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에어컨 작동을 두고 종종 부부가 설전을 벌일 때가 있다. 남편이 너무 더워 에어컨을 틀면 아내는 10분도 안 돼서 춥다며 에어컨을 끄려고 한다. 남편은 아내가 전기료가 아까워서 끄려고 하는 건지 의심하지만, 아내는 정말 냉기가 느껴져 으슬으슬 떨리는 기분이 싫을 뿐이다. 사무실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에어컨을 켜도 남자 직원은 덥다고 손부채질을 하는데, 여자 직원은 춥다며 무릎 담요를 덮거나 카디건을 걸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통상 남자보다 여자가 추위를 더 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자가 추위 더 잘 탄다?
남성보다 여성이 추위를 더 많이 탈 확률이 높은 이유는 근육량 차이 때문이다. 우리 몸에서 근육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열을 발생시키는데, 비슷한 체격과 건강 상태를 지녔어도 근육량이 적은 사람은 열을 더 적게 발생시켜 체감 온도가 낮을 수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근육량이 적은 여성이 더 추위를 많이 타게 되는 것이다. 또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온도의 변화를 느끼는 감각기관도 더 예민하게 발달해, 똑같은 추위에도 피부 온도가 더 떨어지면서 추위를 더 크게 느끼게 된다. 남성은 2~3℃ 정도 온도가 떨어졌을 때 뇌에서 추위를 느낀다면, 여성은 1℃만 떨어져도 뇌에서 추위를 느낄 수 있다. 대신 여성은 남성보다 피하지방이 많아 추위에 따른 저체온증이나 동상 등에는 더 강한 저항력 가진다.
사무실 에어컨 온도가 남성 기준?
아무래도 여성과 남성이 춥거나 덥다고 느끼는 온도가 서로 다르다 보니 에어컨 적정 온도에 관한 논란이 일었다. 물론 체형이나 연령대, 사람에 따라 ‘적정 온도’의 기준은 각각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무실의 냉방 온도가 남성 기준으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공공장소의 냉방 표준 적정온도는 22도로, 1960년대 체중 70kg의 40세 남성을 기준으로 설정됐다. 당시 회사 사무실에는 남성이 대부분이라 그렇게 온도를 설정했는데, 현대 사무실에는 여성들도 많아진 만큼 새로운 기준에 맞춰 온도를 설정해야 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의과대학 연구팀이 같은 옷차림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남성은 실내 온도 22도, 여성은 24.5도가 적당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외에 추위를 타는 원인으로는?
성별 외에도 추위를 더 잘 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심지어 ‘외로워서 춥다’는 노래 가사처럼, 외로울 때 추위를 더 많이 탄다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외로움을 느낄 때 체온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연구진이 같은 방에서 짝을 이뤄 공놀이를 하게 한 그룹과 혼자서 공을 던지고 받게 한 그룹으로 나눠 일정 시간 뒤에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라고 했더니, 혼자서 공을 던지고 받게 한 그룹이 따뜻한 음식을 더 찾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연구에 따르면, 외롭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더 낮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식을 먹거나 한 번에 필요 이상의 많은 양을 먹으도 추위를 많이 타게 될 수 있다. 야식이나 과식을 하게 되면 음식물을 소화시키려고 다른 부위에 있어야 할 혈액까지 위장으로 몰리게 된다. 이에 위만 열이 나고 다른 부위는 추워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공복이거나 식사량이 충분하지 않아도 체내 에너지 생산량이 줄어 몸에서 열이 적게 생성되면서 추위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체지방은 추운 날씨에 체온을 뺏기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해, 마른 사람보다 뚱뚱한 사람이 추위를 덜 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배만 유독 많이 나온 복부비만의 경우, 추위를 더 많이 탈 수 있다. 몸 전체에 지방이 골고루 분배된 것이 아니라 배에만 지방이 몰려있으면 팔, 다리 등에는 지방이 부족해 추위를 더 잘 타게 된다.
한편 아파서 추위를 더 많이 느낄 수도 있다. 몸에 힘이 없고 늘 피곤한 느낌을 받거나 어지러움, 숨 가빠짐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빈혈은 추위에 더 민감하게 만든다. 호르몬 분비가 정상적이지 않을 때 생길 수 있는 질환인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뇌하수체 기능저하증도 추위에 민감해지고 쌀쌀함을 느끼게 한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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