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들에게 어린 시절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이들이 초등학생이었던 2000년대는 가정용 PC의 보급으로 누구나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 하교한 아이들은 엽기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보고, 주니어네이버에서 플래시게임을 했다. 여자아이들은 문구점에서 잡지
파자마 시스터즈
‘파자마’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귀엽고 편안한 잠옷을 입은 여자들만의 밤이 떠오른다. 친구와 밤새 수다를 떨어도 즐거운데, 매일 밤 함께할 수 있는 자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파자마를 입은 귀여운 세 자매, ‘파자마 시스터즈’는 그런 여자들의 로망을 그려낸 캐릭터다. 1999년 아트박스에서 개발한 이 자매들은 각각 ‘지지’, ‘얌’, ‘코’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성격도 각양각색이다. 인기에 힘입어 팬시 상품뿐만 아니라 의류, 화장품으로도 론칭되었다고 하니 과연 팬시 캐릭터계의 SES라고 불릴만하다.
콩콩이
커다란 머리에 조그만 눈, 코, 입, 땋은 머리를 동그랗게 만 헤어스타일이 귀엽고 친근하다. 콩콩이는 1998년 창간된 팬시 잡지
마시마로
통칭 ‘엽기토끼’로 불렸던, 이 눈이 가느다란 토끼를 모르면 간첩이다. 마시마로는 인형을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 상품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 결과 눈이 가느다란 많은 사람들의 별명이 마시마로가 되기도 했다. 마시마로가 유명세를 탄 결정적인 계기는 당시 유행하던 엽기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인기다. 멍해 보이는 토끼가 사실은 강하고 폭력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반전이 포인트. 함께 등장하는 아이템인 뚫어뻥과 두루마리 휴지도 이 독보적인 캐릭터에 엽기력을 더한다.
졸라맨
”사랑과 정의를 지키는~ 졸라맨~!” 백수면서도 불의를 보면 곧장 변신하고, 변신을 하고도 멋지게 적을 격파하지 못하고 패배한다. 허무개그의 끝, 플래시 애니메이션 <졸라맨>은 TV 광고에도 등장할 만큼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남자아이들은 이 커다란 빨간 헬멧을 쓴 막대인간 히어로를 노트에 그리며 각종 만화를 만들었다. 여자아이들에게 콩콩이나 발렌타인이 있었다면, 남자아이들은 졸라맨이 최고였다. 제작자의 홈페이지는 현재까지 운영 중이고, 공식 유튜브 채널도 있으니 지금 당장 졸라맨의 추억에 젖어볼 수 있다.
뿌까
움직일 때마다 달랑거리는 만두머리가 매력적인 중국집 아가씨, 뿌까. 남자친구 가루에게 언제나 적극적으로 사랑을 어필한다. 무술소년 가루 역시 무뚝뚝하면서도 뿌까의 뽀뽀에 얼굴을 붉히니, 캐릭터 커플계에 앞으로도 이 이상의 케미는 없을 듯하다. 동양풍의 배경과 붉은 색감 때문에 중국 캐릭터라는 오해도 받았지만, 명실상부한 한국 토종 캐릭터다.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워너브러더스와 계약을 맺었다. 넷플릭스에도 수출하고 모바일 게임, 닌텐도 DS 게임으로도 만날 수 있다니 뽀로로 못지않다.
발렌타인
슈
슈는 해태제과의 저연령 대상 홈페이지 ‘아이부라보닷컴’의 간판스타다. 진분홍색 머리에 아이돌처럼 화려한 외모를 가졌으며 옷 갈아입히기, 미용실, 요리하기 등 여아 대상 게임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특히 옷 갈아입히기에서는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효리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게임이 상당히 어렵지만, 특히 슈의 라면가게는 고난이도로 악명이 높다. 슈와 슈의 남자친구 빈이 등장하는 게임들은 플래시 서비스가 종료된 지금도 슈게임 아카이브에서 즐길 수 있다.
우비소년
노란색 우비를 입고 다니는 못생기고 쾌활한 친구, 우비소년은 2003년 제작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다. 당시 인기코드에 따른 엽기 개그물에 등장인물들도 성인이었으나, 2005년 아동용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며 상당히 순화되었다. 애니메이션 자체보다도, 노란색 우비를 입은 모습을 우비소년이라고 부르는 캐릭터의 상징성이 무척 크다.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우비 삼남매>는 우비소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데, 우비소년 또한 봉준호 감독의 입봉작 <플란다스의 개>에 등장하는 배두나의 스타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딸기
삐뚤빼뚤한 선이 매력적인 딸기머리 소녀는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캐릭터 중 하나다. 딸기의 애완견 딸구를 비롯해 친구 똥치미, 수박, 똘밤, 바나나, 레몬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강한 개성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 딸기가 액세서리 브랜드 ‘쌈지’가 선보인 캐릭터 캐주얼 잡화 브랜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딸기 캐릭터의 인기와 더불어 책가방, 필통 등 다양한 아동용품이 등장했으며, 현재도 키즈테마카페인 ‘딸기가 좋아’가 운영되고 있다. 조카와 함께 방문해서 알록달록한 추억에 젖어볼 수도 있겠다.
감자도리
웹툰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2000년대 초. 고구마 마을에 사는 유일한 감자, 감자도리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만화는 무척 파격적인 콘텐츠였다. 감자도리는 고구마 속에서 살아가는 감자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현실의 화젯거리들을 언급한다는 점에서 유일무이한 매력이 있었다. 인형, 만화책, 게임 등 다양한 상품으로 제작되었으며 최근까지 직장인이 된 감자도리의 이야기도 연재되었다. 희미한 추억이 떠오른다면, 유튜브에서 조회수 545만회에 육박하는 ‘도리도리감자도리송’을 찾아 들어봐도 좋겠다.
글 : 서국선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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