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과거 한 교양 프로그램에서 캐나다 온타리오에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이 가족을 찾은 한국 연예인 가족에게 남편은 두 여성을 자신의 ‘아내’라고 소개했다. 한국 연예인 가족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적인 사람의 시각에서 봤을 때 이는 말도 안 되는 반사회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한 명의 남편과 두 아내, 그리고 세 자녀들. 이들은 바로 ‘폴리아모리(polyamory)’ 가족이다. 폴리아모리를 다룬 작품들은 이미 국내에 상당수 존재한다. 배우 김주혁, 손예진 주연의 <아내가 결혼했다>가 대표적이다. 또 다른 연애 상담 프로그램에서도 폴리아모리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이라는 사연자의 내용에 떠들썩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폴리아모리’는 대체 무엇일까? 지금부터 낱낱이 파헤쳐 보도록 하자.
폴리아모리란?
폴리아모리는 다수를 뜻하는 ‘poly’와 사랑이라는 뜻의 ‘amor’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즉,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다자간 사랑을 뜻한다. 이는 파트너의 동의하에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바람을 피우는 것과는 구별된다. 결혼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일부다처제 및 일처다부제와도 다른 개념이다. 집단혼 형태를 띠거나 배우자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인정하는 등 기존 규범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결혼 행태를 결정하는 ‘개방결혼’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폴리아모리스트와
바람둥이의 차이점
“바랑둥이랑 다를 게 뭐죠?” 이는 폴리아모리스트가 가장 많이 접하는 질문이자 오해 중 하나이다. 자칫 바람과 외도, 불륜 등으로 볼 수 있지만, 폴리아모리는 파트너와의 합의가 전제된다는 점에서 관계의 양상이 전혀 다르다. 폴리아모리 관계는 처음부터 동의를 기반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두 사람 이상의 관계를 맺는 일은 독점적 연애 관계 중에 파트너의 뒤통수를 치는 ‘바람 피우기’와는 염연히 다르다. 파트너 동의 없이는 폴리아모리는 절대 성립되지 않는다.
폴리아모리에는 나름의 ‘룰’이 있다
독점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폴리아모리스트라고 할 수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오로지 배타적인 사랑을 전제로 하는 일부일처제 사회 속에서 커플은 속박을 당연하게 여긴다. 또한 수많은 부부 또는 커플이 파트너를 소유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폴리아모리스트는 파트너가 되는 것과 소유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파트너를 소유하려는 행위는 서로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폴리아모리 관계를 잘 유지하려면?
폴리아모리를 성공적으로 이어 나가려면 합의와 노력은 필수적이다. 여러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랑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자간 사랑을 유지하려면 규칙을 정하고 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자신의 욕망이 중요한 것처럼 파트너들 사이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규칙은 데이트가 있기 전에 미리 말해 주는 것에서부터 성관계를 해도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 등 다양하다.
폴리아모리는 언제부터 존재했나?
폴리아모리는 사실 최근에 나온 사랑 유형은 아니다. 1970년대부터 폴리아모리 운동이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21세기에 들어서는 동성 간 합법 결혼에 이은 새로운 인권운동의 개념으로 일부 국가에서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 1984년에는 ‘러빙 모어(Loving More)’라는 폴리아모리를 옹호하고 지원하는 단체가 설립되기도 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잡지를 발행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아모리스트들도
가정을 이룰까?
폴리아모리스트들은 전통적인 혼인 관계를 거부한다. 그러나 일부 폴리아모리스트들은 일종의 가정을 형성해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인정되지 않은 가족 형태이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국가에서는 일부 폴리아모리스트들이 정신적∙육체적 관계를 맺으며 가정 형태의 공동체 생활을 한다. 심지어 아이를 낳고 육아와 재산 공유 등 전통적인 가족 관계에서 볼 수 있는 모습처럼 살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형태의 집단혼 그룹을 ‘폴리피델리티’라고 부른다.
폴리아모리와 스와핑은 같을까?
많은 사람들이 폴리아모리를 ‘스와핑’과 같은 성적 관례로만 바라본다. 스와핑은 두 쌍 이상의 부부가 배우자를 바꿔 가며 성관계를 하는 것을 일컫는 속어이다. 스와핑은 ‘교환하다, 바꾸다’를 뜻하는 스와프의 명사형으로, ‘부부를 교환하다’라는 의미이다. 폴리아모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스와핑과는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스와핑은 육체적인 관계를 추구하지만 폴리아모리가 중요시하는 것은 정신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폴리아모리의 반대 개념 ‘모노가미’
폴리아모리와 대비되는 유형은 일부일처제(serial monogamy), 즉 한 명과의 배타적인 파트너 관계가 끝나면 다른 한 명과 배타적 관계를 유지하는 형태다. 연속적 일부일처제에서는 새로운 것, 그리고 더 좋은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가 충족된다. 진화론은 연속적 일부일처제를 이성적으로 설명한다. 남녀가 동거하는 것은 자녀들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만 의미가 있다. 자녀들이 다 자라고 나서까지 남녀가 함께 사는 것은 근본적으로 시간 낭비다.
폴리아모리를 잇는 독특한 남녀관계
Ⅰ. ‘코페어런팅’
코페어런팅(co-parenting)은 결혼은 원하지 않지만 아이를 원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코페어런팅을 원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조건을 타진하고, 양육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낳고 함께 키운다. 부부간의 사랑이나 육체적 관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코페어런팅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거나 아이에게 양 부모가 줄 수 있는 혜택을 모두 누리게 하고 싶고, 경제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데 부담감을 줄이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Ⅱ. ‘밍글스’
밍글스(mingle = mixed + single)란 이른바 ‘우정 플러스’ 혹은 ‘프렌즈 위드 베네핏(friends with benefits)’이라는 명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관계의 경우 당사자들의 감정 세계가 그다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밍글스는 상대에게 완전히 몰두하거나 더 좋은 이성과 사귈 기회를 포기할 필요 없이, 규칙적인 성관계와 정서적인 친근함을 즐긴다. 단, 파트너 중 한쪽이 상대와의 관계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관계가 복잡해진다.
글 : 이현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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