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형태인 공동주택에서는 층간 소음 문제로 인해 이웃 간 갈등과 분쟁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환경부의 ‘층간 소음 현황 및 대응기술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전국 층간 소음 분쟁 관련 민원은 2012년 7,795건, 2013년 18,524건, 2014년 20,641건에서 2016년 19,495건으로 나타나 매년 층간 소음 관련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층간 소음으로 인해 이웃 간 폭행, 살인 등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등 층간 소음과 관련한 이웃 간 갈등 양상은 사회적 문제로도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층간 소음 문제는 공동주택 주거 형태가 대표적인 우리나라의 주거 문화에서 언제 내 일이 되어도 낯설지 않은 문제가 되고 있다. 아래에서는 층간 소음을 피할 수 있는 주거공간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되는 팁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벽식 구조를 피하자!
우리나라 아파트의 구조 분류는 ‘벽식 구조’와 ‘기둥식 구조’로 나뉜다. 시공비 절약과 공간 활용을 핑계로 하여 최근 설계되는 다세대주택 98% 정도는 모두 벽식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기둥식 구조의 건물은 벽식 구조와 다르게 기둥으로 하중을 지탱하며, 소음이 기둥으로 분산되어 층간 소음이 덜한 반면, 벽식 구조는 모든 소음이 벽으로 울린다. 이는 벽 전체가 온통 소리가 둥둥 울리는 ‘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따라서 벽식 구조와 기둥식 구조의 설계 공법을 놓고 볼 때에는 기둥식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 층간 소음을 피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벽식 구조는 벽 전체가 하나의 ‘북’으로 이루어져 있어 위아래 층의 층간 소음이 벽을 타고 흐르는 반면, 기둥식 구조는 소음을 기둥으로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파트는 벽식 구조를 적용하고 있어 기둥식 구조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의 주택시장에서 벽식 구조가 아닌 기둥식으로 짓는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량판구조는 벽식 구조에 비해 초기 건축비용이 많이 들지만 내구성이 뛰어나고 층간 소음에 유리한 구조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기둥식 구조 아파트를 고르기가 어렵다면 무량판 구조의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층간 소음을 피하기에 좀 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아파트의 마루 두께를 확인하자!
온돌마루, 강마루, 타일, 대리석 등 마루 재질의 접착식 바닥재도 층간 소음을 증가시키는 원인 중 하나이다. 마루 접착 부분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표면이 딱딱하여 물건을 떨어뜨려도 소음이 크게 들리기도 한다. 이러한 마루 바닥의 두께가 얇은 집은 위에서 생활하는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어 소음이 크게 들릴 수 있다. 따라서 집을 볼 때에는 마루 두께까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바닥 두께가 100mm까지 얇아졌으나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의 바닥재는 좀 더 견고하게 시공되고 있으며 그 두께는 210mm~270mm가 평균적이다. 이러한 바닥두께를 알아보기 어렵다면 조용한 상태에서 발을 굴러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발을 굴렀을 때 소리가 그대로 나타나고 ‘쿵쿵’ 거리면서 울리는 소리가 난다면 차음 효과가 적은 바닥재를 사용하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신규 분양 단지를 노리자
층간 소음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건설사들은 층간 소음 완화를 위한 여러 가지 설계 공법을 다방면으로 적용하고 있다. 최근의 신규 분양 단지들은 바닥 슬라브 두께를 기존의 120mm에 비해 270mm까지 더 두껍게 하고, 건축 방식 자체를 바꿔 소음문제를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실제로 한 건설사에서는 욕실 배관을 내 집 벽면에 설치해 층간 소음을 줄여주는 방법인 욕실 층상 벽배수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진동, 소음의 강도가 덜한 기둥식 설계를 도입하여 소음 발생 원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설계 공법을 적용하고 있는 신규단지도 있다. 따라서 층간 소음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신규 분양 아파트, 지어진 지 최근인 아파트를 고려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들은 다양한 층간 소음 저감 설계가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알기 위해서는 분양 전 층간 소음 설계 공법이 적용된 단지인지를 시공사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낮보다는
저녁에 방을 알아보기
보통 낮에 이사 갈 집을 방문하여 층간 소음을 체크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지만, 낮에는 직장인들이 출근을 하고 집에 없는 시간이면서 가족 구성원들도 각자 외출을 하고 있을 시간대이기 때문에 정확한 생활소음을 알아보기가 힘들다. 또한 일반적인 층간 소음 피해 시간대는 저녁시간인 18시~22시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낮에는 조용한 집이라도 저녁에는 돌변하여 소음이 많은 집도 있으므로, 층간 소음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라면 주거공간의 실 거주 시간이 분명한 저녁에 방문하여 층간 소음을 체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래도 안 된다면 마지막 방법.
최상층을 선택하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층간 소음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상층의 집을 선택하는 것이다. 바로 위에 이웃집이 없는 최상층은 층간 소음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 하지만 간혹 아래층, 옆집의 소리가 벽을 타고 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여러 가지 주거 환경들을 꼼꼼하게 파악해야 한다. 또한 엘리베이터 기계 소리, 옥상에서의 설비 소리 등도 소음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낮과 저녁 모두 방문하여 층간 소음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층간 소음, 배려와 이해가 최선
층간 소음은 아파트가 생긴 이후에도 법적으로 미미하게 개선되어 왔으며, 층간 소음 분쟁을 완화하는 각종 제도에서도 세부 규정이 미미하여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아있다. 따라서 층간 소음을 해결하는 방법은 되도록이면 이웃 간의 배려와 이해가 최우선이며, 통상적으로 잠깐 동안의 소음은 우리 집에서도 나는 소음이니 문제로 삼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웃의 층간 소음에 한참기만 하고, 또 이해만 하다 보면 실망이 생기고 이윽고 분노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웃 간 소통의 기회를 자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소음은 주관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자주 만나고, 또 인사하며 서로가 소음을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 김태연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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