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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살려낸 ‘비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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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비누를 발명하지 못했다면, 모르긴 몰라도 인류의 역사 전반에 여러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다. 비누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손 세정제까지 쉽게 구할 수 있는 요즘 비누는 너무나 흔하고 당연한 물건이 됐지만 비누가 세상에 갓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봤을 때 어색하기 그지없는 존재였으며 인류 최초의 비누는 엄청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 보건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 비누의 탄생 배경부터 비누의 대중화가 가져온 효과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상세히 알아보자. 

 

 

기원전 2800년에 등장한 비누

 

비누라고 부를 수 있는 형태의 첫 등장은 무려 기원전 28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도시인 바빌론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당시 처음으로 비누를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바빌론에서 발견된 유물 중 진흙 원통이 있었는데 그 안에 비누와 유사한 재료가 담겨 있었고 원통 측면에는 기름과 재를 섞어 비누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었다고 한다. 인류가 불을 접하게 되면서 재를 이용하게 됐고 그것이 비누의 탄생까지 만들어 냈다는 추측이다.

 

 

비누의 어원

 

비누의 어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중 하나는 고대 로마인들이 제사를 지내고 난 뒤 생긴 재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고대 로마인들은 사포(Sapo)라는 언덕에 위치한 재단에서 양을 태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제사를 마친 뒤 타고 남은 재를 집으로 가져와 물통에 집어넣었는데 이 물통에 걸레를 넣고 빨았더니 때가 빠지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재 안에는 양이 타면서 녹은 기름이 함께 배어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 뒤로 재를 사포라고 불렀고 오늘날 ‘솝(soap)’의 어원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양한 형태의 비누

 

비누의 역사는 길고도 다양하며 기름과 재를 섞어 만든 방법 외에도 갖가지 형태가 등장한다. 8세기에는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올리브와 해초의 기름을 사용해 만든 비누를 생산했으며 12세기에는 잿물 대신 천연 소다를 사용한 하얀 비누를 만드는 방법이 개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올리브나 천연 소다 등의 재료는 매우 귀하고 비싼 것들이었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 이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조상들 또한 녹두 가루나 쌀겨, 잿물 등을 세안제로 사용했다고 기록돼 있다.

 

 

비누가 상류층의 사치품이었다?!

 

비누가 일부 사람들만 쓸 수 있는 사치품과 같았다고 하면 믿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누는 오랫동안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으며 비누에 높은 세율이 책정돼있기도 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하멜이라는 네덜란드인으로 인해 처음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는데 1882년 청나라와의 무역협정 이후 정식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때 당시 비누의 가격은 하루 품삯보다도 비싼 가격으로 매겨져 있었다고 한다. 나라를 불문하고 어디에서든 비누가 고급품으로 취급받던 시절이 존재했다.

 

 

르블랑 공법과 비누의 대중화

 

평범한 시민들도 비누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200여 년 전부터라고 한다. 1790년 프랑스의 화학자였던 니콜라스 르블랑이라는 사람이 해수의 소금과 암염을 사용해 소다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발명하면서 비누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후 르블랑은 파리에 인공 소다 생산 공장을 지었고 프랑스 정부로부터 특허도 인정받았다. 르블랑 공법 발견 이전에는 소규모 가내 공장에서 생산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후에는 대규모 기계 공장에서 생산돼 전 세계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게 된다.

 

 

대중화로 인한 효과

사진 :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비누의 상용화로 사람들은 몸을 자주 규칙적으로 씻기 시작했으며 옷도 깨끗하게 빨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각종 피부병을 예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현재도 손과 온몸을 깨끗하게 씻는 것은 질병 예방의 기본이지만 위생적으로 훨씬 취약했던 시대에 비누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 일반 사람들도 비누를 쓸 수 있게 될 만큼 가격이 떨어진 덕분에 여러 병균과 질병으로부터 감염될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져 인구의 수명을 최소 20년은 늘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누의 성분

 

식물성 기름과 글리세린, 가성 소다가 주성분이다. 가성 소다는 일반적으로 양잿물이라고 알려져 있는 물질이며 황산과 함께 화학 공업 분야에 전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강한 알카리 성분을 지니고 있어 잿물이 동물성 기름이나 단백질 등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잿물에 기름때가 묻은 옷을 담가두면 옷감 속에 붙어있는 단백질을 녹여 옷이 깨끗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빨랫비누는 폐식용유를 이용해 무공해 비누를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더러워진 비누, 사용해도 괜찮을까?

 

1965년 이뤄진 한 실험에서 비누로 세균을 전염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손에 대장균 등의 병원균 수십억 마리를 노출시킨 뒤 비누를 사용하게 했다. 그 뒤 다른 사람이 비누를 사용했지만 비누를 통해 병원균은 전염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또 다른 실험에서는 비누에 직접 병균을 주입한 뒤 사람들에게 사용하게 했지만 확인 결과 병균 수치가 높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를 봤을 때 더러워진 비누라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비누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

 

시중에 판매되는 비누를 보면 유통기한은 따로 나와 있지 않고 제조 일자만 표시돼 있다. 비누는 수분 함량이 낮고 비누의 주성분 중 하나인 가성소다가 높은 살균력을 가지고 있어 긴 시간 동안 보관해도 제품이 상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오래된 비누는 기타 첨가 성분 등에 변형이 생겼을 수 있기에 직접적으로 얼굴이나 몸을 씻는 데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곰팡이가 폈다면 버리는 것을 권장한다. 평소 비누는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놔두는 것이 좋다.

 

 

오래된 비누 활용법

 

오랜 시간 방치해놓은 비누는 그냥 사용하기에 찝찝하다. 이럴 때 세정용이 아닌 다양한 목적으로 비누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먼저 서랍 속이나 신발장에 넣어 방향제로 사용할 수 있다. 통째로 넣어 둬도 되지만 얇게 깎거나 조각을 낸 후 천으로 감싸거나 병에 담아 놔두면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비누를 싸고 있었던 포장지도 신발 속에 넣어 두면 발 냄새를 잡아 준다. 욕실에서 장시간 샤워를 하면 거울에 김이 서려 불편한데 안 쓰는 비누를 거울에 문지른 다음 천으로 닦아 주면 김이 서리지 않는다. 

글 : 정해린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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