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조금 더워졌다 싶으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모기는 말라리아나 상피병, 일본뇌염, 황열, 뎅기열 등의 질병을 일으키는 위생 해충으로 분류된다. 특히 한여름인 6~7월에 집중적으로 많이 보이던 모기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른 봄이나 늦은 여름에도 기승을 부리며,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밤새 ‘윙~’거리며 못살게 구는 통에 수면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잠깐 긴장을 푼 사이를 틈 타 소중한 피까지 뽑아 먹는다. 모기는 왜 다른 먹이를 두고 우리의 피를 먹는 걸까? 그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피 빠는 모기의 성별은 정해져 있다?
우리는 늘 피를 빨아먹는 모기의 모습만 봐왔기 때문에 모기의 주 먹이를 온혈동물의 피라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평소에는 피를 먹지 않는다. 암컷, 수컷 모두 평소에는 식물의 즙이나 과즙, 이슬을 먹고 산다. 그러다 산란철이 되면 암컷은 자신의 난자를 성숙시키기 위해 온혈동물의 피를 빨아먹기 시작한다. 사람이나 동물의 피에 철분, 단백질이 풍부해 알의 성숙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모기의 흡혈 주기는 보통 이틀에서 사흘 정도 된다고 알려졌다. 모기가 피를 한 번 빠는 양은 대략 자기 몸무게의 두 배 정도 된다고 한다. 거의 배가 터질 정도로 피를 빨고 나면 몸이 무거워져 비틀대거나 아예 날지 못한다.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7~8시간 동안 피 안에 있는 단백질을 소화시키고, 수분을 밖으로 배출해 몸을 가볍게 하는 등 벽이나 풀숲에 앉아 쉰다고 알려졌다.
모기에 물리면 가려운 이유는?
아까운 피를 빨아먹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고, 모기에게 물리면 왜 간지럽기까지 한 걸까? 모기에 물렸을 때 가려운 이유는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모기는 물 때 혈액 응고를 막기 위해 사람 몸에 ‘히루딘’이라는 성분을 주입하는데, 이 물질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히스타민을 분비하면서 가려움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알려졌다.
간지럽다고 물린 부위를 벅벅 긁으면 독소를 주위 조직으로 퍼지게 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긁지 않는 것이 좋다. 물린 부위는 부풀어 올라 외부 유해균이 침투하기 쉬워진다. 그런데 이때 이 부위에 침을 바르면 침 속의 세균이 피부 안으로 쉽게 들어가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고, 봉와직염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손톱으로 십자(十) 모양을 만드는 행위도 손에 있는 세균이 상처 부위로 들어갈 수 있으니 삼가는 것이 좋다. 물린 데 사용하는 전용 제품이 없다면 물린 부위를 시원한 물로 깨끗이 씻고 얼음찜질을 하면 부기와 가려움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각종 감염질환과 관련된 모기, 에이즈도?
성가시긴 해도 여름이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봐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모기는 생각보다 무서운 감염질환을 일으키는 존재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리면 일본뇌염이 발생할 수 있고, 말라리아 원충이 모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오면서 말라리아에 감염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하는 황열과 뎅기열도 모기로 인해 감염될 수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 질환을 일으키는 만큼 모기에 대한 오해도 많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모기에 물리면 에이즈도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에이즈는 인간의 체내에만 생존하고 증식하면서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사람 간에 전파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다. 곤충매개질환이 아니므로 에이즈 감염자를 문 모기나 벌레 등을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는다.
모기가 좋아하는 혈액형은 따로 있다?
유독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있다. 혈액형과 관련이 있을까? 실제로 모기가 좋아하는 혈액형은 O형이라는 실험 결과가 있다. 2004년 한 일본 연구기관에서 다양한 혈액형의 혈액에 모기를 풀어놓았더니 다른 혈액형의 혈액에는 47마리 정도밖에 달라붙지 않은 반면, O형 혈액에는 약 2배에 해당하는 84마리의 모기가 달라붙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 연구팀은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 연구 또한 발표되지 않아 검증되지 않은 연구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모기는 시력이 안 좋은 대신, 체온과 냄새, 이산화탄소 등을 통해 물릴 대상을 탐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람의 피부 분비샘에서 나오는 냄새와 화학물질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진한 향의 화장을 했거나 땀을 많이 흘리고 호흡량이 많은 사람 또, 체온이 높은 사람이 모기에 더 잘 물릴 확률이 높다. 아울러 체온 유지나 호흡, 심장 박동 등으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임산부와 어린이도 모기에 노출되기 쉽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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