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KBS
지난 2월, JTBC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3>에 반가운 인물이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1990년대 후반, 뛰어난 가창력으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진주이다. ‘고음 종결자’로 가요계를 휘어잡던 그녀는 데뷔 이래 몇 년 동안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갔으나, 어느 순간 방송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과연 여고생 가수가 40대의 대학교수가 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부터 그녀의 궤적과 근황을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사진 : 팔로우 엔터테인먼트
‘신동’으로 출발
사진 :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대다수의 사람들이 1997년도에 발매된 ‘난 괜찮아’를 진주의 타이틀곡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진주는 그보다 10년 앞선 1987년도에 이미 가요계에 발을 들인 인물이었다. ‘칠갑산’으로 유명한 작곡가 조운파가 진주를 직접 발굴해냈다고 한다. 말하자면 ‘가요 신동’이었던 셈이다.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1991년과 1992년에는 유니세프에서 개최한 국제어린이음악제에 출전하여 각각 장려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 :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그 뒤의 행보는 대중들이 알고 있는 그대로이다. 1997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진주는 박진영에게 발탁되어 다시 한번 활동을 이어 나가게 된다. 진주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채 간판도 달기 전, 박진영이 프로듀싱을 맡은 첫 번째 가수였다. 때문에 박진영은 그에게 특별히 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100개의 예상 질문을 뽑고, 그에 대한 답변을 일일이 만들 정도로 열성이었다. 좋아하는 영화는 <꼬마 유령 캐스퍼>,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 대기실에서 주로 하는 일은 ‘수학의 정석’ 풀기와 같은 식으로 상당히 디테일한 콘셉트를 박진영이 직접 잡아주었다고 한다. 모두 진주의 ‘여고생’이라는 특징을 부각시키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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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건, 진주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데뷔곡인 ‘난 괜찮아’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진주는 1집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이후 발매된 2집의 타이틀곡인 ‘가니’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애절한 R&B 발라드인 후속곡 ‘가지말라고’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자주 선곡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3년여의 활동 끝에 진주는 계약 만료를 맞이했고, JYP엔터테인먼트와 이별하게 되었다.
성대결절, 법적 분쟁…악재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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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JYP와의 결별 이후가 문제였다. 무리한 활동으로 성대결절을 얻었고, 새로운 소속사와 법적 분쟁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진주의 악재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큰돈을 들여 수임한 변호사가 돈만 받은 채 연락이 두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진주는 혼자 힘으로 법적 분쟁을 준비하기에 나선다. 도서관에서 직접 판례를 찾아보는 방법으로 형사법, 형사소송법 등을 직접 공부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고생 끝에 진주는 결국 소송에서 승리하게 된다. 하지만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7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버렸고, 이미 진주라는 가수는 대중들의 뇌리에서 잊힌 지 오래였다.
사진 :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이 때문에 진주는 실어증과 탈모까지 겪었다고 한다. 인생의 전부였던 음악을 빼앗기고 난 뒤의 고통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진주는 결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소송을 하는 7년 동안 새벽에는 우유배달을 하고, 오전에는 법 공부, 그리고 저녁엔 행사를 하면서 보냈다는 것이다.
<복면가왕>의 가왕에 등극하다
사진 : MBC <복면가왕>
공백기에 자신을 더욱 갈고닦은 결과, 정화예술대학교 실용음악학부의 전임교수로 임용되기도 했다. 그렇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진주는 이후 2017년, MBC의 예능프로그램인 <복면가왕>으로 건재함을 알려왔다. 네 개의 라운드를 거쳐 가왕에 등극한 것이었다. 이후 자신의 정체를 밝힌 진주는 “잊힌 가수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출연했다. 오랜만에 관중들 앞에 노래를 부를 수 있어 말할 수 없이 기뻤다”라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같은 해 12월에는 데뷔 20주년을 맞이하여 16년 만에 새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진주의 근황은?
사진 :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3>
그리고 지난 2월, 상기했듯 진주는 JTBC의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3>을 통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진주는 자신의 데뷔곡인 ‘난 괜찮아’를 불렀고, 시즌 3 사상 최초로 ‘100불’을 만들어냈다.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진주의 가창력에, 유재석은 “노래를 듣는 동안 몇 번이나 소름이 돋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진주는 “최근에 흑인음악으로 박사학위를 땄다”라며 자신의 근황을 알려왔다. 흑인 음악과 관계된 인권과 문화 운동 등이 그녀의 박사 논문 주제였다고 한다.
사진 : 네이버 뮤직
이처럼 진주는 대중의 눈에 보이지 않았을 때에도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꾸려왔다. 항상 꾸준한 걸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음악 활동을 이어온 진주가 앞으로도 좋은 노래를 들려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글 : 이희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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