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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를 ‘망친’ 최악의 오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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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한 편에서 번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해당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사와 각종 자막 등을 번역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현지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뉘앙스를 최대한 살려 관객들의 이해를 높이는 것은 전적으로 번역의 공이 크다. 반면, 지나친 의역과 오역이 영화의 감상을 망쳤다며 관객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에게 인생영화가 될 수 있었을 괜찮은 작품이 번역의 실패로 크게 빛을 잃기도 한다. 이에 외화를 선택하는 관객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출연배우 혹은 감독을 보고 작품을 고르던 것에서 이제는 ‘번역가가 누군가’라는 새로운 기준이 추가된 것이다. 관람객들의 영화 고르는 기준에 큰 변화를 준 ‘영화 속 오역’을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겨울왕국2

사진 : 영화 <겨울왕국2>

영화 ‘겨울왕국2’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엘사가 안나에게 온 초대장을 받는 장면에서 “Charades, Friday night, don’t be late”라는 대사를 극 중에서는 “금요일에 열리는 무도회에 늦지마”라는 자막이 달렸다. ‘charades’가 극 초반부 안나와 엘사, 크리스프와 올라프가 함께 했던 제스처 놀이, 이른바 ‘몸으로 말해요’ 게임을 뜻하는 말임을 감안하면 ‘무도회’가 아닌 ‘제스처 놀이’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후 더빙판에서는 “금요일 밤 제스처 놀이를 하자”로 정확하게 번역됐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사진 :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We’re in the end game now”라는 대사에서 ‘End game’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최종 단계라는 뜻으로, “이제 최종 단계야”라는 번역이 적절하다. 하지만 “이젠 가망이 없어”라고 뜬금없는 번역이 되면서 관람객들의 비난을 받았다. 또, 마지막 쿠키 영상의 “Mother fu…”를 “어머니”라고 번역해 후에 등장할 캡틴 마블을 닉 퓨리의 어머니로 만들었다. 이후 VOD에서는 오역을 인정하고 원래대로 수정되었지만,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음에도 자막 때문에 제대로 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관객들의 분노를 샀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사진 :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마고 로비가 연기한 악당 할리퀸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는 비아냥과 욕설을 해대는 거친 캐릭터다. 그러나 번역가는 그의 “What?”이라는 대사를 “왜요?”라고 존댓말로 번역해 캐릭터 몰입도를 깼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I love this guy(이 남자 마음에 든다)”라는 대사를 “이 오빠 마음에 들어”, “How about you, hot stuff?”는 “뜨거운 오빤 뭐?”라며 황당한 번역을 해 논란이 됐다. 앞서 말했듯 DC코믹스 동명 원작에 나오는 할리퀸은 ‘오빠’라는 호칭의 사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세상을 바꾼 변호인

 

‘세상을 바꾼 변호인’ 오역 논란은 홍보물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극중에서 긴즈버그 역인 펠리시티 존스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게재했다. 여러 장의 포스터에 적힌 문구에는 ‘러블리한 날’, ‘포멀한 날’, ‘진정한 힙스터’, ‘핵인싸’ 등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영어판 홍보물에는 ‘영웅적(Heroic)’, ‘고무적(Inspiring)’, ‘정의(Justic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홍보 게시물이 공개되자 관람객들은 한국어 버전 홍보물 문구가 오역됐다고 비판했다. 성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싸운 긴즈버그를 ‘힙스터’, ‘핵인싸’ 등으로 전혀 다른 이미지로 해석한 것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사진 :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On your left”라는 대사를 번역가는 “왼쪽”이라고 해석했다. 관객들은 달리기를 하며 추월하는 장면에 맞게 번역하면 “(왼쪽으로) 지나갑니다”가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회상 장면에서 버키가 캡틴에게 “I wae gonna ask…(내가 물으려던 말은…)”라고 말하는 것을 “그거 할래…?”라고 번역해 극중 인물 설정이나 맥락과는 다르게 등장인물을 성소수자인 것처럼 만들었다는 부분도 지적됐다.

 

 

007 스카이폴

 

영화 ‘007 스카이폴’에서 남자 주인공이 말한 “She’s pretty if you like that sort of things”라는 대사를 번역가는 “예쁘네요. 된장녀 같지만”이라고 번역했다. 해당 영화를 관람한 일부 관람객은 “네가 그런 취향이라면, 그녀가 마음에 들 거야”라는 내용을 원문과 전혀 다른 의미로 번역을 한 것에 이어 여성 혐오 표현인 ‘된장녀’를 사용해 의역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사진 :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예고편에서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전면전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나온 대사 “It’s time you learned what it means to be a man(인간이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려주지)”라는 대사를 “남자답게 굴 때도 됐잖아”라고 오역해 남성 중심적 사고의 오역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Water is wet”을 “홍수가 났다”라고 번역한 점 역시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문장은 “너무 뻔해서 하나 마나한 소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사진 : 유튜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극중 격렬한 격투 후 지친 앤트맨이 한 “Does anyone have any orange slices?(누구 오렌지 있어?)”란 대사다. 일부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orange slices’라는 원 대사가 사실은 ‘orange license’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즉, “누가 나를 좀 옮겨줘”라고 번역을 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사실은 ‘orange slices’가 맞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운동 후 과일을 먹는 경우가 흔한데,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렌지다. 저렴하면서도 시원한 오렌지가 격렬한 운동 후 갈증 해소에 적격이기 때문이다. 번역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미국 문화를 모르는 관객들을 위한 배려는 부족했다.

 

 

마리 앙투아네트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는 “I’m exhausted(겁나 피곤해요)”, “This is ridiculous(대략 난감이네요)”, “탐나는 킹카”, “짱나”, “정말? 완전 쇼킹이다” 등 당시 유행어와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쓰이던 인터넷 은어를 사용한 자막이 논란이 됐다. 영화 자체가 현대적인 감각으로 당대 프랑스 궁정과 패션 스타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18세기 실존 인물들의 대사를 멋대로 한국식 유행어로 바꾼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

 

 

로봇 앤 프랭크

 

‘로봇 앤 프랭크’에 등장한 로봇 VGC-60L의 말투를 번역가는 ‘너님’, ‘방가’, ‘○○했삼’, ‘그러삼’ 따위의 통신체로 자의적으로 바꿔 빈축을 샀다. 원작의 정중한 말투와는 완전히 동떨어졌다는 것. 이후 관객은 물론 언론, 평론가들까지 재앙과도 같은 자막에 비판을 쏟아냈다. 게다가 번역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음삼체와 회화체로 구분한 것은) 분리된 세대의 괴리감과 불협화음을 명확히 표현하고자 한 설정”이라고 해명해 더욱더 논란을 키웠다. 

글 : 이현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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