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걸으며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안정되고,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는 바로 ‘피톤치드’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에서 나오는 각종 향균성 물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피톤치드를 흡입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돼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면역력이 강화된다. 심폐기능도 높여줘서 옛날에는 천식과 폐결핵을 치료할 때 일부러 숲으로 가서 공기를 마시곤 했다. 이렇듯 다양한 효과가 있는 피톤치드를 직접 마실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서 전국 어디를 가도 산림이 우거진 국립공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금부터 피톤치드도 실컷 마시고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걷기 좋은 국내 국립공원 10곳을 소개하려 한다.
덕유산 국립공원
리조트~향적봉 구간
덕유산 리조트를 통해 관광곤돌라를 타고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1,614미터)을 오르는 코스다. 15분간 관광곤돌라를 타고 간 뒤 20분만 걸으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등산로는 잘 정비돼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산책하듯 오를 수 있다. 덕유산은 5월이면 철쭉꽃이 피고 7월이면 원추리꽃이 피며, 또 겨울이면 흰 눈꽃이 피어 여행자들의 발길을 끈다. 또 덕유산 능선에서 바라보는 주변 산 능선의 풍경도 시원해서 언제 가도 좋다. 다만, 바람이 심한 날에는 곤돌라를 운행하지 않으니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북한산 국립공원
19구간 방학동길
북한산 국립공원 둘레길은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저지대 수평 산책로다. 물길, 흙길, 숲길, 마을길 산책로의 형태에 따라 각21가지 테마로 나뉘었다. 이 중에서 19구간인 방학동길은 빽빽한 참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만끽할 수 있는 숲길로, 계단이나 턱이 없어 어린이나 노인들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또 종점인 전망데크에서는 선인봉과 도봉산의 환상적인 절경이 펼쳐진다.
경주 국립공원
남산 삼릉탐방로
경주국립공원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사적공원이다. 특히, 문화유산탐방로로 잘 알려진 남산 삼릉탐방로 구간에서는 신라 8대 아달라왕과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능이 있어 신라 1,000년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불상과 마애불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는 탐방 코스다. 특히, 탐방로 주변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어서 이 곳에 들어서면 강렬한 송진 향이 온몸을 감싸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
노고단 하늘길
사진 :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노고단 하늘길은 해발 1,000m에 이르며, 고산지대의 다양한 식생과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기 좋은 길이다. 특히 산봉우리들이 구름에 잠겨 섬처럼 떠오르는 듯한 노고 운해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이곳은 철마다 갖가지 꽃나무들이 피어나는데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노루오줌, 함박꽃나무와 같은 야생화,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꽃이 산행의 맛을 더해준다. 탐방로는 평탄하게 이뤄져 있어서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월악산 국립공원
하늘재 숲길
사진 : 충주시청
월악산 하늘재 숲길은 2,000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한민족 최초의 숲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갯길로 알려진 하늘재 숲길은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고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미륵대원지~하늘재 정상의 구간은 소나무 무리가 만들어내는 풍광이 아름다운 숲길로, 온전히 숲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등산로는 자갈과 흙길로 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등반할 수 있다.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 전나무 숲길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국내 전나무 숲 중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으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힐 정도로 정평이 나있는 곳이다. 전나무 숲길을 따라 걸으면 부안 내소사를 만날 수 있는데, 내소사의 대웅보전은 그 모습이 정교하여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사찰 건축물로 꼽히기도 했다. 그만큼 깊은 역사와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해서 많은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숲길은 구릉조차 없는 평지로, 유모차를 밀면서 갈 수 있을 정도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구계등 자연관찰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있는 구계등 해변의 자연관찰로는 다도해의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멋진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방풍 숲길이다. 파도에 밀려 표면에 드러난 자갈밭이 9개의 계단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 ‘구계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곳 방풍 숲은 해일과 염분으로부터 농작물과 삶의 터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적송과 참나무류로 이뤄졌다. 여름에는 시원함을, 겨울엔 따뜻함을 선사한다.
오대산 국립공원
월정사 전나무 숲길
사진 :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홈페이지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오대산 국립공원 안에 속해 있으며 ‘천년의 숲길’로 불리는 산림욕의 명소다. 평균 수령 80년이 넘는 전나무 1,700여 그루로 조성된 숲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공기가 맑아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tvN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극 중 김신(공유)이 지은탁(김고은)에게 흰 눈이 가득 쌓인 가로수길에서 애틋하게 고백하던 장면의 배경이 바로 이 곳이다.
주왕산 국립공원
용추폭포
사진 : 국립공원관리공단
주왕산 국립공원 트레킹은 체력과 시간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1단계라고 할 수 있는 용추폭포는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용이 승천한 폭포’라는 의미가 담긴 용추폭포는 주왕산의 절경 중 으뜸으로 꼽히며, 길이 험하거나 가파르지 않아서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연화봉과 병풍바위, 망월대, 급수대, 학소대, 신선대, 촛대봉, 관음봉, 시루봉 등의 수직 절벽들이 어우러져 아찔한 비경을 선사한다.
내장산 국립공원
입암산 코스
사진 : 한국관광공사
내장산 입암산 코스는 호국의 성지 입암산성(사적 384호)을 따라 선조들의 나라사랑을 느끼며 수려한 계곡을 따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탐방코스로, 입안산성 갈림길을 중심으로 남문, 갓바위, 은성동 계곡으로 순환하는 코스다. 전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하여 산행 초보자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정상부인 갓바위에서 바라보면 호남평야와 변산반도, 무등산 등 주변경관이 뛰어나 수려한 경관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다.
글 : 이현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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