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택배 시스템과 배달 서비스가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다. 한국통합물류협회가 발표한 국내 택배 시장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국내 총 택배 물량은 무려 25억 4300만 개였고,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는 연 49회, 그중 경제활동인구의 택배 이용 횟수는 1인당 연 92회나 된다고 한다. 택배로 거래되는 양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이제는 부피가 큰 물건부터 무거운 물건까지 택배로 받지 못하는 물건이 없다고 할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만큼 택배기사들이 겪는 고충도 점점 커지고 있다. 과연 택배기사들이 고객에게 배달하기 꺼려 하는 택배 물품은 무엇일까?
생수
생수는 다른 물품에 비해 무게와 부피가 많이 나가는 물건이라 택배기사들이 배송하기 어려워하는 물품 중 하나이다. 게다가 생수는 한꺼번에 여러 개를 주문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기사들이 생수 나르는 걸 무척 힘들어한다. 2리터 생수 6개 묶음을 두 개만 주문해도 무게가 약 24㎏에 이르는 데다 운반도 불편하다. 이에 생수 주문 개수를 제한하는 배송 업체들도 생겨났다. 택배기사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조처다.
쌀
평균 20㎏가 넘는 무게를 자랑하는 쌀 포대도 생수만큼 부피가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가 배송하기 까다로운 물건에 해당된다. 내용물이 쌀이다 보니 미끄럽고 흐물거려서 운송하는 데 어려움도 있다. 게다가 일반 가정집의 경우 택배로 쌀을 시킬 때 보통 2포대 이상 시키는 경우가 많아 그 무게는 배가 된다. 특히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5층 빌라로 쌀을 배달하면 무조건 계단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혀서 그 고통은 더욱 크다.
유리 제품
사진 : 이케아
에어캡(뽁뽁이) 등의 충격 완충제를 아무리 많이 넣어도 조심하지 않으면 유리 제품이나 컴퓨터 부속 등의 파손되기 쉬운 물건들은 깨지기 쉽다. 이에 파손 주의를 해야 하는 물건은 무게와 상관없이 매우 조심해서 옮겨야 한다. 운송하다 자칫 물건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택배기사가 배상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택배기사의 심리적 부담이 가장 큰 물건이다. 그러므로 파손 주의 제품을 배송 보낼 때는 보내는 사람이 직접 아주 튼튼하고 충격에 강하도록 포장해야 한다.
절임 배추
본격적인 김장 시즌이 시작되면 전국에서 배추를 택배로 배송하는 일이 잦아진다. 예전에는 배추를 구입해서 직접 소금에 절이고 이를 다시 씻는 것이 고된 작업이었지만 최근에는 절임 배추가 대중화되면서 주부들의 일손이 그나마 줄어들게 됐다. 대신 손이 바빠진 것은 택배기사들이다. 소금물 먹은 배추는 정말 무거운데, 간혹 배송 중에 포장이 터져 민원으로 연결되는 일이 발생한다. 택배기사들이 퇴사를 고민할 정도로 가장 싫어하는 택배 물건 중 하나이다.
해산물
이제는 제철 해산물을 집에서 편하게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물건을 받는 고객 입장에서는 편하지만 택배기사로선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다. 생선이나 해산물 특유의 비린내는 아무리 포장을 꼼꼼하게 해도 새어 나오기 마련이다. 또한 배달을 왔는데 집에 사람이 없으면 신선한 해산물이 금방 상할까 봐 염려가 된다. 민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무게까지 상당한 편이라서 택배기사들이 배달하기 꺼려 하는 물품 상위권으로 꼽힌다.
케이크
이외에도 지하철을 이용해서 물건을 나르는 실버 택배가 있는데, 대부분 노인들이 배송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하철 택배의 경우 배달하기 가장 힘든 물건이 바로 케이크다. 케이크 특성상 조금이라도 기울어지면 모양이 망가지기 쉽기 때문에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된다. 특히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배송을 하다 보니 고객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민원으로 연결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웬만하면 케이크는 직접 사러 가자.
기저귀
보통 아기를 키우는 맞벌이 부모들은 따로 마트에 갈 시간이 없어서 일회용 기저귀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박스째 대량으로 구매한다. 기저귀 여러 박스는 쌀 한 포대나 생수 한 묶음 뺨칠 정도로 무게가 어마어마하다. 기저귀를 박스째 배달하는 택배기사들은 그 무게가 상상 이상이라고 증언한다. 게다가 드물기는 하지만 배송 중 기저귀가 파손되는 일이라도 발생하면 아기와 관련된 민감한 일이므로 민원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는 부모들이 있다.
드라이아이스가 함께 담긴 물품
아이스박스에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담긴 제품은 대부분 시간이 지체될수록 쉽게 상하거나 신선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빨리 배달해달라는 고객들의 성화가 만만치 않다. 이런 물품들은 실제로 일반 택배 회사가 꺼리는 물품이며, 분류 시나 배송 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특히 생물의 경우 쉽게 상하고 파손되는 특성상 택배 회사 쪽도 클레임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순위로 배송하지만 가끔 배송이 지연되기도 한다.
위험 물질
실험 등에 쓰일 위험 물질은 운송 도중 터지기라도 하면 화상이나 중독 등의 위험을 초래한다. 특히 염산은 사회적이나 윤리적 문제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운송 과정에서 택배기사에게도 위험 부담을 가지게 한다. 개인이 염산을 사는 게 불법인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외에도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포함되어 전염병 우려가 있는 감염성 물질, 피폭 위험이 있는 방사성 물질, 독성 물질, 리튬 배터리나 부탄가스같이 차량 화재의 위험이 존재하는 인화성 물질 역시 택배기사를 위협한다.
고가 제품
가끔 있는 일이지만 택배 분실이나 파손 등의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분실된 물품이 카메라나 노트북 등 고가품일 경우라면?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상자 속 물건이 고가 제품인지 알 턱이 없겠지만 그래도 분실을 했으면 보상을 해줘야 한다. 만약 운송장에 물품의 가액을 기재하지 않고 보냈다면 택배 표준약관상 손해배상 한도액은 50만 원이다. 운송물의 가액을 미리 운송장에 기재하고 이에 따른 할증료를 지불하면 전액 보상이 가능하다.
글 : 이현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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