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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사이 유행이라는 ‘민식이법’ 놀이, 개선 여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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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내 운전자 책임을 강화한 민식이법에 관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어린이들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선 꼭 필요한 법이라는 입장이 있는 반면, ‘운전자에게 과잉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며 반대하는 여론도 거세다. 최근 일부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민식이법 놀이’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변질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입법 당시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민식이법에 대해 알아봤다.

 

 

故 김민식 군 사망 이후 통과된 ‘민식이법’

사진: YTN 뉴스

일명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법안으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이다. 즉, 이미 존재했던 법안에 조항을 신설하거나 개정하여 책임의 무게를 더한 것이다. 민식 군의 사고 이후,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재발 방지와 처벌 강화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면서 그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이 법은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 중이다. 

 

사진 : 도로교통공단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12조에는 4항과 5항 등이 신설됐는데, 4항에는 각 지방 경찰청 및 지방정부에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5항에는 신호등과 안전 표지판, 과속 방지턱, 미끄럼 방지 시설 등의 설치를 명시하고 있다. 특가법에 신설된 제5조 13항에는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 가중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이는 스쿨존에서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교통사고 특례법 제3조 1항)를 위반한 경우, 사망 사고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상해를 입히면 1년 이상~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식이법은 과잉 처벌이 가능하다?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해당 차량의 운전자가 민식이법을 통해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가 안전에 유의하며 의무를 다 지켜 과실이 없다는 점이 인정되면 민식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운전자가 ‘시속 30㎞’의 제한속도를 위반하거나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며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민식이법이 적용되는데, 비교적 지키기 쉬운 제한속도를 아무리 준수했다 하더라도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며 운전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면 민식이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는 전방 주시 의무, 신호 준수 의무, 차량을 안전하게 조작하여야 할 의무, 보행자 보호 의무 등 운전할 때 기울여야 하는 거의 모든 의무를 포함한다. 특히 피해자가 아동이라면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보다 더 엄격한 주의 의무가 요구된다. 어린이의 급작스러운 무단횡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서도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 위반 등 운전자의 과실이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스쿨존에서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가 민식이법의 적용을 피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어린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의 과실이 명백하고 무겁다면 당연히 운전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에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 어린이가 갑자기 도로에 뛰어드는 등 운전자의 과실이 크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사고까지 민식이법을 적용하게 되면 과실에 비해 너무 과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아이들의 돌발행동을 운전자가 무조건 예방하고 조심하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부당한 처사”라는 내용의 이 글에 3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민식이법 놀이?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

사진: Youtube <한문철TV>

최근 일부 초등학생 사이에서 ‘민식이법 놀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쿨존에서 어린이들이 장난삼아 자동차의 꽁무니를 바짝 쫓거나 차를 만지는 이 ‘놀이’는 ‘어른들이 쩔쩔매는 게 재미있어서’, ‘용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등의 이유로 법을 악용해 성행하고 있다. 실제로 차량을 쫓아오는 어린이의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동영상이 여럿 공개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상에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어린이에게 일부 운전자가 민식이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용돈을 줬다는 소문이 알려지면서 더 널리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겨난 법안이 오히려 조심히 운전하는 운전자를 옥죄는 법안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법의 부작용에 해당하지만, 당장의 법 폐지나 개정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이러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아이들에게 그 심각성에 대해 교육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취지는 좋지만 명확한 기준 요구는 여전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민식이법 적용을 피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2018년 만취 상태 운전자에 의해 교통사고로 숨진 윤창호 씨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법인 ‘윤창호법’과 민식이법의 형량은 상해의 벌금 차이를 제외하고 형량이 같다(민식이법 500만 원 이상, 윤창호법 1,000만 원 이상).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음주 교통사고의 처벌과 규정속도를 준수해도 ‘어린이 안전에 유의’라는 해석의 여지를 둔 의무 위반 교통사고의 형량이 비슷한 수준인 것에 대해 여전히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운전자들 사이에선 아예 스쿨존을 피해 가기를 추천하고 있으나, 교사·교직원 등 어린이 시설에 근무하여 스쿨존을 불가피하게 지나가야 하는 경우라면 교통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쿨존에서는 속도를 최대한 줄여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하고, 모든 도로에서 보행자의 횡단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늘 인지하고 주의하는 것이 좋다.

 

 

일각에선 부정적인 여론이 존재하나, 민식이법의 입법으로 어린이 보호에 대해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준 측면도 있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스쿨존 내에서 발생한 만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연평균 400건 이상이며,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6번째로 높은 편에 속한다. 다만 갑자기 어린이가 뛰어든 경우 등 운전자의 과실이 적을 때 어떻게 책임 소재를 따지고 처벌할지 명확하게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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