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를 착용한 채 깜빡 잠이 들었을 때 렌즈가 눈 뒤로 넘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으며 식은땀이 난다. 눈 뒤로 넘어간 렌즈를 영원히 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기 때문. 거울을 보며 떨리는 손으로 렌즈를 요리조리 찾다가 안구와 눈꺼풀 사이에서 발견하면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런데 정말 잘못하면 렌즈가 눈 뒤로 넘어갈 수 있는 걸까?
렌즈, 눈 뒤로 넘어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렌즈가 눈 뒤로 넘어가서 영원히 빼내지 못하게 될 일은 없다. 애초에 렌즈는 눈 뒤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눈은 이물질이 눈 뒤로 넘어갈 수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보통 흰자라고 하는 ‘공막’은 ‘결막’이라는 투명한 점막이 보호하고 있다. 결막은 검결막, 구결막, 원개결막으로 구성돼 있는데, 공막 앞부분 쪽에 있는 결막은 ‘구결막'(안구결막), 눈꺼풀 쪽에 있는 결막은 ‘검결막'(암검결막)이라고 한다. 그리고 원개결막이 구결막과 검결막을 연결해 준다.
즉, 결막은 안쪽으로 막혀있는 주머니 형태라 이물질이 눈 뒤로 넘어갈 수 없다. 아까까지만 해도 있던 이물질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할지라도 눈꺼풀에 가려져 있거나 이미 빠져버린 것일 뿐, 이물질이 눈 뒤로 넘어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렌즈 외에도 눈에 뭔가 들어간 것 같을 때는 빼내기 위해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바람을 부는 행위는 되도록 지양하고, 흐르는 물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눈 속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깨끗한 손으로 눈꺼풀을 살짝 당겨 제거하는 것이 좋다.
렌즈가 눈 뒤로 넘어갔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사진: BMJ CASE REPORTS
몇 년 전 영국 외신들은 스코틀랜드 던디에 사는 42세 여성의 눈에서 28년이나 묵은 콘택트렌즈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어느 날 왼쪽 눈꺼풀 위쪽 부분에 콩만 한 덩어리가 느껴지는 것을 발견했는데, 만지면 아프고, 덩어리 주변으로 눈꺼풀도 조금씩 처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에 병원에서 물혹인 것 같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진행해보니 ‘콘택트렌즈’, 일명 ‘하드렌즈’였다고 한다. 이 여성의 어머니는 ‘딸이 14살일 때 배드민턴을 치다가 콘택트렌즈를 잃어버렸다’라고 전했다. 당시 그는 눈에 이물감이 없어 콘택트렌즈가 땅에 떨어진 줄 알았으며 그 이후에도 줄곧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영국 의학저널 ‘BMJ Case Reports’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환자는 사고 이후 산소투과성 렌즈를 다시는 사용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렌즈가 그녀의 눈꺼풀로 옮겼갔으며 그 상태로 지난 28년간 그 안에 숨어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전했다. 이후 렌즈와 렌즈로 인한 낭종을 제거하자 여성의 눈꺼풀은 정상으로 돌아갔다고 알려졌고, 이 사례는 현재까지 ‘하드 렌즈가 가장 오랫동안 눈 안에 머문 사례’로 기록됐다. 문제는 간혹 일부 뉴스에서 ‘눈 뒤로 렌즈가 돌아갔다’고 표현하면서 사실이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 이 여성의 경우 렌즈가 눈 뒤로 돌아간 것이 아닌 눈꺼풀 위쪽에서 발견된 것이다.
렌즈가 자꾸 눈꺼풀 사이에
끼는 이유
이제는 콘택트렌즈를 잘못 착용하더라도 눈 뒤로 돌아갈 걱정은 접어두고 안심해도 좋다. 그러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때 빈번히 안구와 눈꺼풀 사이에 끼는 현상이 발생하는 사람이 꽤 많다. 이런 현상은 보통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렌즈를 낀 채로 잠을 자거나 눈을 비비는 행동을 하면서 렌즈 이탈 현상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혹은 안구가 동그랗지 않고 럭비공처럼 길쭉하면 렌즈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본인에게 맞지 않는 렌즈를 착용했을 때도 렌즈가 안구와 눈꺼풀 사이에 끼일 수 있는데 특히 하드렌즈는 볼록한 정도에 차이가 있어서 안구 모양을 확인하고 맞출 수 있는 안과에서 맞춰야 한다. 소프트렌즈의 경우 앞뒤 구분을 확실하게 잘 확인하고, 뒤집어서 착용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뒤집어서 착용하는 순간 이물감이 들 뿐만 아니라 눈을 감았다 뜨는 과정에서 렌즈가 눈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렌즈 이탈 시 해결 방법
렌즈가 이탈했다면 우선 손으로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린 상태에서 손이 최대한 안구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렌즈를 찾아야 한다. 만약 렌즈가 눈꺼풀과 안구 사이로 깊숙이 들어가 못 찾을 때는 안과를 방문하면 렌즈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안일하게 생각하고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채 잠에 들거나 눈꺼풀 사이에 있는 렌즈를 오랫동안 빼지 않는다면 흔하지는 않지만, 수도모나스 등의 박테리아에 감염돼 심하면 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클리블랜드 카운티 셀비에 있는 안과 의원 소속 전문의 패트릭 볼머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채 자주 잠에 들었던 환자의 흰색 고름이 가득 찬 눈을 공개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 바 있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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