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드라마(大河drama)는 내용의 전개 과정이나 길이가 길고 규모가 매우 큰 방송 드라마를 뜻한다. 보통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한 장편 역사극을 대하드라마로 부르고 있다. 과거 KBS1에서는 사극 드라마가 1년에 최소 1작품 이상 꾸준히 방영되었지만, 어느 순간 정통 사극보다는 다양한 소재를 접목시킨 판타지 퓨전 사극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직도 과거 정통 사극 드라마를 그리워하는 마니아층이 존재한다. 정통사극 드라마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가 살아보지 못했던 시대의 분위기, 의상, 소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평균 시청률이 50%가 넘었던 정통 사극 드라마에 대해 알아보자.
태조 왕건
사진 : KBS
2000년 4월부터 2002년 2월까지 총 200회로 대장정의 끝을 마친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은 고려를 건국한 왕건의 삶을 조명한 내용으로 최수종, 김영철이 각각 왕건과 궁예 역할로 등장하며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특히 주인공보다 한쪽 눈에 안대를 끼고 있는 궁예가 더욱 큰 관심을 받기도 했으며 최고 시청률 60%를 넘기는 등 역대 가장 재밌었던 정통 사극 드라마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무인시대
사진 : KBS
<무인시대>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방영한 대하드라마이자 현재까지 회자되고 있는 웰메이드 사극으로 유명하다. 역대 사극 중에서 가장 마니아층이 두터우며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보현원의 참살에서 최충헌의 최후를 그린 초중반기 무신정권을 다루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극의 전개와 달리, 나라 개혁을 위해 뜻을 같이하던 젊은 무신들이 권력에 맛을 들이면서 타락하게 되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렸다. <무인시대>는 ‘권력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남기며 시청자들에게 여운을 선사했다.
불멸의 이순신
사진 : KBS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 역사 속 인물 이순신(李舜臣)은 위대한 인물의 한 표상으로서 임진왜란에서 수군을 이끌며 왜군을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순신의 일대기를 담은 드라마나 영화는 수없이 개봉했지만, 그 누구보다 이순신을 잘 소화했던 배우는 KBS1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열연을 펼쳤던 배우 김명민이다. 인간적인 이순신을 표현하며 소름 돋는 연기를 펼치는 등 <불멸의 이순신>을 통해 그는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용의 눈물
사진 : 유튜브 <옛날티비 : KBS Archive>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방영한 <용의 눈물>은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레전드 대하 사극으로 불리고 있다. 기존의 사극과는 달리 건국 초기 조선시대의 혼란과 다수의 정변을 일으킨 태종 이방원을 새롭게 조명했다. <용의 눈물>은 의상 제작비만 10억, 총 160억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웬만한 영화보다 큰 스케일로 대한민국 사극 드라마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유동근, 최명길, 이민우, 안재모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톱 배우들이 출연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정도전
사진 : KBS
2014년 방영한 <정도전>은 ‘21세기 용의 눈물’이라는 호평을 받을 정도로 한국 사극의 자존심을 세운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건국의 혁신적 설계자 정도전을 다루고 있으며, 여말선초를 배경으로 선과 악이 아닌 ‘정의’가 충돌하는 난세를 그려낸 최고의 정치 드라마로 손꼽히고 있다. 게다가 <용의 눈물>에 출연했던 유동근, 안재모 등 다양한 배우들이 <정도전>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력파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력은 매 장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징비록
사진 : KBS
<징비록>은 2014년 정통 사극 돌풍을 일으킨 <정도전>의 야심 찬 후속작이다. <징비록>은 임진왜란이 발생하기 전부터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까지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독특하게 이순신이 주인공이 아닌, 류성룡이 집필한 징비록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내용으로 조력자 역할이었던 류성룡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당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순신 역은 배우 김석훈이 맡아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임진왜란 1592
사진 : KBS
<임진왜란 1592>는 임진왜란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드라마로 재구성했으며 2016년 9월 3일부터 2016 9월 23일까지 아주 짧게 방영했다. <임진왜란 1592>는 기존 드라마와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데 먼저 다큐와 드라마가 결합된 팩추얼 드라마라는 것이다. 또한 사극 전문 배우인 최수종이 이순신 역을 맡아 기대감을 높였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과 영웅들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그날의 역사적 진실에 대해 알리고 있다.
조선왕조 500년
사진 : 유튜브
조선의 패망기 역사를 그린 드라마 <조선왕조 500년>은 1983년 3월 31일부터 1990년 12월 23일까지 (햇수로) 8년간 방영되었다. 흥선대원군, 명성황후, 고종 등 주요한 역사 속의 인물을 다뤘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사극 연출가인 이병훈 PD가 제작을 맡았다. 당시 역사소설들의 고증 오류가 빈번했던 가운데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직접 조선왕조실록을 번역했다고 알려졌으며, 대한민국 사극 촬영 역사를 총집대성한 작품으로 꼽힌다.
왕과 비
<용의 눈물>에서 이어지는 사극 시리즈 <왕과 비>는 문종 승하 후 단종에게 왕위를 승계한 세조 그리고 성종부터 연산군으로 이어지는 비극을 담았다. 극 중 연산을 연기한 안재모는 젊은 나이에 뛰어난 소화력을 선보이며 연기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뚜렷한 주인공이 없으며 극이 진행됨에 따라 주인공이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전체를 살펴보면 인수대비 역을 맡은 채시라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극 중반부로 가면서 연산군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그해 최고의 사극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왕의 꿈
사진 : KBS
우리 역사상 최초로 난세를 평정하고 통일 국가를 완수해 민족 문화의 최전성기를 이룬 태종 무열왕과 김유신 등 영웅들의 일대기를 다룬 <대왕의 꿈>은 통일신라시대를 또 다르게 해석했다. 강렬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김춘추의 리더십을 재조명하며 각국 정치지도자와 영웅들의 충정과 의리를 담았다. 웰메이드 사극으로 유명한 <무인시대> 사단이 참여하며 명불허전 배우들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글 : 오혜인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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