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와의 사별은 남아있는 이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 사별 후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꽤 많다. 만일 사별 후 배우자의 부재를 느끼고 있는 와중에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존재가 곁에 있다면 큰 힘이 되지 않을까? 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A씨도 사별 이후 비슷한 상황에 놓인 남성과 재혼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요즘 재혼을 선택한 것이 후회된다는 A씨. 그녀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30대 A씨는 남편과 재혼한 지 2년 정도 됐다고 밝혔다. 현재 남편은 20대 초반에 잠시 연애했던 남자로, 어린 날 연애가 그렇듯 작은 일로 시작한 다툼이 커져 결국 헤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서로 다른 배우자를 만났고, 각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 남편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A씨의 행복했던 결혼 생활은 순식간에 끝을 맺었다. A씨는 전 남편의 빈자리가 너무 커 1년 정도 세상과 단절한 채 일에만 매달렸다고 털어놨다. 그런 생활을 지속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A씨의 곁을 지키면서, 차차 사람도 만나고 가끔 웃기도 하며 지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의 권유로 대학교 동기 모임에 나간 자리에서 헤어진 이후 연락이 끊겨 소식을 전혀 몰랐던 현재 남편과 조우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현재 남편도 전 아내와 사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A씨. 원래 빈혈이 심했던 그의 전 아내는 결국 큰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버렸고, 남편도 A씨처럼 오랜만에 동기 모임에 나온 것이었다.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 두 사람은 그 뒤로 자주 만났고, 연애를 하고, 마침내 재혼에 이르게 됐다.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어서 서로를 이해하기가 쉬웠다는 A씨와 그녀의 남편은 결혼 이후 전 배우자들의 기일을 같이 챙겼다고 한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A씨는 전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남편에게 서운한 감정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잊지 못하는 마음이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이해는 하지만, 남편은 늘 A씨를 2순위로 생각하는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특히 남편은 전 아내의 어머니인 전 장모님을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었는데, 그 횟수가 꽤 잦았다고 전했다. 단둘이서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남편을 자주 불러내는 그 어머니는 전 아내와 남편이 같이 찍은 사진을 매번 남편의 손에 쥐어 줬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전 장모님을 만나고 오는 날이면 남편은 술에 잔뜩 취해 A씨와 재혼해서 행복한 게 늘 죄스럽고 전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한탄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말없이 지켜만 보던 A씨는 자주 반복되는 이 상황에 지쳐, 진지하게 남편과 대화를 시도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이제 전 아내의 어머니를 안 만났으면 좋겠다”라며 “오빠가 힘든 건 이해하지만, 나랑 결혼했으니 전 아내는 이만 놓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오빠도 전 사람 기일 챙기는 거 그만두자”라고 단호하게 의견을 전달하니 처음에 남편은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이에 A씨가 “단순히 외로워서 나랑 결혼한 거냐”라며 “서로 좋아해서 결혼한 거니, 이제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잘해주자”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제서야 남편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그렇게 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러고 며칠 후 남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남편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리길래 봤더니 전 아내의 어머니였다. A씨가 대신 전화를 받으니 대뜸 “어떻게 죽은 사람을 질투해서 기일도 못 챙기게 하느냐”라며 “너도 남편 앞세워 보내놓고 그 마음 하나 이해 못하느냐”고 따졌다. 천벌을 받을 것이라는 악담도 퍼부었다. 한참 동안 화를 받아낸 A씨는 “딸 잃어서 힘드신 건 이해한다”면서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라고 덤덤하게 말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돌아가신 분의 행복한 자리를 빼앗아서 못할 짓 하는 것 같다는 생각과 동시에 억지로 잊고 살려고 했던 전 남편에게도 미안한 감정이 든다는 A씨. 사별 후 재혼하면 전 배우자는 잊고 현재 배우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 아니면 현재 배우자에게 좀 소홀하더라도 전 배우자를 늘 기억하며 살아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는 A씨는 이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사람들의 조언을 구했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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