 기준, 새 지폐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인 연간 평균 8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신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신권 발행도 포함되어 있지만 폐기되는 지폐의 양이 2019년 6억 4천만 장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결국 훼손된 지폐가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화폐의 수명이 늘어날수록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니 지폐에 낙서를 하거나 꼬깃꼬깃 접거나 구기는 행위, 습한 곳에 보관하거나 분수대에 동전을 던지는 것 등의 행위는 삼가고 소중히 다루는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
글 : 공인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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