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면 처음에는 누구나 배우자의 부모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좋은 마음에서 해드린 걸 무시하거나 잔소리만 늘어놓으면 그런 마음이 싹 가시곤 한다. 결혼 2년 차 A씨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결혼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시부모님 생신을 맞아 성대한 생신 상을 차려드렸지만, 오히려 갈등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는 요리를 전공하고 현재 친언니와 함께 수제도시락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개업식, 연예인 서포트 도시락뿐 아니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백일, 칠순, 결혼식 답례품으로도 많이 주문하여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까지 도움을 받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만큼 시부모님 첫 생신 상은 직접 차려드리고 싶어 작년에 성대하게 차려드렸다고 한다. 먼저 있는 시아버지 생신 때 시누이 식구까지 초대해서 성게미역국, 소갈비찜, 잡채, 전(동태, 호박, 동그랑땡), 갈치구이, 구절판, 꼬막무침, 삼색나물 등을 차렸다고 한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수고했다는 말은커녕 “미역국은 소고기 넣고 끓여야지”, “갈비찜이 좀 질기네”, “꼬치전 좋아하는데 왜 안 했냐”, “구절판은 먹기 귀찮다” 등 음식 타박만 늘어놓았다고 털어놨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원래 말씀을 세게 하는 분이라 여기고 넘겼다는 A씨. 그다음에 있는 시어머니 생신 때는 지적했던 부분을 받아들여 소고기 미역국, 돼지갈비찜, 잡채, 전(동태, 호박, 동그랑땡, 꼬치전, 굴전), 조기구이, 해물찜, 삼색나물 등을 차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소고기 수입산으로 산 거냐”, “갈비찜이 짜다”, “요즘 애들은 큰 게 다 좋은 줄로 안다”는 등 잔소리만 늘어놓으시더니 전 부치고 있는 A씨를 향해 “미리미리 좀 해놓지, 네가 그러고 있으면 사람들이 불편해서 먹겠냐”며 핀잔을 주셨다고 한다.
40만 원치 장을 보고, 하루 종일 부엌에서 고생하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잔소리만 늘어놓으셔서 섭섭함을 느꼈던 A씨는 어차피 첫 생신 상만 차리려고 했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시아버지 생신 잔치 이후 남편이 따로 시부모님께 “기껏 준비해서 차렸는데 잘 먹겠다고 하면 안 되냐”고 말씀드렸지만, 시어머니 생신 때 여전히 변함없는 반응을 보고는 ‘그냥 생각이 없으신 분들이구나’ 하고 넘겼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올해 시아버지의 음력 생신이 다가오자 시어머니가 전화로 “토요일에 생신 모임 한다면서? 음식도 많이 할 텐데 토요일에 너희 집에서 자고 일요일에 아침 먹고 가마”라고 하셨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A씨는 “작년에 두 분 생신 상 차려드렸을 때 좋은 소리 하나 못 듣는 것 같아서 이제 안 하려고요. 한정식집 예약했으니 거기서 식사하시죠.”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주변에 얘기도 했고 사위도 오는데 네가 차리는 게 보기도 좋지 않겠니?”라고 말씀하시는 시어머니에 화가 난 A씨는 “어머님, 아버님 자식들은 편히 앉아 제가 차린 밥 먹고, 저는 땀범벅으로 일해도 결국 음식 타박밖에 못 듣는데 생신 상 차려드리고 싶지 않아요. 첫 생신이니까 해드린 거고, 다시는 할 생각 없습니다. 외식 후 형님이랑 반씩 계산하는 게 깔끔할 것 같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당황한 시어머니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고, 이에 A씨는 정중히 인사하고 끊었다고 한다. 이후 이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 남편에게 무슨 일 있냐고 연락이 왔다. 모든 걸 전해 들은 남편은 ‘잘했다’며 ‘이 사건은 직접 해결하겠다’며 그날 저녁, 혼자 시댁을 찾아간 모양이다. 남편이 시어머니를 향해 “안 그래도 사업 안 돼서 지금 아내가 가장 노릇하며 살고 있는데 이게 무슨 짓이냐”며, “계속 이러면 아들이고 며느리고 못 볼 줄 알라”는 식으로 크게 화를 내자, 결국 성의를 무시한 것에 대한 사과를 받았다고 전했다.
아들이 화를 내니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하신 사과라는 것을 잘 안다는 A씨. 문제는 곧 시아버지 생신이 다가오는데, 남편은 내키지 않으면 가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이러다 사이가 영영 나빠진 채로 살아갈까 봐 걱정이 된다는 A씨는 시아버지 생신 모임에 참석을 하는 게 맞는지, 어차피 가도 싸움만 일어날 것 같으니 안 가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된다고 전했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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