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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간장 구별, 라벨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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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미역국에 진간장을 넣는 참사를 일으킨 요리 초보자가 등장한다. 요리를 먹어본 상대방이 국간장도 있는데 왜 진간장을 넣었냐고 묻자 ‘진간장이 진짜 간장’이라고 생각했다고 멋쩍게 밝힌 장면이 그 회차의 명장면으로 꼽히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상황이 아니다. 간장 종류가 은근 다양해서 일상생활에서도 이 차이를 잘 몰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음식에 가장 많이 쓰는 장류 중 하나인 간장, 그 구분은 어떻게 할까?

 

 

간장이란?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하여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인 ‘발효’는 그 과정에서 알코올, 유기산, 이산화탄소 등이 생성된다. 발효 과정을 거친 일반 식재료는 영양과 풍미가 더해지며 맛과 건강을 겸비한 식품으로 탄생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효 식품으로는 장류, 김치류, 젓갈, 전통주 등을 들 수 있다. 그중 ‘장류’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포함하며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띄운 뒤 소금을 섞어 발효시켜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장’에 있는 인체에 유익한 바실루스 균이 장내에서 부패균의 활동을 억제하고 발암물질 생성을 감소시키는 등 유해 물질을 흡착하고 배설하는 작용을 한다.

 

 

간장은 상온에서 오래도록 저장 가능한 전통 조미료로, 소금, 당분, 아미노산, 비타민 등이 들어 있다. 음식의 간을 소금 대신 간장으로 하면 나트륨이 70%대로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한국식품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소금 간을 한 콩나물국 1L에 든 나트륨은 1.6g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나트륨 하루 섭취 제한량(2g이하)에 버금갔다. 그러나 간장으로 간을 맞춘 콩나물국 1L의 나트륨 함량은 0.4∼1.5g 정도로 낮았다. 아울러 소금 간한 음식과 간장으로 간을 한 음식의 맛을 연구 참가자들이 비교해 본 결과, 기호성 면에서 별다른 차이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간장으로 간을 하면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등이 서로 어울리면서 풍미 또한 잃지 않는다고 풀이할 수 있다. 

 

 

간장의 종류

한식간장

 

‘집간장’, ‘국간장’, ‘조선간장’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한식간장은 ‘재래한식간장’과 ‘개량한식간장’으로 나눌 수 있다. 재래한식간장은 메주콩을 찌거나 삶은 뒤 모양을 잡아 볏짚 등을 이용해 자연 발효시킨 한식메주에 식염수 등을 섞어 발효, 숙성시킨 후 그 액체를 가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개량한식간장은 찌거나 삶은 메주콩에 특정한 종균을 넣어 발효시킨 개량메주에 식염수 등을 섞어 발효, 숙성시킨 후 그 여액을 가공하는 것을 말한다. 색이 옅은 편인 한식간장은 구수하고, 짠맛이 강한 편이다. 국물요리나 나물 무침에 가장 많이 쓰인다.

양조간장

 

양조간장은 콩이나 탈지대두에 보리, 밀(소맥) 등을 사용하여 미생물을 발효시켜 만든 개량된 방식의 간장으로, 콩뿐만 아니라 보리나 밀 등의 곡물도 들어가기 때문에 조선간장에 비해서 덜 짜고 단맛이 느껴진다. 양조간장은 개화기 이후 들어온 일본식 제조 방법으로 만들어져 ‘왜간장’ 혹은, ‘일본간장’, ‘개량식간장’이라고도 한다. 깊고 풍부한 향이 특색인 양조간장은 조림, 무침, 볶음요리 등 일반적인 요리를 만들거나 생선회나 부침개 등 무언가를 찍어 먹는 데 주로 쓰인다. 아울러 ‘조림 간장’이나 ‘맛 간장’ 등은 양조 간장을 기반으로 배즙, 사과 즙, 생강, 양파 등을 넣고 달인 제품이다. 아무래도 일반 양조간장에 비해 감칠맛이 더 깊은 편이다.

산분해간장 · 효소분해간장

 

산분해간장은 단백질 또는 탄수화물을 함유한 원료를 산으로 가수 분해한 후 가공한 것이고, 효소분해간장은 단백질을 함유한 원료를 효소로 가수 분해한 후 가공한 것을 말한다. 산분해간장의 최대 장점은 양조 간장을 만들 때처럼 자연분해를 하려면 보통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대량 생산을 위해 식용 염산을 넣어 2~3일 내에 빠르게 분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1908년 일본에서 개발돼 여전히 각종 식품산업에 활용되고 있는 산분해기술로 만들어진 산분해간장은 발암가능물질로 추정되는 3-MCPD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알려져 유해 논란이 일었다. 아무래도 값이 저렴하고 빨리 만들 수 있다보니 식당이나 가공식품 공장에서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혼합간장

 

혼합간장은 말 그대로 한식간장이나 양조간장에 산분해간장 또는 효소분해간장을 혼합하여 가공한 것을 의미한다. 그 비율은 상관없다. 산분해간장이 95%, 양조간장이 5% 섞여있다 있다 하더라도 혼합간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맛이 진한 ‘진간장’ 같은 경우 양조간장과 산분해 간장을 섞은 혼합간장일 확률이 높다. 아울러 ‘국간장’을 한식간장이라고 다들 알고 있지만, 시중에 나온 제품 중 ‘국간장’이라고 표기돼 있어도 알고 보면 ‘혼합간장’인 경우가 있다.

국간장과 진간장의 차이는?

 

보통 국간장은 한식간장(조선간장)으로 생각하고, 진간장은 양조간장이라고 여기곤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시중에는 ‘국간장’이라고 이름 붙어 있어도 뒷면에 적힌 상세 내용을 살펴보면 ‘양조간장’이거나 ‘혼합간장’인 경우도 있고, ‘진간장’이 ‘혼합간장’인 경우도 많다. 우리의 인식과는 다른 이러한 ‘불일치’가 일어난 이유는 간장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편한 제조 방법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한식간장보다는 양조간장이, 양조간장보다는 혼합간장이 비교적 만들기 쉽고, 시간도 훨씬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간장은 보통 색이 연하고 염도가 높아 맛이 짜다. 국물요리나 나물 무침 등에 사용한다. 진간장은 색이 진하고 짠맛보다는 단맛이 나는 편이다. 열을 가해도 맛이 잘 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어, 볶음이나 조림 요리에 주로 활용된다.

 

 

간장 살 때 뒤를 봐라?

 

시판 간장의 50% 이상이 혼합간장으로 알려진 가운데 문제가 되는 건 혼합간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혼합 비율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산분해간장이 높은 비율로 들어가 있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혼합간장이라고 인식하고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8년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판되고 있는 25개 혼합간장 중 산분해간장이 90% 이상 들어간 혼합간장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전체 제품의 평균 산분해간장 비율은 82%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산분해간장이나 혼합간장이 몸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나 근거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를 구분해 먹고 싶다면 제품의 뒷면을 통해 어떤 간장인지 알 수 있다. 제품 뒷면에 표시된 식품유형에 ‘양조간장’, ‘한식간장’, ‘혼합간장’ 등 간장의 종류가 나와있다. 앞에 적힌 제품명을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뒤에 명시된 식품유형을 살펴보면 그 간장이 어떤 간장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양조간장 501과 701의 차이점은?

제품명에 간혹 ‘501’ 혹은 ‘701’이라고 적힌 간장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건 뭘 의미하는 걸까? 먼저 총 질소함량을 뜻하는 T.N.지수(Total Nitrogen)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간장에 포함된 다양한 형태의 질소화합물의 총량을 의미하는 T.N.지수가 높을수록 천연의 맛 성분이 많아 맛과 향이 풍부하다고 알려졌다. T.N.지수가 1.0% 이상이면 표준, 1.3% 이상이면 고급, 1.5% 이상이면 특급 간장으로 분류한다. 한 회사의 양조간장 501과 701의 의미는 T.N.지수가 각각 1.5%, 1.7%라는 수치를 반대로 표기한 제품명이다.

 

 

한편, 간장은 산소와 결합하거나 온도가 높아지면 맛과 색이 변질된다. 이에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뚜껑을 꼭 닫고, 실온보다는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간장은 오래 두고 먹어도 크게 문제 될 바는 없지만 간장의 맛과 색상이 최적으로 유지되는 기준으로 정한 간장의 유통기한은 보통 2년으로 알려졌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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