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누워 TV를 보며 까먹는 귤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을 자랑한다. 별로 먹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앉아있던 자리에는 귤껍질이 태산처럼 수북하게 쌓이곤 한다. 그런데 맛있는 귤을 먹고 남은 이 귤껍질도 알고 보면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 버리지 않고 잘 모아두었다가 활용하면 청소는 물론 보기 싫은 벌레를 퇴치하는 데까지 깨알같이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는 먹고 남은 귤껍질도 소중하게 모아두자.
천연 가습기
유독 방이 건조하다고 느낄 때, 가습기보다 좀 더 자연스럽고 향기로운 가습 효과를 보고 싶다면 귤껍질을 활용해보자. 귤을 먹기 전에는 소금이나 식초를 푼 물에 30초 정도 담갔다가 깨끗한 물로 씻어 농약을 제거한 뒤 먹고, 다 먹고 난 귤껍질은 바구니에 담아 방 곳곳에 놓아둔다. 껍질을 채 썰어두면 좀 더 귤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분무기로 귤껍질에 물을 뿌려 촉촉하게 만들어주면 어느새 방 안 공기가 달라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자레인지 청소
먹고 난 귤껍질을 전자레인지에 사용 가능한 접시나 그릇에 담아 물을 부어주고, 약 2분간 돌려준다. 귤껍질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전자레인지 속의 냄새를 제거해주며, 수증기가 전자레인지 내부에 촉촉하게 내려앉아 이를 물티슈로 닦는 것만으로도 쉽게 찌든 때가 제거된다. 또한 이렇게 쓰고 남은 귤껍질 끓인 물은 기름기 있는 프라이팬에 부은 뒤 불려서 귤껍질로 문질러주면 기름때가 말끔히 지워지는 효과가 있다.
귤진피차
물에 소금이나 식초를 넣고 귤을 통째로 15분 정도 담가두었다가 귤 표면을 깨끗이 씻어 말려준다. 건조된 귤을 까서 알맹이는 먹고, 껍질은 얇게 채 썰어 3~4일간 건조시킨다. 딱딱하게 건조되면 아무것도 넣지 않은 팬에 넣고 약불에서 덖어준다. 물에 귤진피를 넣고 20분 정도 달여주면 향긋한 귤진피차가 완성된다. 설탕이나 꿀을 곁들이면 달콤하게 즐길 수 있다.
천연 비료
귤껍질을 1~2주 정도 완전히 수분이 날아갈 때까지 말려준 뒤 잘게 부순다. 흙과 함께 섞어주고 1~3일간격으로 뒤집어가며 혼합해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귤껍질은 화분을 만들 때 중간에 넣어주거나 마당에 묻어 퇴비로도 사용할 수 있다. 만약 화분에 진딧물이 있는 경우, 귤껍질을 뿌려주면 귤껍질 속에 들어있는 플라보노이드 성분 덕분에 진딧물이 도망간다.
귤소스, 귤잼
깨끗이 씻은 귤 5개를 칼로 4등분해 껍질을 벗겨 채 썰어준다. 찬물에 한 번 더 씻어준 뒤 설탕 3분의 2컵, 물 2분의 1컵을 부어 시럽이 거의 없어질 때까지 졸인다. 중불로 약 5분 정도 졸이면 쫀득하면서도 젤리처럼 맛있는 귤소스가 만들어진다. 또한 말린 귤껍질을 깨끗이 세척한 뒤 귤껍질과 물을 3대 1의 비율로 믹서기에 갈아 사탕수수원당 100%를 1:1 비율로 넣고 팬에 넣어 잘 저어가며 졸이면 귤잼이 완성된다.
생선 비린내 제거
생선을 요리하고 나면 프라이팬은 물론 손에서도 생선 비린내가 나기 마련이다. 비린내가 나는 프라이팬에 귤껍질과 물을 넣고 끓여주면 특유의 상큼한 향으로 비린내가 제거된다. 손에서 나는 비린내는 귤껍질을 손에 문질러준 뒤 씻으면 상당히 없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스레인지와 조리도구 등도 귤껍질의 흰 부분으로 문질러주면 쉽고 빠르게 청소가 가능하다.
찌든 때 제거
찌든 때가 있는 냄비에 귤껍질과 물을 넣고 끓이면 어느 정도 제거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유리컵의 찌든 때도 귤껍질의 흰 부분으로 닦으면 잘 닦인다. 귤껍질을 끓이고 남은 물은 분무기에 담아두었다가 기름때가 있는 곳에 뿌려주고 청소하면 쉽게 닦인다. 하지만 방부제가 없는 만큼 길어도 1주일 안에는 모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집거미 퇴치제
일반 거미보다는 작지만 발견할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는 집거미는 집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벌레다. 이러한 집거미는 귤의 상큼한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에 귤껍질을 잘게 잘라 물과 끓인 다음 하루 정도 기다려 우려낸 물을 분무기에 넣어 여기저기 뿌려주면 집거미 퇴치에 도움이 된다. 창문 틈과 같이 집거미가 드나드는 통로에 귤껍질을 문질러주기만 해도 냄새 때문에 집에 들어오지 못한다.
손난로
귤 3개 정도의 껍질을 벗겨 탄탄하게 돌돌 말아 랩으로 단단하게 감싸준다. 랩으로 싼 귤껍질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40초간 돌린다. 이렇게 데워진 귤껍질은 매우 뜨겁기 때문에 주의해서 손난로로 사용할 주머니 속에 집어넣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손난로는 적어도 1시간 반~2시간 이상 열기가 유지된다. 귤껍질의 하얀 부분이 고분자 섬유질로 되어있어 열이 밖으로 쉽게 나갈 수 없도록 보온해주는 역할을 한다.
표백제
귤껍질은 빨래를 희게 하는 표백제 역할도 한다. 말린 귤껍질을 물과 함께 끓인 다음 그 물에 빨래를 넣어 10분 정도 두었다가 헹구면 표백 효과가 있어 빨래가 깨끗하고 하얗게 된다. 양말이나 속옷 등이 누렇게 때가 끼어있을 때 활용하면 시중 표백제를 사용한 것만큼이나 깨끗해진다. 귤의 테르페느이드 및 알코올 성분이 표백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글 : 임수정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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