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이 특별하던 때는 지났다. 이어폰 본연의 역할을 해내면서도 브랜드마다 특징도 워낙 다양해서, 이제 ‘어떤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느냐가 더 관심사다. 갤럭시 스마트폰 유저라고 해서 갤럭시 버즈를 쓸 필요는 없고, 아이폰 유저라고 해서 에어팟을 쓸 필요는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블루투스를 연결할 수 있는 디바이스만 있다면 세상에 있는 모든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해볼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무궁무진하다. ‘픽스 버즈 F1’은 이렇게 다양하게 주어진 선택지 중에 나름의 기준을 세워줄 만한 블루투스 이어폰이라 할 수 있다.
픽스 버즈 F1
39,800원
주머니에 넣고도 모를
가벼움과 콤팩트함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다 보면 공감하겠지만 이어버드가 크고 무거우면 귀가 피로해서 오래 끼고 있을 수가 없다. 보관이 편리해야 하니 케이스도 되도록이면 작고 가벼운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 픽스 버즈 F1은 단번에 통과다. 케이스는 한 손으로 쥐고도 손가락이 남고, 이어버드는 엄지손가락으로 아주 가볍게 가려진다. 이어버드의 무게감은 ‘제로’에 가깝다. 실제로 이어버드 하나의 무게는 3g에 불과하다.
작고 가벼운 케이스와 이어버드로 이뤄진 픽스 버즈 F1
케이스 뚜껑에는 픽스 로고가 큼지막하게 인쇄돼있다. 로고가 위로 향해있는 상태에서 케이스 전면에는 뚜껑을 여닫을 수 있는 틈이 있고 후면에는 힌지와 충전 포트가 있다. 케이스를 열 때는 뚜껑 자체를 잡아 여는 것보다 중앙에 파여있는 공간에 손톱을 끼워 여는 것이 훨씬 쉽다. 케이스를 여닫는 구역이 마그네틱이 적용돼있어 가방에 아무렇게나 두어도 잘 열리지 않는 것은 장점이다.
케이스 뚜껑에는 픽스 로고가 큼직하게 인쇄돼있다
이어버드는 커널형을 적용했다. 이어팁과 이어지는 구간이 사선으로 처리돼 귀 안쪽까지 채워주는 착용감이다. 실제로 밖으로도 노출되는 이어버드 영역이 적다는 점은 장점이다. 흔히 에어팟을 연상하는 ‘콩나물’ 디자인의 경우 이어버드 헤드를 비교적 작게 설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디자인은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픽스 버즈 F1이 새삼 놀랍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이어버드 헤드가 작은 편이다
깔끔한 디자인도 강점
무선 이어폰의 조건을
다 갖췄다
10만 원은 가볍게 넘기는 타사 무선 이어폰들과 비교하면 픽스 버즈 F1은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선 이어폰이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 조건들을 야무지게 챙겼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 조건들이라 함은 그간 무선 이어폰 유저들이 느낀 무선 이어폰으로 인한 불편한 점과 보완해야 할 점들이 개선된 조건들을 의미한다. 무선 이어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약 2년 전의 ‘1세대 무선 이어폰’이 업그레이드된 상태라 할 수 있다.
픽스 버즈 F1을 착용한 모습
픽스 버즈 F1은 별도의 페어링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케이스를 열고 이어버드를 꺼내면 이어버드의 LED 표시등이 빨간색 및 파란색으로 점멸하는데, 이는 픽스 버즈 F1이 페어링 모드로 진입했다는 신호다. 이때 디바이스 블루투스 목록에 활성화되는 ‘XWS-101’을 선택해주면 연결 끝이다. 이후에는 케이스에서 이어버드를 꺼낼 때마다 처음 페어링된 디바이스에 자동 연결돼서 귀에 꽂기만 하면 끝이다.
페어링 과정이라 할 것도 없이 간편하게 연결 가능하다
이어버드에 적용된 버튼은 각종 미디어 컨트롤에 매우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다. 노래 재생 및 정지, 전화받기 등의 기능은 당연히 가능하며, 다음 곡 및 이전 곡 재생을 위한 두 번 클릭 반응이 직관적이라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형태의 제품들은 볼륨 조절이 자체적으로 되는 경우가 드문데, 픽스 버즈 F1은 세 번 클릭 시에 볼륨을 내리고 올릴 수 있다. 좌우 이어버드 모두 버튼이 있어서 방향에 따라 컨트롤이 가능해서 익숙해지면 매우 편리하다. 받기 싫은 전화는 버튼을 길게 누르면 거절되기까지 한다.
직관적인 버튼 컨트롤로 활용도가 높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노래가 잘 끊기지 않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다. 수신거리가 길고 안정성이 높은 블루투스 5.0 버전을 적용한 덕분이다. 배터리도 꽤 넉넉해서 긴 출퇴근 시간도 걱정 없다. 제원상 재생 및 통화 시간은 5시간이며, 대기시간은 45시간이다. 케이스와 함께 사용하면 재생 시간은 3~4배 늘어난다. 참고로 충전 시간은 1.5~2시간이다.
풍성한 중저음에
무난한 통화 품질
픽스 버즈 F1은 무게는 가볍지만 음질은 가볍지 않은 반전의 블루투스 이어폰이었다. 처음 노래를 듣자마자 느껴지는 우퍼 사운드는 비트가 강한 힙합이나 댄스곡에 최적화된 듯했다. 청음에는 방탄소년단의 ‘Black Swan’, 에드 시런의 ‘Beautiful People’, 샘 스미스의 ‘How Do You Sleep?’이 사용됐다.
왼쪽부터 방탄소년단 ‘Black Swan’, 에드 시런 ‘Beautiful People’, 샘 스미스 ‘How Do You Sleep?’
방탄소년단의 ‘Black Swan’을 재생했을 때 도입부에서는 픽스 버즈 F1의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보컬이 시작되자마자 같이 시작되는 비트가 귓속을 강렬하게 때린다. 곡 전반에서 아래 깔리는 비트가 특히 강조돼 몰입도가 좋았다. 에드 시런의 ‘Beautiful People’ 역시 ‘Black Swan’과 같은 맥락이다. 보컬이나 반주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 비트의 전개가 픽스 버즈 F1과 매우 잘 맞았다. 중고음의 멜로디로 곡이 진행되는 샘 스미스의 ‘How Do You Sleep?’은 오히려 보컬이 안정적으로 깔리는 구성이라 조화가 좋았다. 픽스 버즈 F1은 전체적으로 중저음이 강조된 음악이나 이퀄라이징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한다고 볼 수 있겠다.
강력한 중저음이 매력적인 블루투스 이어폰
통화 품질은 타사 무선 이어폰 대비 탁월하게 좋다고는 할 수 없으나, 통화를 진행하기에는 무리 없는 정도였다. 다만 상대방에 내 목소리가 잘 전달되는 편이었는데, 양쪽 이어버드에 마이크를 각각 탑재한 덕이다. 조용한 공간에서는 한쪽 이어버드 단독 사용으로도 충분한 수준이었고, 길거리 통화도 준수하다. 다만 주변 소음을 잡아주지는 못해서 기차 안이나 대중교통에서 사용하기에는 조금 아쉽다 할 수 있겠다.
통화 품질은 무난한 편이다
제원표
픽스 버즈 F1,
내 가방 속 비밀병기
픽스 버즈 F1은 전반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무선 이어폰이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작고 가벼운 데다 보관이 용이해서 좋았다. 귓속에 쏙 들어와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그런데도 배터리도 꽤 오래가는 편이었다. 머리를 넘기다 노래까지 넘기게 되는 터치 컨트롤보다는 버튼 컨트롤을 선호하는 편이라 이 점도 마음에 들었고, 볼륨 조절이 신의 한 수였다. 무엇보다 음악 앱 이퀄라이징을 무조건 중저음 강조로 해두는 유저들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운 우퍼 사운드를 제공하고 있다. 가방 한편에 믿음직한 비밀병기 하나 숨겨두기에 이 제품, 픽스 버즈 F1을 추천하고 싶다.
픽스 버즈 F1
글 : 김지연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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