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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할 때 손발이 쭈글쭈글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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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목욕탕에 다녀오고 쭈글쭈글해진 손가락을 보며 경악한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평생 쭈글쭈글한 손으로 살아야 하나 걱정하다가 금세 원래대로 돌아오는 손을 보며 안심했었다. 물에 몸을 담그고 5분 정도만 지나면 손과 발이 쭈글쭈글해지는 건 왜일까? 이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에 관해서 여러 가지 가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원인들에 대해 알아봤다.

 

 

삼투 현상 때문?

 

물에 담근 손과 발이 쭈글쭈글해지는 이유에 관한 일반적인 가설로 바로 ‘삼투현상’ 때문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삼투현상’은 농도가 서로 다른 두 용액이 선택적 투과성 막을 경계를 사이에서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농도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몸 안 체액의 농도가 외부 물보다 높아서 물에 몸을 담그면 외부의 물이 우리 몸으로 이동한다는 원리다. 피부는 크게 표피, 진피, 피하지방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물을 잘 흡수하는 표피와는 달리 진피와 피하지방은 물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 이렇게 물을 흡수한 표피는 부피가 증가하지만, 진피와 피하지방은 물을 흡수하지 못한다. 결국 부피의 차이가 발생하면서 손과 발의 피부가 쭈글쭈글해진다는 것이다. 

 

 

이 원리라면 왜 손가락과 발가락 이외에 다른 부위는 왜 주름이 생기지 않는 걸까? 얼굴이나 팔 다리 등의 피부에는 여분의 피지선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피부를 보호하는 기름층이 계속해서 기름을 생성해 손이나 발과는 달리 얼굴이나 팔 다리 등에는 쭈글쭈글해지는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 때문이 아닌 능동적인 반응?

 

그러나 손과 발을 물에 담글 때 쭈글쭈글해지는 이유가 삼투현상 때문이라는 이론은 사실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936년 런던 세인트 메리 병원에서 토마스 루이스와 조지 피커링이라는 연구자들은 마비가 일어난 손을 물에 담그면 쭈글쭈글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절단된 손가락을 다시 봉합했을 때 다시 신경이 자라 감각이 돌아올 때까지 손가락을 물에 담그면 주름이 생기지 않는 현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써 손과 발을 물에 담글 때 생기는 주름은 물이 신체에 스며들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우리 몸이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현상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우리 몸이 손가락과 발가락의 주름을 어떻게 제어하는지에 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물이 땀샘 속의 땀을 희석시키면서 주변 신경이 작동되도록 한다는 가설이 존재한다. 그 이후의 과정은 다소 명확하다. 손과 발을 쭈글쭈글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신호를 받으면 신경은 손끝과 발끝 안의 작은 혈관 덩어리인 ‘사구체’로 향하는 혈류를 줄인다. 이때 사구체의 혈관이 수축돼 작아지면 피부 아래의 부피가 살짝 줄어들게 된다. 이때 맨 위의 각질층은 그대로고, 아래쪽 부피만 줄어들면서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는 것이다.

 

 

그럼 우리 몸은 왜 물에 담긴 손가락과 발가락을 쭈글쭈글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연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물속에서 쥐는 힘, 또  미끄러운 곳을 걷거나 뛰는데 필요한 힘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가장 신빙성 있는 가설로 인정받고 있다. 진화생물학자 마크 챈기지는 쭈글쭈글한 손가락의 무늬가 물을 가장 효과적으로 가장자리까지 밀어내는 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영국의 뉴캐슬대학 연구팀은 마른 손과 따듯한 물에 담가 주름진 손으로 각각 수조에 담긴 구슬을 집어 다른 수조로 옮기는 실험을 한 결과, 주름진 손이 마른 손으로 물속의 구슬을 집을 때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실험에서는 그 수수께끼를 푸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이러한 진화의 흔적이 남았는지에 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피부 단백질 성분의 모양 때문?

 

한편, 손과 발이 물에서 쭈글쭈글해지는 현상에 대해 또 다른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4년 독일 튀빙겐 대학교의 로날드 로스와 프리드리히 알렌산더 대학교의 미펜위 에반스 물리학 교수는 손과 발을 물에 담그면 주름이 지는 이유에 관한 연구 결과를 물리학 분야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피부의 단백질 성분이 확장하는 격자 모양을 이루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피부의 가장 바깥쪽은 단백질의 일종인 ‘케라틴’이라고 불리는 작은 선들이 격자무늬로 얽혀 층층이 쌓여 있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케라틴 층은 물을 흡수하면 울퉁불퉁하게 부풀어 오르고 건조하면 곧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연구진은 피부층의 케라틴이 물을 흡수할 경우 5배까지 부풀어 오르게 되고 이때 손과 발의 피부에 주름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목욕할 때 손과 발이 쭈글쭈글해지는 이유에 관해 여전히 속시원히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았다. 그 원인을 명확히 알기 위해서는 좀 더 기다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 : 오혜인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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