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비디오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영화인들이 비공개해온 자신의 최애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인 ‘숨보명(숨어 보는 명작)’을 아시나요? 주로 볼만한 영화를 고를 때 네티즌 평점이나 평론가들의 평점과 코멘트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에는 영화인들이 고른 진짜 영화, ‘숨보명’의 리스트를 참고해서 골라보는 건 어떨까요?
서예지 – 오펀: 천사의 비밀
배우 서예지가 뽑은 영화는 ‘오펀: 천사의 비밀’입니다. ‘오펀: 천사의 비밀’은 한 부부가 고아원에서 아이를 입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부부에게 입양된 아이가 서서히 본성을 드러내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서예지는 이 영화를 28번이나 봤다고 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진정한 스릴러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며,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모두 다 달라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습니다. 어릴 때 이 영화를 처음 접한 서예지는 그때 받은 신선한 충격을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하니 평소 스릴러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정두홍 – 노팅 힐
무술 감독 정두홍이 뽑은 숨보명은 ‘노팅 힐’입니다. ‘무술 감독’이라는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게 로맨스 영화를 자신이 감명 깊게 보았던 작품으로 손꼽았는데요. 노팅 힐은 너무나도 유명한 로맨틱코미디 영화라 평소에 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 분들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작품입니다. 유명한 여배우가 자신의 영화 홍보차 런던에 들르게 되고, 거기서 우연히 방문한 작은 서점에서 남주인공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그들의 운명 같은 사랑을 다룬 얘기로, 누구나 한 번쯤 꿈꿔왔던 톱스타와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9년 개봉한 이 영화는 2019년에 재개봉되기도 하였으며 네티즌의 평점뿐만 아니라 기자와 평론가들의 평점도 높은 영화 중 하나입니다. 달달한 로맨스 영화가 필요하다면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 ‘노팅 힐’을 추천합니다.
안성기 – 택시 드라이버
대배우 안성기의 숨어 보는 명작은 ‘택시 드라이버’입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고독에 관한 영화로 주인공 트래비스는 뉴욕의 밤거리를 누비는 택시 운전기사입니다. 남들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뉴욕이 사실은 쓰레기 같은 인간들로 가득하고 그들을 환멸, 혐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죠. 그러던 그는 우연히 ‘벳시’라는 선거사무원에게 마음을 뺏기게 되고 비슷한 시기에 몸을 파는 미성년자인 ‘아이리스’를 알게 됩니다. 트래비스는 벳시와 몇 번의 데이트 끝에 이별하게 되고, 이후 아이리스에게로 눈을 돌려 포주에게서 그녀를 구출하려 노력하다 자신 또한 총에 맞아 쓰러지게 됩니다. 갱단을 물리친 택시 운전사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며 큰 인기를 얻게 되지만, 그 결말이 다소 씁쓸한 여운을 길게 남기는 영화입니다.
임윤아 – 나의 사랑 나의 신부
199년 박중훈, 최진실 주연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원작 영화가 당시 한국 영화 흥행 2위를 기록했을 만큼 평가가 좋았던 작품입니다. 4년 동안 연애한 끝에 결혼에 골인한 커플 조정석과 신민아는 결혼생활이 마냥 행복할 줄 알았지만 오해와 마찰들로 결혼에 대한 환상이 하나씩 깨지게 되는데요. 서로 사는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결혼해 함께 사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을 사실적으로 담은 영화로 결혼에 대한 환상과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성민 – 공작
2018년 개봉한 영화 ‘공작’은 북으로 파견된 정보사 출신 황정민이 안기부로 스카우트되면서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스파이가 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뒤흔든 미지의 첩보 실화로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둔 김대중 대통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가 주도한 북풍 공작 중의 하나라 개봉 당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액션 장면이 많은 영화는 아니지만 등장인물들 간의 심리적인 갈등을 엿볼 수 있었고 실화라는 부분에서 몰입감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나문희 – 위플래쉬
배우 나문희의 숨보명은 바로 ‘위플래쉬’입니다. 이 영화는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각오를 가진 음대 신입생 앤드류가 주인공이며, 앤드류가 최악의 폭군인 플레처 교수에게 발탁되어 그의 밴드에 들어가게 되면서 점점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폭언과 학대 속에서도 좌절과 성취를 안겨주는 플레처 교수의 교육 방식이 앤드류의 집착을 끌어내게 되는데요. 강박에 사로잡히고 신경질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인간의 나태함을 채찍질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신민아 –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생김새와 성격뿐만 아니라 직업과 사고방식마저 다른 자매 명은과 명주. 어머니의 생선가게를 물려받아 고향인 제주도에서 집을 지키는 언니 명주와는 달리 대학에 들어간 이후부터 연락조차 잘 되지 않는 명은은 서울의 대기업에 다니는 명석하고 똑똑한 커리어 우먼입니다. 아버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두 사람은 쉽게 친해질 수 없었고,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명은은 오래전에 연락이 두절된 아버지를 찾아 떠나게 되는데, 두 자매를 기다리는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와 숨겨져 있던 가족의 비밀이 드러나는 다소 미스터리한 영화입니다.
박정민 – 스내치
영화 ‘스내치’는 다소 생소한 블랙코미디 장르로, 주인공 ‘프랭키’는 자신이 훔친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뉴욕에 있는 보스에게 전달해야 하는 특명을 받았으며, 그의 친구 ‘아비’는 프랭키에게 절대 도박에 손대지 말라고 조언을 하지만 이를 어기고 도박 권투에 돈을 걸게 됩니다. 무허가 권투 프로모터 터키쉬와 모티는 마피아 두목과 함께 사기 도박 권투를 추진하게 되고, 아일랜드 집시 복서 미키는 4회에 쓰러지기로 했지만 오히려 상대를 기절시키고 맙니다. 한편 도박 권투에 참가하기로 했다가 실종된 프랭키를 찾아 나선 아비는 영국의 전설적인 인물 ‘총알 이빨’ 토니에게 실종 사건을 의뢰하게 되는데, 결국 프랭키는 시체로 발견되고 보석의 행방은 묘연해지게 됩니다. 다이아몬드와 권투, 도박과 사기가 엉킨 해프닝을 그린 영화로 평소 블랙코미디 장르를 잘 몰랐던 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조진웅 – 인생은 아름다워
로마에 갓 상경한 시골 총각 ‘귀도’는 운명처럼 만난 여인 ‘도라’에게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약혼자가 있던 도라는 귀도의 넘치는 재치와 유머에 점점 빠져들게 되고, 둘은 결혼하여 아들 ‘조수아’를 얻게 됩니다. 아들의 다섯 살 생일날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군인들에게 귀도와 아들이 기차에 실려버리고 도라 역시 기차에 따라 오르게 됩니다. 귀도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무자비한 수용소 생활을 단체 게임이라고 속이고 1000점을 따는 우승자에게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말하게 되죠. 불안한 하루하루가 지나 전쟁이 끝나게 되고 귀도는 아들을 창고에 숨겨둔 채 아내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사랑스럽고 코믹스러운 앞부분과 달리 결말은 감동의 물결로 끝을 맺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입니다.
혜리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1983년 이탈리아의 한 작은 마을의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7세 엘리오와 엘리오의 집에서 6주간 연구차 머무르게 된 24세의 올리버가 서로에게 천천히 빠져들며 여름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나누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 영화는 평소 잘 볼 수 없는 ‘동성애’ 코드를 부담스럽지 않고 거부감 들지 않게 다루고 있습니다. 서로의 사랑에 있어 정열적이고 폭발하는 듯한 욕망을 보여줌과 동시에 섬세하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글 : 전신영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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