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꿀과 밀랍을 제공하는 꿀벌은 오랜 역사 동안 인류에게 사육된 곤충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꿀벌들이 한꺼번에 수만 마리씩 죽는 사례가 증가하는 등 꿀벌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2017년 유엔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지구촌 야생벌 2만 종 가운데 8,00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기에 전염병으로 인한 토종 꿀벌의 멸종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작은 꿀벌들이 사라지는 것이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멸종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가 먹는 식량 대부분은 꿀벌 없이는 열매를 맺지 못해 생산이 어렵고, 꿀벌이 완전히 멸종한다면 식품 산업과 양봉 업계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현재의 위기 상황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꿀벌이 지닌 가치와 꿀벌이 사라지는 위기 상황을 아래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꿀벌이 지닌 기본적인 가치는?
현대 양봉의 생산품으로는 꿀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식품으로 쓰이는 로열젤리를 꿀벌이 스스로 합성하며, 양초, 기타 재료로 쓰이는 밀랍 역시도 꿀벌이 체내에서 스스로 합성한다. 또한 건강식품 등으로 쓰이는 프로폴리스 역시도 벌에게서 추출하고 있다. 그 외에도 꿀벌은 생태계 균형의 큰 축을 이루며 농작물의 생산과 공급에 도움을 준다.
현대 농업에서 필수 불가결한 꿀벌
꿀벌은 인류의 삶에 필요한 부산물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농법에도 혁신을 일으킨 곤충으로서 현대 농업에서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다양한 작물들은 수꽃의 꽃가루를 암꽃에게 묻히는 수정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하나하나마다 사람의 손으로 작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벌통 하나만 있다면 인력 작업에 비해 매우 효율적으로 수정 작업을 마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아몬드 농업은 양봉꿀벌이 없으면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양봉업자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꿀벌을 데려와 수정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꿀벌은 꽃가루를 꽃에서 다른 꽃으로 옮김으로써 농작물이 개체 수를 유지하도록 하여 생태계 균형 유지에도 도움을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꿀벌, 전 세계 멸종 위기?
최근 전 세계적으로 꿀벌들이 한꺼번에 수만 마리씩 죽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2017년 유엔 발표에 따르면, 현재 지구촌 야생벌 2만 종 가운데 8,00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농가는 꿀벌이 이유 없이 죽는 현상이 이어짐으로써 아몬드가 최근 8년 동안 가장 높은 가격으로 올라갔다. 아몬드뿐만 아니라 꿀, 사과, 호박 등의 재배도 어려워져 이들 농산품의 가격 또한 점점 올라가고 있다. 2016년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토종 꿀벌 7개 종이 멸종 위기 생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꿀벌 멸종 현상,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꿀벌 멸종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토종 꿀벌 또한 전염병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상태라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전국 토종 꿀벌 벌통 수는 42만 개였지만 지금은 3만~10만 개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고 한다. 현재의 추세라면 2035년 내로 꿀벌이 완전히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과학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꿀벌 농가는 2010년 1만 4,000가구에서 2015년 7,200만 가구로 반 토막이 났으며 꿀벌 개체 수도 감소했다.
꿀벌 개체 수 감소의 원인은?
꿀벌의 개체 수가 감소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지구온난화, 전염병 바이러스, 전자파 등의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니코틴계의 신경 자극성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을 주범으로 꼽는다. 해당 살충제는 꿀벌의 기억을 앗아가며 여왕벌의 개체 수도 줄어들게 한다. 국내 한 연구에서도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과 꿀벌 수와의 상관관계가 입증되기도 했다.
꿀벌이 사라지면 나타나는 문제점
식량 공급 감소로 인한
사망자 수 증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인간이 먹는 작물 중에서 64%가 꿀벌을 통해서 가루받이를 한다고 추정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에 꿀벌 등의 꽃가루 매개 곤충이 사라질 경우 매년 142만 명 이상이 숨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과일 생산량이 22.9%, 채소는 16.3%, 견과류는 22.3% 줄면서 임산부, 어린이에게 필요한 비타민A와 비타민B 등의 공급이 감소하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는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농작물과 식품의
경제적 가치 하락
꿀벌이 모두 멸종하면 식물성 식품들 일부가 사라진다. 또한 식물성 식품, 농작물 등의 공급이 감소하게 되어 가격은 상승하고 품질은 하락하게 된다. 국제 환경보호 단체인 그린피스는 꿀벌이 식량 재배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가 373조 원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꿀벌이 지닌 경제적 가치만 해도 모두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행 중인
꿀벌 살리기 운동은?
많은 국가들은 꿀벌 멸종으로 인한 사회적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꿀벌 살리기 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유럽에서는 곤충 신경계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농약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사용되는 농약 성분인 네오니코티노이드는 꿀벌 개체 수를 줄이는 성분으로 유럽인 260만 명이 서명 운동을 하여 금지되었다. 또한 영국에서는 멸종 위기 꿀벌을 살리기 위해 꿀벌의 친화적 통로인 ‘B-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꿀벌 살리기에 동참하는
국내의 노력은?
국내에서도 꿀벌 살리기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 꿀벌 집단 폐사 사태를 일으킨 ‘낭충봉아부패병’의 심각성을 깨닫고 국유림을 중심으로 한 밀원 수림을 조성했으며, 꿀벌을 잡아먹는 외래종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해 양봉 농가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서울에서는 도심에서의 양봉이 꿀벌을 기르기에 좋다는 연구 결과에 착안하여 ‘도심 양봉’을 시작으로 꿀벌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꿀벌 멸종,
지구촌 위기로 바라보아야 할까?
역사적으로 꿀벌의 죽음은 역병 및 재앙과 관련되어 왔다. 이로 인해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도 멸망한다’는 가설은 언제나처럼 주장되어 왔다. 이러한 가설의 정확도는 낮을 수 있으나 생태계의 중심을 이루는 꿀벌이 어려움을 겪거나 멸종된다면 식량 공급이 제한되는 것 이상의 어려움이 찾아와 인류의 삶 전반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다. 농약, 외래종 출현 등의 문제 외에도 바이러스, 이상기후, 도시개발 등의 영향에 의해 꿀벌의 수는 지속적인 감소세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꿀벌의 감소는 경제적 타격으로 직결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따라서 인류와 생태계의 중요한 매개체인 꿀벌의 소중함을 알고 꿀벌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의식적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글 : 김태연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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