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나이가 들면 체지방과 복부 지방이 증가하면서 살이 찌게 된다. 특히 60대 이후의 여성은 남성보다 비만 유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에 접어든 중년 여성은 밥을 잘 챙겨 먹지도 않는데 살이 찌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일명 ‘나잇살’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실제로 2016년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30대 여성의 복부 비만율은 19.5%에 그쳤지만, 40대는 24.4%, 50대는 27.7%, 60대는 40.2%로 나이가 듦에 따라 그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 여성이 살이 잘 찌는 이유는 무엇일까?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폐경은 중년 여성의 뱃살을 찌우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여성이 폐경기에 들어서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줄어든다. 여성이 폐경을 맞이하면 호르몬의 변화로 복부 비만이 생기기 쉽고, 체구성의 변화로 대사적 변화와 신체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엉덩이와 대퇴부 부위에 지방을 축적시키고 안드로겐은 상체 지방 축적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폐경이 되면 에스트로겐은 줄고 안드로겐은 증가하는 변화가 일어난다. 이에 폐경을 맞은 40대 이상의 여성들은 줄어든 여성호르몬으로 인해 살이 배와 옆구리에 집중되는 것이다.
특히 에스트로겐은 체중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스트로겐이 부족하면 탄수화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지방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또한 에스트로겐은 내장 지방에서 지단백, 지방 분해 효소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데, 이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서 내장 지방 축적을 가속화해 폐경기를 맞은 여성은 남성과 거의 비슷한 형태로 내장 지방이 증가하게 된다. 실제로 폐경기에 들어선 여성은 1년에 평균 0.8㎏ 정도 체중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대사량 감소
아울러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기초대사량이 감소한다. 기초대사량은 일반적으로 20대 초반에 최대가 된 이후로 보통 10년 주기로 2%씩 감소한다. 이에 신체 활동량이 줄어들고 근육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살이 찌기 쉬워진다. 특히 폐경기를 맞이한 여성은 에너지 소모량이 더욱 줄어들게 된다. 여성은 배란이 일어나면 체온이 증가하면서 에너지 소모량이 5∼15% 증가하게 된다.
특히 많은 여성이 월경 전에 식욕이 증가하는 것도 월경을 하는 시기에는 빠져나오는 혈액과 조직을 보충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폐경이 되면 이런 에너지 소모가 감소하게 된다. 그래서 그전에는 간단한 운동이나 식사 조절로도 살이 빠지던 여성이 폐경이 되면 운동량을 늘리거나 다이어트를 해도 잘 빠지지 않는 것이다.
탄수화물 섭취의 증가
아울러 전업 주부이거나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중년 여성들은 집에서 맨밥과 가족들이 남긴 반찬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탄수화물 중심의 식습관은 복부 비만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면 단순당은 지방으로 바뀌는데, 이는 지방간, 내장 지방, 근육 내 지방 등으로 저장된다. 이곳에 지방이 자꾸 쌓이면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 특히 20~30대는 식이 조절만 해도 내장 지방을 줄일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식이 조절을 해도 내장 지방이 쉽게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 증가는 살찌는 지름길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이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폐경이 되면 이 호르몬 역시 감소해 스트레스를 쉽게 받을 수 있다. 많은 갱년기 여성이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설탕, 밀가루, 흰쌀밥과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세로토닌이 분비돼, 나이가 들수록 계속 이러한 음식을 찾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갱년기에는 심리적으로 허기가 지는 가짜 식욕’이 증가하여 빵이나 떡 등 탄수화물을 습관적으로 찾게 된다. 이는 결국 탄수화물 중독으로 이어져 살은 물론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중년 여성,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중년 여성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가공, 정제되지 않은 자연식품, 즉 식이 섬유소가 풍부한 거친 식물 위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폐경 이후에는 칼슘과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D의 적절한 섭취가 필요하다. 50세 이상 여성은 하루에 700㎎의 칼슘과 10㎎의 비타민D가 권장된다. 칼슘은 유제품, 뼈째 먹는 생선, 해조류, 푸른 채소 등에 풍부하고, 비타민D는 연어, 고등어, 청어 같은 기름진 생선과 달걀노른자, 멸치, 버섯류 등에 포함돼 있다.
또 식사 횟수보다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하루 1~2끼만 먹는 식사는 오히려 과식을 유도하거나 체내 지방을 쌓이게 만든다. 체중 감량을 하는 경우 무리하게 목표를 세우지 말고, 1주일에 약 0.5㎏를 감량한다는 마음으로 하루 필요 열량보다 500㎉씩 적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폐경기부터는 호르몬 형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동물성 및 식물성 단백질의 조화로운 섭취가 중요하다. 특히 콩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고 불리는 ‘이소플라본’이 함유돼 있고, 유방암, 난소암 등 여성암 예방과 더불어 혈청 콜레스테롤 농도도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 이외에 소금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나 체내 당 흡수가 빠른 정제된 설탕, 여러 가지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는 카페인의 섭취는 되도록 자제하는 것이 권장된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공감 뉴스 © 데일리라이프 & Daily.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