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보험료를 제때 못 낸 사람들에게 노후 준비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연금 추후납부’ 제도가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실하게 다달이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추납자 중 일부는 국민연금의 높은 수익률, 추납 제도의 허점을 활용해서 벼락치기로 국민연금을 납부하여 연금액을 올린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프랑스, 독일 등과 마찬가지로 추납 인정 기간을 최대 5~10년까지만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추납 제도의 허점을 노린 이러한 재테크 방식이 가능했던 이유와 함께 추후 법안 개정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국민연금 추납 제도란?
‘국민연금 추납 제도’는 지난 2016년 말 박근혜 정부에서 전업주부를 위해 만든 제도이다. 당시 438만 명에 달했던 경력 단절 여성이 나중에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 번에 보험료를 납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외에도 실업이나 학업, 남성의 경우에는 군 복무 등의 이유로 보험료를 내고 싶어도 소득이 없어서 낼 수 없던 사람을 배려하는 취지도 있다. 경력 단절 등의 이유로 여성에게 연금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최근에는 부자들 사이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되며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진 : 국민연금 블로그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추납 신청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2015년에는 5만 8,244명에 머물렀다가 추납 관련 법령을 개정한 해인 2016년에는 574명에서 2017년 14만 2,567명으로 증가했다. 이후로 2018년 12만 3,559명, 2019년에는 14만 7,254명에 이르고 있다.
국민연금 추납 재테크,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진 : 국민연금 블로그
현재 우리나라의 연금은 3층 보장 체제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국민연금은 금융회사에 가입하는 개인연금과는 달리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연금액이 상승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기대수익률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2017년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평균 수익비는 최저 1.6에서 최고 2.9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는 임금이 높은 가입자라도 본인이 낸 보험료에 비해 1.6배 이상의 연금을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사진 : 국민연금 블로그
국민연금의 이러한 장점에 더해 국민연금 추납 제도는 과거 실직, 사업 실패 때문에 보험료를 못 냈거나, 경제활동을 하다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가 된 사람이 나중에 보험료를 한꺼번에 낼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가진다. 납부예외자는 현재 납부하는 보험료만큼을 추납기간 보험료로 내야 한다. 전업주부라면 월 보험료로 최소 9만 원에서 최대 22만 원을 설정, 연금공단 신고 후 추납 기간에 해당되는 보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한꺼번에 1억 원 안팎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연금액을 두세 배 정도 끌어올리는 사례가 있어 ‘부자들의 연금 재테크 방식’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추납 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평생 단 한 번도 납부하지 않던 사람이 1억 원을 한 번에 납부하여 두세 배 정도의 금액이 상승된 24년치의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추납 재테크,
지금도 가능할까?
이처럼 국민연금 추후납부 제도가 일부 ‘부자’ 가입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알려지자, 일부 금융회사에서도 추납 재테크를 적극 권장하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1억 원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추납을 이용해 한 번에 납부한 후 은행 이자보다 최소 몇십 배 정도의 이득을 거둘 수 있다 보니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노후 준비를 위한 필수 수단으로 부상한 것이다.
하지만 추납은 1억 원 안팎의 금액을 한 번에 납부한 후 별다른 노후 준비를 하지 않고도 엄청난 연금 소득을 취할 수 있으므로 연금 납입액을 성실하게 납부한 가입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비판이 제기되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납 기간을 10년 미만으로 제한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향후 추납이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제한 기준이 마련될 전망이다.
부자들만 알고 있었던
국민연금 추납 재테크,
앞으론 완전히 사라질까?
다만 현재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발의만 돼있는 상태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복지위 전체회의 회부, 법안 심사소위원회, 복지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등의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이견이 없다면 국회에 통과되어 개정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 ‘2019년 추납 신청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추납 제도를 활용한 국민은 14만 7,254명에 달한다.
현재 프랑스, 독일은 국민연금 추납을 5년까지, 일본은 10년까지 인정하고 있다. 정부가 이들 국가처럼 추납 대상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한정할 경우 추납액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벼락치기로 한꺼번에 낼 수 있는 연금액이 지금보다 적어지면서 추후 받을 수 있는 연금액도 줄게 된다. 다만 이 같은 개정안을 거치면 국민연금 추후납부 제도를 올바르게 활용하던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입자 자격관리 개선 특별팀(TF) 논의와 연금 수급권을 보장하면서 성실 납부자와 형평성을 맞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글 : 김태연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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